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노벨문학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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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없습니다. ‘미투 파문’으로 69년 만에 선정되지 않은 겁니다. 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림원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벨문학상은 매년 10월 스웨덴 한림원 종신 위원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됩니다. 종신 위원은 모두 18명.

지난해 11월, 한림원은 미투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다수의 여성이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로부터 20여 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아르노는 한림원의 종신회원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었습니다. 노벨문학상 위원 18명 중 7명이 줄줄이 사임했고, 11명만으로는 수상자 선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뽑지 않았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림원은 난리가 났고, 칼 16세 구스타브 왕에게도 보고가 됐습니다. 국왕은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2016년 수상자인 밥 딜런을 포함해 최소 6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사전 유출됐다는 혐의까지 드러났습니다. 사태는 더 심각해졌죠.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은 바로 사임하지 않았고 다른 종신 위원들의 사퇴 요구도 쉽게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한림원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가 사건을 책임지고 물러난 뒤 프로스텐손도 사의를 표하면서 노벨문학상 선정에 위기감이 돌았습니다.

엎친 데 덮쳐 미투 사건 피의자 장 클로드 아르노가 스웨덴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의 엉덩이까지 더듬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빅토리아 공주는 수년 안에 여왕이 될 사람이었습니다. 뉴스를 접한 스웨덴 시민들은 ‘아르노는 완전히 돈 놈’이라고 성토했고 노벨문학상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시민들은 한림원 해체를 요구했습니다.

감라스탄(Gamla stan)의 옛 증권거래소 건물. 이 건물 2층이 스웨덴 한림원이다
출처:데일리안

1786년 구스타브 3세가 설립한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을 선정, 발표하는 스웨덴 최고의 학술 단체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세 들어있는 건물은 스웨덴을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죠. 건물 1층에는 노벨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벨 재단의 라르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스웨덴 아카데미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른 기관에 노벨문학상 선정을 책임지도록 할 수 있다”며 “한 번 선정권을 잃으면 이를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노벨문학상 선정권의 영구 박탈을 시사했습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지난 1901년부터 100년 넘게 노벨문학상을 선정해왔죠.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은 노벨문학상은 영국의 맨 부커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입니다. 노벨문학상은 국제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고 상금도 800만 크로나(약 13억 원)로 맨 부커상의 5만 파운드(약 8,500만 원), 공쿠르상의 10유로(약 1만 5000원)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해마다 전 세계의 작가 중 한 사람에게 주며 대개는 작가의 작품 전체를 평가합니다. 후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며 세계 곳곳의 관련 단체로부터 1월까지 후보를 추천받아 최종 5인을 심사에 올립니다. 10월 초에 수상자를 발표하고,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에 열립니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적 성취 외에도 장르와 지역,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서 주어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닙니다. 1914년, 1918년, 1935년, 그리고 1940년부터 1943년까지 총 일곱 번 수상자가 없었죠. 수상작을 찾지 못했거나 1, 2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수상이 거부된 해도 있었습니다. <닥터 지바고>를 쓴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정부의 압력으로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프랑스의 장 폴 사르트르도 1964년 문학상 발표 후 “자신은 언제나 공적으로 주어지는 상을 거절해 왔으며, 제도권에 의해 규정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지난 5월 4일 올해 노벨문학상을 선정하지 않기로 한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을 보도한 신문 기사(캡처)
출처:데일리안

스웨덴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 명은 노벨문학상 대안으로 ‘뉴아카데미’를 설립했습니다. “문학은 특권과 편향으로 인한 오만과 성차별 없는 민주주의, 투명성, 공감, 존중을 증진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며 노벨문학상을 대신해 ‘뉴아카데미문학상’을 주겠다고 나선 거죠. 도서관 사서들이 후보를 선정하고 일반 시민의 인터넷 투표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편집자, 대학교수, 사서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에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자를 공표할 예정입니다.

출판계 거물 앤 폴슨이 이끄는 뉴아카데미는 일반 시민을 수상자 선정 과정에 참여시켜 노벨상의 폐쇄적인 선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이 47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3만 명 이상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 4명이 선정됐으며 이 중에는 최근 노벨상 후보에 자주 오르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있습니다. 이밖에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신 작가 마리즈 콩데, 베트남 출신 킴 투이, 영국 장르소설 작가 닐 게이먼이 올랐습니다. 시상식은 12월 1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립니다.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후보 선정에 감사를 전하면서도 집필 전념을 이유로 사퇴했다고 하네요.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이 내년으로 연기된 가운데, 라르스 헤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2018년 9월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한림원의 구조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벨문학상을 영구 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 조선닷컴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1901년 쉴리 프뤼돔 시인을 시작으로 토마스 만(1929), 헤르만 헤세(1946), 오엔 겐자부로(1994), 존 멕스웰 쿳시(2003), 그리고 파트릭 모디아노(2014)가 있습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 작가 15명, 미국 작가 12명, 영국 작가 10명, 독일 작가 8명, 스웨덴 작가 8명, 스페인 작가 6명, 이탈리아 작가 6명, 폴란드 작가 4명, 아일랜드 작가 4명 등이 있고요. 언어권으로 분류하면 영어권 27명, 불어권 16명, 독일어권 13명, 스페인어권 11명, 스웨덴어권 7명, 이탈리아어권 6명, 러시아권 5명, 폴란드어권 4명, 노르웨이권 3명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16년 노벨문학상은 ‘밥 딜런’이 수상했습니다. 앨범〈The Freewheelin’ Bob Dylan>을 통해 저항 운동계의 음악가로 더 알려졌죠. 열 살 때부터 시를 썼으며 그의 가사에서 엿볼 수 있는 시적인 면모는 대중음악 가사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 인정을 받았습니다. 1997년에 처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됐으며 지난 수상 과정에서 “위대한 미국 음악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작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일본 태생의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입니다. 그의 작품 중 <나를 보내지 마>는 영화로도 제작돼 화제를 일으켰는데 ‘정상인’에게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태어나고 사육된 복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지난 1~10일 독자들을 대상으로 ‘2018 노벨문학상 작가’를 선정하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총 16만17명의 독자가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한강이 3만2528표(20.3%)로 1위로 뽑혔습니다. 2위는 <개밥바라기별>, <바리데기>의 소설가 황석영, 3위부터 5위는 각각 <기사단장 죽이기>의 무라카미 하루키(10.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9.7%), <로드>의 코맥 매카시(5.4%)입니다.

글·이미지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문무학의 문화읽기] 노벨문학상과 뉴아카데미문학상
영남일보, 2018.10.10(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노벨문학상… 올해는 없습니다
연합뉴스, 2018.10.8(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한림원도 고은 시인도 미투로 구설…노벨문학상 사라진 이유
이데일리, 2018.10.3(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노벨상 주간, 그러나 노벨문학상이 사라졌다
데일리안, 2018.10.7(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노벨재단 사무총장 “노벨문학상 영구 폐지도 고려”
조선닷컴, 2018.9.29(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한강, 독자들이 선정한 ‘2018 노벨문학상 작가’
이투데이, 2018. 10.11(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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