마을과 엄마들이 만났을 때- 동아리 ‘엄마 마음에 그려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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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금요일 낮 2시, 학산소극장 3층 북카페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북아트 수업이 열렸다. “에고, 이게 뭐야?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외치는 두더지의 목소리 위로 꺄르르 웃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아이들에게 실감나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동화구연가도, 연극배우도 아닌 ‘엄마’, 바로 동아리 <엄마 마음에 그려진 마을> 회원들이었다. 회원들은 학산문화원의 북카페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의 엄마들, 아이들과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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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2014년이었다. 엄마들은 학산소극장에서 진행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엄마 마음에 그려진 마을’에 참가했다. 8개월 동안 진행된 수업에서 엄마들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연극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엄마들이 그린 그림과 만들어낸 연극에는 그들 스스로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수업이 진행되는 긴 시간동안 엄마들은 함께 웃고, 울고, 떠들었다.
“엄마들은 기본적으로 힘든 마음들을 안으로 감추잖아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들었던 것, 집안일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것들 등등 많죠. 수업을 하면서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는데, 행복해보였던 엄마들도 사실은 쌓여있던 게 참 많았던 거예요. 그림을 그리고 연극을 하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막 터져 나오더라고요. 함께 웃고 울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이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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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들으며, 엄마들은 감춰두었던 자신을 꺼내는 방법을 배웠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랜 기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지내다보니 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꺼내는 일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진행되는 수업 속에서 스스로의 생각, 감정들을 마주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서서히 익혔다.
“줄을 이용해서 진행했던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음 속 상처, 우울한 감정들을 줄을 이용해서 표현했어요. 줄을 하나씩 잡고 서로 엉키게 만들기도 하고, 당기고 풀기도 하면서 마음속에 엉켜있던 실타래를 잡아당기고 풀어내는 수업이었지요. 수업을 듣기 전에는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어요. 꼭 나서야만 하는 자리가 아니면 뒤에 숨어있고는 했죠. 앞에 나서는 것은 나를 보여주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앞에 나서고 나를 보여주는 일을 꺼리지 않게 되었어요.(장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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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의 수업이 끝났지만, 엄마들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엄마 마음에 그려진 마을> 회장 이혜숙 씨는 참가했던 엄마들에게 동아리 형태로 모임을 지속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엄마들은 다시 모여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엄마들이 8개월 동안 그린 그림과 썼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 나왔다. 다시 모인 엄마들은 그냥 모여 떠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딱히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는 대화를 나누고 친목을 다지는 목적으로 만났어요. 기왕이면 수업을 진행할 때처럼 무언가를 만들고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가 동화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어요. 작년에는 봄을 주제로 함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책으로 엮었어요. 그 뒤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시리즈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지금은 여름에 대한 동화책을 만드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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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이 한몫 했다.
“저희끼리 모여서 만들다보니까, 따로 회비를 걷은 것도 아니어서 재료를 고르다가 ‘오늘은 내가 계산할게.’하는 식으로 활동을 지속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책을 한 권만 만들었던 터라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는데, 여럿이서 책을 한 권만 만드니까 나눠서 가질 수도 없고 아쉽더라고요. 도움을 조금 받으면 여러 권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알아보던 중에 인천문화재단의 생활문화동아리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 신청한 금액에 비해 적은 금액을 지원받아 계획했던 활동을 수정하게 되어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함께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엄마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활동들까지 생각하고 있다. 수업을 들으며 변화된 자신들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다. 아이와 함께 삼겹살 김밥을 만들어 지역의 독거노인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각자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산문화원이 리모델링하여 다시 문을 열 때 북카페의 운영을 맡기로 결심한다. 개관식이 있던 날, 엄마들이 직접 만든 동화책과 다양한 작품들로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어린이날 즈음 진행된 전시에서 엄마들은 방문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직접 카드를 만들고 손편지를 쓸 수 있도록 한 후 전시기간 동안 나무에 손편지를 걸어두고 전시가 끝난 후 우편으로 부쳐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손수 만든 카드를 받았다.
“북카페를 관리할 사람을 아르바이트로 뽑으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 시간만큼 돈을 주는 걸로 끝나버리잖아요. 찾아오는 아이들, 엄마들과 함께 소통하고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어서 저희가 관리를 맡게 되었어요. 서로 돌아가면서 정해진 시간에 나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북아트 수업을 진행하려는 계획도 있구요. 오늘이 그 첫 시간이지요. 예산이 많다면 10회차 정도로 길게 아이들이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보는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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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엄마는 위대하다고. 하지만 엄마들은 육아와 가사에 치여 집 안에 갇혀 지내고는 한다. 마을은 집에만 갇혀있던 엄마를 불러냈고, 엄마의 마음에는 마을이 그려졌다. 엄마 마음에 그려진 마을은 씨앗이 되어 싹을 틔웠다. 엄마들은 함께 웃고 울고 떠들며 꽃을 피워냈고, 마을에는 엄마 마음에 피어난 꽃의 향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엄마들의 마음이 마을의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씨앗을 만들기를, 그 씨앗이 싹을 틔워 꽃피우고, 마을 전체가 향기로 가득해지기를 기대해본다.

글 / 시민기자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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