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인천’. 요즘 인천에 관련된 뉴스에서 참 많이 볼 수 있는 단어이고, 또 인천이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문화도시 인천‘ 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어색할 뿐이다. 내가 느끼는 인천의 이미지와도 거리가 있는 듯하다. 인천에 거주하는 지인들과 인천의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문화도시라기보다는 ‘바다’와 ‘차이나타운’ 같은 관광지의 이미지가 연상된다고들 한다.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엔 하나같이 서울로 나간다는 이야기뿐이다. 나도 20여년을 인천이 아닌 타 지역에서 거주하며 성장하였기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연극 보러 서울 가자.” 라는 말과 “연극 보러 인천 가자”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가. 전자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다수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가 문화예술 생활을 즐기기 위해 서울로 간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반적인 생각으로 보이는데, 이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천에 어떤 것이 필요할까’를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문화적 가치란 무엇인지, 문화도시 인천이 되기 위해서는 왜 문화재단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문화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방법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 정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먼저, ‘가치’의 뜻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둘째, 철학적 의미로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셋째, 철학적 의미로 인간의 욕구나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치이다.‘라고 쓰여있기도 하다. 이런 의미들을 보았을 때 가치란 것은 상대적인 것으로 생각 할 수 있다. 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뮤지컬 ’캣츠‘ 공연이, 평소에 뮤지컬을 많이 관람한 사람에게는 많은 공연들 중 하나인 경험이겠지만, 뮤지컬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캣츠‘란 공연이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경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정의가 다양하다. 학자마다, 또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2016년 시행된 문화기본법에서 제시한 ‘문화’의 정의로 이야기하려 한다. 문화기본법 제 3조(정의)를 보면 “문화란 문화예술, 생활 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를 말한다.”라고 제시되어 있다. 이 두 가지 정의를 모두 고려한다면 문화적 가치란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를 인간의 욕구나 관심에 의해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천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문화적 가치를 누리기 위해서 인천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문화기본법 제4조(국민의 권리)를 보면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이하 “문화권”이라 한다)를 가진다.’ 라고 나와 있듯이, 시에서 모든 시민들이 제약을 받지 않고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은 기초문화재단과 문화예술관련 시설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문화원, 문화센터, 문예회관 등이 그 역할을 하는 기초단체들이 있지만 각각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광역문화재단들은 지역문화 정책 개발, 문화예술진흥 지원, 문화예술교육 사업, 문화 나눔 사업 및 문화시설 운영 및 문화재 발굴 등 다양한 영역의 지역문화 사업을 지역 실정에 맞게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기초문화재단들은 지역문화 시설 운영을 주로 하고 있지만, 지역문화 브랜드 육성과 생활문화 진흥 사업 추진을 통해 차별화된 지역문화 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인천에는 광역문화재단인 인천문화재단과, 기초문화재단인 부평문화재단 등 두 곳이 있다. 인천문화재단의 주요사업은 문화예술기금 지원 사업, 문화예술교육사업, 문화예술교류 사업, 문화예술정책연구사업, 아트플랫폼 운영 등이고, 부평문화재단의 주요사업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정책개발 및 자문, 공연예술진흥 및 작품 전시활동 보급, 예술창작활동 지원 및 보급 등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소수 엘리트 계급이 대다수의 민중들을 지배하는 엘리트주의를 멀리하고, 평범한 민중들이 지역 공동체의 살림살이에 자발적인 참여를 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와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를 이야기 하는데, 문화예술 환경에서도 이와 같은 형태가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시에서, 또는 광역문화재단인 인천문화재단에서 인천시민들이 문화향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문화재단인 부평문화재단 같은 곳에서 주민들이 문화예술생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동호회를 만들 수 있게 지원하고,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별로 쌓인 주민들의 자발적인 문화예술활동 기반들이 자신들의 동네를 변화시키고 실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다.
시에서는 광역문화재단인 인천문화재단을 관리·감독하고 지휘할 것이 아니라, 문화재단의 자율성과 창의적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위해 지원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인천문화재단은 시의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며, 각각의 기초문화재단들을 관리·감독·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문화전문인력으로 문화기획자, 전문문화예술인 등을 양성·교육하고 문화예술단체들이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초문화재단들은 각각의 구민들이 문화예술을 보편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기초적 지원과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천시는 일관된 문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며, 전체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는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시설이 있고 양질의 콘텐츠를 활용한 전시회와 공연들이 진행된다면, 주민들은 거주지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것이고, 그러한 경험들이 쌓이다보면 시민들은 문화적 가치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시민들의 생각이 모여 자연스럽게 ‘인천은 문화도시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나처럼 문화예술을 즐기러 서울로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 아니라 특별한 생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종균(인하대학교 문화경영심리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