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써니의 추억’ 제 37회 인천 연극제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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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인천 연극제가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인천의 대표 극단 자리를 놓고 경연을 벌이는 <제37회 인천 연극제>가 4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수봉 문화회관과 문학시어터에서 열린다. 인천연극협회가 주최 및 주관하는 이번 연극제는 인천의 연극 역사와 함께한 연극제로 총 8편의 연극들이 무대에 오른다. 인천연극협회에 등록된 단체의 연극들을 한꺼번에 만날 기회는 흔치 않아 이번 연극제가 큰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다혜

오르막길을 걷다 보니 봄을 알리는 벚나무 사이로 수봉 문화회관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건물에 걸려있는 연극제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연극제에 경선 된 참가작은 연령대에 상관없이 흥미를 느낄만한 소재로써 누구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불어 연극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입구에 들어선 순간 공연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은 무척이나 설레는 표정을 지은 채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오르막길 꼭대기에 공연장이 있는데도, 많은 인파가 이곳에 오는 것을 보면 인천 연극제가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몸소 느껴졌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접근이 어렵지 않은 장소에 있었더라면 더 많은 관객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다혜

연극제 경연 공연은 9일부터 21일까지 오후 4시와 7시 30분으로 한번 내지 두 번의 무대가 진행된다. 연극제를 취재한 14일 일요일, 이날은 극단 엘칸토의 <써니의 추억>이 진행되었다. <써니의 추억>은 70·80년대에 일상의 추억을 담은 내용으로 본격적으로 연극을 관람하기도 전에 흥을 북돋는 그 당시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무대 양쪽으로 두 개의 문과 소파가 놓여 있었고,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이 무대에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설레는 순간이었다.

극단 엘칸토 제공

연극 <써니의 추억>은 현실에서 마주하게 된 물질적인 문제와 친구 사이의 갈등을 품고 있는 내용으로 이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 크게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 다양한 고민을 관객과 함께 나눈다. 배우들은 세월이 지나고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 속에서 학창시절에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우정을 그리고 있었다. 아울러 물질적인 갈등으로 인한 여러 상황을 격한 감정이 아닌 웃음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배우들이 감정을 크게 표현하고자 할 때 무대 앞으로 가까이 나와서 관객과 눈을 맞추며 대사를 하고 무대 밖의 관객들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연극의 매력을 이번 연극제 <써니의 추억>에서 실감해본다.
연극이라는 장르가 진입 장벽이 낮아 폭넓은 문화생활은 물론, 관객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열린 무대를 마련해 준다는 특징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그리고 그러한 특징들이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느꼈다.

극단 엘칸토 제공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연극의 맨 마지막이었다. 배우의 몸짓이 다 같이 멈춰있는 동시에 무대 조명이 꺼지고 불이 들어온 스크린에서는 옛 시절 학교를 배경으로 한 흑백 사진을 연달아 보여주었다. 수업 시간의 모습, 학생들이 벌 받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장 스쳐 지나간다. 연극 내내 웃음이 가득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적이 흘렀다. 잠시나마 그 짧은 침묵 속에서 관객석에는 서로의 따뜻한 공감대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청년들에게는 그 시절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면, 중년과 노년층들에게는 그들의 회상을 통해 다시 한번 추억에 잠겨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연극제 작품인 만큼 상업적인 일반 연극과는 달리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듯했다. 이번 인천 연극제에서 어느 극단의 작품이 인천 대표작으로 뽑힐지 관심을 가지면서도 다음연도에는 어떤 작품들이 선보일지 벌써 기대하게 된다. 연극 공연 중에 웃고 즐거워하는 시민들의 반응을 보며, 접근성이 좋은 예술 분야인 만큼 시민들이 손쉽게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만끽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더 많은 시민이 연극제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연극의 막이 내려가고, 연극인이자 인천연극협회장으로 활동하는 봉두개 회장을 만났다. 봉두개 회장은 “현재 인천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연극 중심으로 인천이 문화의 중심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연극협회 등록 장치를 마련하고 소극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였다. 끝으로 “인천 연극제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제공하고 지원함으로써 시민들이 풍성한 문화생활에 한 발짝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인천 연극제가 연극을 통해 연극인과 시민이 소통하고 공감하는 소중한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 사진/ 시민기자단 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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