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어지는 도시, 더 어려워지는 계획 ‘수도권 매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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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하게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2011년 가을,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청라국제도시로 관사를 옮겨 2개월 동안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당시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악취와 관련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수도권 대부분 폐기물을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를 지목하였습니다..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서울특별시가 사용해 온 난지도 매립장(지금의 마포구 월드컵공원)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농경지 목적으로 매립된 김포매립지 중 약 600만 평을 수도권 시·군이 사용하는 폐기물을 매립하기 위해 조성하였습니다. 단일 매립지가 이정도 규모인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25년 이상 된 이 매립지는 현재 제3매립장을 조성하여 이용 중이고, 매립이 종료된 제1매립장과 그 주변은 난지도의 경험을 살려 골프장, 야생화단지 등으로 꾸며졌습니다. 지난 10월 매립이 종료된 제2매립장 또한 공원과 체육시설 등으로 변화할 예정입니다.

본래 이 매립지는 2016년까지 사용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에 이르러 서울특별시와 환경부를 중심으로 폐기물 매립 기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일어났었습니다. 대체 매립용지가 마련되지 않았고, 쓰레기 종량제 이후로 폐기물량이 줄어들어 매립 가능한 용량에 여유가 생긴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되었습니다. 이전부터 악취 등의 피해를 겪어온 인천시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매우 컸고, 2015년 인천광역시, 서울특별시, 경기도, 환경부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여 오랜 논의 끝에 몇 가지 단서를 붙여 2025년까지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도시 문제를 행정기관이 해결하려 할 때, 대부분 그곳의 관할 행정기관이 어디인지를 우선 확인할 것입니다. 만수동에 생긴 민원을 구월동에 넣지 않고, 주안동 도시정비사업을 부평구청에서 관할하진 않으니까요. 그러나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연장논의는 어떤 도시라도 해당 행정구역의 공간적 범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그림 1> 수도권매립지의 위치.
1992년 이래 바다 쪽으로 계속 늘어난 매립장이 2025년 이후에도 확장된다면 인천의 경계를 넘어 경기도 김포시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연장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인천광역시와 서울특별시였습니다.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량의 약 2/3를 차지하는 서울특별시는 지자체 내에 대체 부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반입 연장에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택지를 꾸준히 개발중인 인천광역시는 처음에는 연장에 반대했지만, 여러 협상안을 통해서 연장에 합의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었습니다.이 협상안은 최초에 공유수면 간척지를 폐기물 매립지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환경부의 토지소유권을 인천광역시가 갖고, 반입수수료를 인상하는 것 등이었습니다. 인천시는 현실적으로 대체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당시 부채로 인한 재정난을 고려해서 기한 연장을 결정하였을 것입니다.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협의의 과정입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명령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위계가 같은 두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협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천의 공간 활용 방안을 주변 지방자치단체의 합의를 통해 결정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최종적으로 합의가 되고 나서 끝까지 연장 반대를 주장한 지역 주민들은 환경단체 등과 연계하여 지역 경계를 넘어선 연대와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이렇듯 도시 공간의 문제는 단순히 그 공간내의 문제만이 아닌, 공간외 사람들과 함께 엮습니다.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 지 20년이 넘었고, 민선 자치단체장이 7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행정부는 지방자치를 더욱 강화하여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지방정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얼핏 “우리 지역의 일은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도시 공간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데 더 많은 협의와 협력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인구 증가를 위한 전략적 투자 및 외부 자원의 유치를 위해서, 또는 인프라 중복투자로 인한 경쟁력 감소를 피하고자 지자체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수도권과 같은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교통, 폐기물, 하수 등과 같은 도시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택지 개발, 산업단지 유치 등을 위해 다양한 협조와 양보, 지원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국토부의 수도권 택지 공급 계획과 서울시 내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놓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협의한 것도 이러한 예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약 10여 년 간 수도권의 많은 지자체가 내놓았던 무수히 명멸한 각종 계획에는 비슷한 단어들을 지속해서 접해왔습니다. ‘국제업무’, ‘바이오’, ‘IT’, ‘R&D’, ‘MICE 산업’, ‘한류’, ‘K-Pop’, ‘관광’, 그리고 최근에 화두인 ‘4차 산업’입니다. 수도권의 많은 지구단위계획은 크게 다르지 않은 지향점을 두고 달려왔습니다. 이 계획 중 일부는 성공하고, 일부는 느린 걸음으로 걷거나 뒷걸음질 치기도 하고, 일부는 종이 위에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유사한 기능과 목표를 가진 여러 도시들-역시 어딘가는 성공하고, 어딘가는 실패한- 을 주변 국가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예로 상하이의 푸동과 린강, 텐진의 유지아푸, 선전, 광저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림 2> 무산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 조감도(좌)와 최근 진행 중인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 마스터플랜(우).
인천경제자유규역(IFEZ)의 경쟁상대가 푸동과 홍콩, 싱가포르이기 전에 위에 나타난 서울의 지구단위계획일지도 모릅니다.

중앙정부의 계획을 통해 추진된 경제특구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계획한 신도시는 기능과 목표의 중복과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그래서 계획 단계에서 적절한 투자를 얻지 못해 무산되기도 하고, 기반시설이 잘 조성된 도시가 적절한 입주기업을 찾지 못해 비어있거나, 목표만큼 인구가 증가하지 않아 고민하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허브를 꿈꾸며 계획된 공간이 불과 4~50km 떨어진 다른 지자체의 유사한 공간과 경쟁해야 합니다. 도시가 지닌 역사성과 강점이 그 도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 도시의 ‘테루아’가 오늘날의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기도 하고, 미래에 주목 받는 산업과 멀어질 때 지자체와 계획가는 우리 도시 안에 세계적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어 침체와 답보의 상황을 돌파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도시 계획은 정부와 공공의 추진으로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 투자와 경제의 영역에서 완성됩니다. 또한, 세계화 이후 작은 지방자치단체의 힘으로 세계 단위의 경제적,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시를 만들기는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도시와 주변 지역들이 협력하여 산업을 육성하고 도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세계 도시지역(Global City-Region)’이라 합니다. 한 도시를 계획하는데 주변 도시의 생각과 이해가 점차 필수적으로 되고 있습니다.

공공은 시민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공간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공의 계획가도 먼 훗날에 사람들이 편리하게 머물고 이동하도록 적합한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그런데 도시는 발전할수록 국가와 대륙의 경계를 넘어, 더욱 더 넓은 세계와 연결 됩니다. 이에 따라 계획가가 생각해야 하는 고민의 영역도 방대해지고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글·이미지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사스키아 사센(2016). 세계경제와 도시. 푸른길
서형준(2017). 옹호연합모형을 활용한 수도권매립지 사용연장 정책과정에 대한 사례분석. GRI 연구논총, 19(2)
신상준(2017). 정책네트워크와 공공갈등 –수도권매립지에 관한 정책형성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정책학회보, 26(3)
정원욱,김숙진(2016). 수도권매립지 입지갈등의 전개: 네트워크 효과로서의 영역 개념을 중심으로. 대한지리학회지,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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