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자유공원에서 인천항이 내려다보이는 길목에는 경관이 아름다운 한옥 한 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본식 정원과 한옥이 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이곳은 인천 시민들을 위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인천광역시역사자료관입니다. 인천만이 간직한 역사가 축적되어 있는 곳, 인천시 역사자료관의 강덕우, 강옥엽 박사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Q.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나라에 국사가 있듯이 시에는 시사가 있죠. 역사자료관은 인천시의 시사편찬업무를 중심으로 인천의 역사 자료를 발굴, 수집하고 연구를 통해 기록을 축적하는 기관입니다. 우리에게 삼국사, 고려사, 조선사의 기록들이 있기 때문에 당대의 시대상이나 사회상을 알 수 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후세를 위해 기록을 남기는 과제인 시사편찬을 주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시사편찬은 통상 10년의 주기로 작업을 합니다. 시사편찬위원회가 1965년에 구성되었으니 어느 덧 50년이 흘렀어요. 45년 해방 후 최초로 우리 손으로 만든 향토사가 73년에 나왔으니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만큼 자료를 축적하고 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후부터는 83년과 93년, 2003년, 2013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10년 단위로 발간을 했고, 이후부터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맞아 인천 체육의 발자취, 2014년은 시사편찬위원회 구성 50주년 기념 인천의 옛 지도, 지명 등의 자료, 올해는 인천의 건축을 집대성한 발간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역사자료관이 위치하고 있는 이 곳 공간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남다른 공간인데요. 건물의 조성과 연혁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A. 지금 역사자료관은 중구 송학동 응봉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어요. 제물포구락부와 자유공원이 이웃해서 있죠. 이 일대는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모여든 외국인들의 별장들이 많았던 곳이고, 이 공간 역시 당시 평양에서 무역과 잡화상 운영을 하다가 인천에서 부를 축적했던 ‘코노 다케노스케(洞野竹之助)’의 별장이었습니다. 대문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돌계단과 정원의 나무들도 당시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해방이 되면서 일본식 별장은 허물어졌고, ‘동양장’이라는 서구식 레스토랑과 ‘송학장’이라는 사교클럽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1966년 당시 인천시장의 지시로 매입해 한옥건물이 지어졌고 인천시장의 관사로 사용되었어요. 그 당시에는 인천시청(현 중구청)과 가까운 위치와 고급 주택지가 밀집한 동네라 관사가 자리하기 최적의 장소였겠죠. 이후에 최기선 시장이 당선되면서 2001년부터 인천시 역사자료관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하게 되었습니다. 공관으로 사용되는 동안 총 17명의 시장이 이곳에 머물렀어요. 따지고 보면 이 응봉산 기슭이 일본인에게 빼앗긴지 장장 80여 년 만에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볼 수 있죠.
Q. 역사자료관 내에서는 어떤 자료들을 접할 수가 있나요?
A. 아무래도 6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고, 한옥이다 보니 자료관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는 있지만 공간을 그대로 보존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크게 향토자료들을 수집하는 공간과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공간, 연구실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자료들은 인천지역 자료를 비롯해 타 지역의 자료, 서적, 고문서 등이 있고, 복도 공간을 활용해 사진전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시사편찬이라는 중요한 업무 외에도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다른 일들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A. 역사자료관의 주요 업무는 시사편찬위원회 운영이지만 인천의 문화와 역사를 담아내는 인천역사문화총서 발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통권 76호가 출간되었고요. 인천의 주요한 역사적 이슈들을 중심으로 한 학술대회와 더불어 시민들에게 인천의 역사를 알릴 수 있는 향토사 강좌도 격월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벌써 79회째 개최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업들은 역사의 대중화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꾸준히 행하고 있습니다. 8월 마지막주에 이어 다음 향토사 강좌는 11월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Q. 강옥엽 박사님께서는 역사자료관에서 활동하신지 어느 덧 16년이 되셨는데요. 처음 자료관과 인연을 맺으며 만났던 인천의 기억, 인천에 대한 느낌은 어떠셨나요?
A. 고향이 인천이 아니어서,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인천으로 왔어요. 그 때가 2000년이었는데, 인천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참 다이내믹한 도시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어요. 전철만 타면 한시간만에 서울을 갈 수 있기에 서울인 것 같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도시의 느낌이 있었어요. 그렇다보니 자꾸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려하는 모습도 있었고요. 또 시골과도 같은 향토적 특성도 있었는데, 그 향토사를 만들어 온 지역의 여러 연구 자료들을 토대로 지금의 자료관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자료들은 정말 보물과도 같은 존재들이죠.
Q. 한국 현대사의 흐름에서 경제, 산업, 문화의 도시였던 인천이 많은 부분을 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잃었다는 관점도 있는데요, 실제 역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현대사에서 인천은 어떤 도시이고, 인천이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한국 현대사에서 인천은 애증이 교차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봐요. 다시 말하자면 인천이라는 도시의 가치가 현대사에서 퇴색되었다고 할 수가 있어요.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도시로 변했던 까닭에 광복 이후에 가장 많은 피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인천이 전쟁의 교두보로 자리하면서 대부분의 산업시설이나 공장들도 많이 파괴되었어요. 사실상 식민지배 기간 동안 가장 많은 탄압을 받았던 지역이죠.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많은 피난민이 모여들기도 했는데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따라 계획적인 공단 지역이 되었죠. 그렇게 현대사 흐름에서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내어주고 함께 보듬으며 성장했는데 지금의 인천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경인고속도로, 항만, 철도 등 산업화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죠. 한국의 역사에서 인천의 아픈 역사는 빼놓고 말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지금 그 역사를 외면하고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은 경제자유구역이 만들어지고 인천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인천이 가진 역동적인 힘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기부, 나눔의 영역에서 문화예술은 사실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부 활성화를 위해서 재단이 보다 더 노력해야 하겠지만, 박사님들이 생각하시기에 문화예술 분야에 기부가 필요한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인천문화재단이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만 이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사업은 이제야 시작한 셈이에요. 사실 좀 더 빨리 했었어야 하는 사업이었죠. 지금이라도 본격적인 추진을 하니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트레인에 함께하는 이유는 다른 것보다 문화재단의 이 활동들을 지지하고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뿐입니다. 통상적으로 기부라는 것은 문화 복지 쪽으로 많이 생각하지만 그 영역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맥락에서 보자면 기부문화가 더욱 풍성해지고 폭이 넓어져야 지역이 발전하고 모든 분야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거죠. 사실 이 아트레인 기부 캠페인은 인천문화재단이 인천의 시민들과 소통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 하나라고도 생각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고, 노력해가는 과정이니까 보편적인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서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인천을 연구하는 분들이기에 지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두 분께서 특별하게 생각하는 인천의 지역 혹은 공간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인천의 역사성을 가진 모든 공간이 특별합니다. 중구 개항장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업무를 하는 이 역사자료관은 당연히 특별하고,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자유공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자유공원은 대한민국 근대사의 흔적을 압축해서 가지고 있는 장소죠. 인천의 역사적인 흐름이 자유공원에는 타임캡슐처럼 쌓여있어요. 자유공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인천에 있죠. 저희에게 자유공원은 공기와도 같은 존재에요.
Q. 아트레인 기부금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했으면 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장기적인 방향성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 사업임에 틀림이 없어요. 단기간에 성과를 내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움직여지는 사업이 아니라 인천문화재단의 기존 사업과는 다른 형태로 문화예술에 있어 소외된 예술인, 시민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그런 형태의 사업들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단 내·외부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하고 성장해가야겠죠. 인천 시민의 많은 수가 아트레인의 1구좌 후원을 하는 것도 길게 본다면 목표로 잡을 수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기부자가 많아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는 것을 목표로 잡는 거죠.
Q. 마지막으로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인천시 역사자료관은 시정의 방향과 발전에 기여하는 아주 기초적인 기관이고, 우리 시대의 문화와 역사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지역 문화의 기초를 만드는 그 바탕에 역사가 있고, 그 활동을 자료관이 하고 있는 셈이죠. 인천문화재단과 마찬가지로 역사자료관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기관이에요. 시의 자료를 집적하고 단순히 시사를 편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정의 가장 하부를 구축하는 기관으로써 많은 시민들에게 지역의 역사를 알리고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연구, 수집하는 모든 자료들을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인천시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항상 공개하고 있어요. 물론 자료관 역시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향토사강좌, 사진 전시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으로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구축해가기 위해 보다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항상 밝은 웃음으로 반겨주시는 강덕우, 강옥엽 박사님의 인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긴 시간을 내 주셨던 두 박사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천광역시역사자료관
위치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39번길 74(송학동 1가 2-2)
전화번호 : 032-773-3498
개방시간 : 오전 10시~오후 5시(토·일요일, 공휴일은 정원 관람만 가능)
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정리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주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