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송도 트라이볼에서 연극 <사방팔방>이 막을 올렸다. 12월 2일까지 3일간 진행한 공연은 전 좌석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을 선보인 극단 위로는 ‘위로해주다.’와 ‘위로 올라가자 혹은 성장하자.’라는 의미를 지닌 공연단체로서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조화를 통해 우리의 것을 간직하고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연극 <사방팔방>은 일본 유명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을 원작으로 하여,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사신들이 인간 세상의 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으로 재구성되었다.
청, 백, 적, 흑 사신들은 가무를 즐기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날을 보내다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낀다. 그들은 새로운 놀잇감을 찾던 중 인간 세상에서 풀리지 않은 하나의 살인사건에 호기심을 느끼고 자세히 파헤쳐보기로 한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의 시선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기로 하고, 이로써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사신들의 가면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 사건에는 시신으로 발견된 무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산적, 이렇게 세 사람이 등장한다. 죽은 자를 제외하고 산적과 아내는 서로 본인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엇갈린 진술을 한다.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사신들은 세 명의 탈을 쓰며 각각의 입장에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하는 이가 나타난다. 그는 나무를 하러 숲속을 지나다 우연히 현장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죽어가는 무사의 옆에 값이 비싸 보이는 칼을 발견하고, 칼만 챙겨서 곧바로 그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한다. 과연 그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극 중 사신들이 추는 춤은 공연단체 위로에서 우리나라 전통춤을 모티브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춤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선보이는 춤은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도 무대가 전환되는 효과를 준다. 더욱이 음악 효과를 위해서 음원 파일을 재생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악사들이 연주하는 것으로 갈음하였다. 라이브 연주를 통해 극적인 효과 연출과 더불어 또 하나의 즐길 거리를 선사하였다.
사신들은 사건을 풀어나가며 마주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꼬집는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타인과 비교하여 누가 더 선한지 논할 수 없으며, 저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만 무던히 애쓴다. 심지어 사건과 관련이 없었던 나무꾼마저 개인의 욕심 때문에 사건에 연루하게 된다. 이처럼 세상사 모든 일이 한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원작 소설과 이 연극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개인의 욕심으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 이 이야기의 진실은 아니었을까?
글 시민기자단 김다솔
사진 차민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