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에 위치한 세종문고 한켠에는 모임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동네 주민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공간이자 조화로운 강서경님의 작업실이다. 수작업한 자수들과 스케치 그림 등을 보여주며 그림 속 새의 특징을 설명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며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자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인천채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종문고 : 강서경님의 작업실
조화로운 팀 활동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강 : 저희는 인천 지역에 동식물을 같이 탐사하면서 사진 촬영을 하고, 그 채집한 내용(사진)으로 친구는 그림 작업을 하고, 저는 핸드메이드 작업(자수나, 뜨개 등)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하게 활동해보려고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나 함께 작업하게 되셨나요?
강 : 저희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예요. 지현이는 그림을 계속 그려왔고, 저는 일반 회사에 다녔는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예전부터 좋아해서 취미로 하고 있었어요. 따로 지내도 항상 공통관심사가 있어서, 어떤 얘기든 서로가 호감을 보이곤 했는데, 친구가 이 프로젝트(청년예술인 레지던스)가 있으니 같이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어요. 저는 원래 아기가 아직 어리고 육아 때문에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도 작년부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시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서점(세종문고)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보고, 앞으로의 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제안을 받아서 함께 시작하게 됐어요.
조화로운 팀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강 : 저희는 사실, 팀이라는 명칭이 어색해요. 저희는 오랜 친구이고, 이 팀명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만든 거예요. ‘인천채집’이라는 프로젝트명은 친구가 생각한 거고, 저희가 주로 새와 꽃을 좋아해서 제가 새 조(鳥)와 꽃 화(化)를 써서 ‘조화로운’이라는 팀명을 만들게 되었죠.
이 : 저희가 원래 동식물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해서,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도 둘이 같이 매화 축제도 가고, 동백꽃 축제도 가고 했었어요.
강 : 20대 초반부터 그랬어요. 어르신들과 어울리면서 관광버스 타고 가고, 정말 사소한 것들을 좋아했어요.
이 : 둘 다 예전부터 꽃은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는 새에 관심이 가면서 그다음부터 새를 조금 더 집중하게 됐어요.
강 : 그래서 ‘인천채집’과 이 ‘조화로운’이 합쳐진 게 저희 주제인 것 같아요.
계양산에서 인천의 생태자원의 풍부함을 알게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이전부터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었나요?
이 : 제가 원래 생태 그림책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처음에 ‘호박이랑 넝쿨째’라는 작업을 하면서 식물에 관심을 두다가 그다음에 받은 원고가 딱따구리 원고였어요. 저는 딱따구리가 가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작가 선생님과 다니다 보니까 생각보다 계양산에도 딱따구리가 굉장히 많이 살고 있더라고요. 그 때부터 계양산에 딱따구리가 짝짓고, 둥지 틀고, 새끼 낳고, 이소시키는 것까지 보면서 그 주변 새들을 계속 관찰하게 되었어요. 계양산은 저에게는 새를 처음으로 자세히 관찰하게 된 곳이죠. 그래서 계양산에서 찍은 사진이 제일 많고 작업이 제일 많은 편이에요.
이지현님이 작업한 그림책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작품을 만드시는데, 작품은 예쁘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가니 힘드실 것 같아요. 사진으로도 충분히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핸드메이드를 제작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 :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활동도 하고 그 안에서도 사진 전시를 해요. 하지만 전시만으로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기가 힘들고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전시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보다는 그림이나 친숙한 물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더 좋을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은 상당히 전문성이 필요하고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강 : 저희는 사진 기능이 별로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서(웃음) 그냥 사진만 봤을 때는 단조롭잖아요. 핸드메이드로 하면 저처럼 비전문가도 작업할 수 있어요. 이 작업물이 카드 케이스나 파우치가 될 수 있는데, 이런 걸로도 인천에서 이런 동․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죠. 예쁜 그림이나 엽서를 보면서 이곳에 어떤 동식물이 있구나를 알게 될 수 있거든요. 지금 저희가 작업하는 곳은 소래습지 생태공원인데, 지현씨가 그림까진 완성했어요. 제가 거기에 사는 백로나 지칭개라는 식물 등을 자수로 작업해서 패키지 상품으로 제작할 수도 있겠죠.
이 : 제가 사진 찍으면서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활동도 하고, 그 안에서도 사진 전시를 해요. 하지만 전시만으로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기가 힘들고,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전시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문제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보다는 그림이나 예쁜 물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더 좋을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은 상당히 전문성이 필요하고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소래습지생태공원 배경이미지 | 소래습지생태공원 동식물 |
혹시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 중에서 애착이 가는 그림이나 핸드메이드가 있으신가요?
강 : 딱 생각은 안 나는데, 다 엄청 열심히 해서… 제가 사실 자수가 처음이나 마찬가진데, 계속 똑같은 새를 수놓고 하다 보니까 조금 요령도 생기긴 하더라고요. 음.. 얼마 전에 팔렸던 작품이 생각나는데, 지현씨가 굉장히 좋아하는 ‘물까치’가 있어요. 그 새 사진을 보고 지현씨가 그림을 그리면, 저는 그 그림을 보고 수를 논 게 생각이 나요.
물까치 작업
새에 관련해서 두 분이 스터디도 함께 하시나요?
강 : 같이 스터디를 하는 건 아니고, 저는 친구랑 얘기하면서 많이 알게 되요. 서점을 하니까 가끔 관련 책이나 도감도 보고요.
이 : 작년에 인천시에서 ‘인천광역시 탐조 가이드 양성교육’을 했어요. 저는 그 초급 과정과 심화과정을 대략 7개월 정도 들었었어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인천의 새에 관심을 가졌어요. 근데 좀 아쉬웠던 점은 저만 일반인이었고, 대부분 인천녹색연합이나 환경연합 같은 기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더라고요. 일반인들도 충분히 와서 들을만한 수업이었는데,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그리고 작년에 한 번 하고 끝난 점도 안타깝고요.
‘인천광역시 탐조가이드 양성교육’ 에서는 주로 어떤 것을 배우셨나요?
이 : 비슷한 새들을 가려내는 것을 ‘동정’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새 이름을 알아내는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인천에서 탐조할 만한 장소들과 거기서 볼 수 있는 새들을 배우면서 새 사진을 찍는 방법도 익히기도 하고요. 두세 번 탐조하러 섬에 갔는데, 영종도랑 남동 유수지 등을 같이 돌기도 했죠.
인천의 자연 중에 주로 새를 주제로 만든 작품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이 : 저는 대학교 때 부터 풀꽃에 관심이 많아서 보이는 대로 예쁜 풀꽃들을 그렸어요. 대학교 졸업작품으로 100호짜리 화판에다가 풀로만 가득 채웠거든요. 그때는 사실 이름도 모르고 예뻐서 그렸어요. 졸업하고 나서는 생태 세밀화 쪽으로 작업하기 시작했고요. 계속 식물에 관심이 있다가 새는 정말 원고 때문에 했어요. 사실 새에 관련된 원고를 받고 나서 멘붕이 왔어요. ‘새가, 정말 그렇게 많아? 딱따구리 보려면 설악산에 가야 하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을 할 정도로 되게 무지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계양산에 가도 딱따구리 종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고, 계속 보니까 어느새 잘 보이더라고요. 저는 나중에 전통초상화(비단에 섬세하게 그리는 그림)로 새를 그리고 싶어요. 이때까지 수채화나 한국화로 그린 식물 작업은 많은데, 새는 많지 않거든요. 새를 세밀하게 한국화로 그려보고 싶기도 하고 새가 많이 멸종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박새그림
계산동 및 승기천 등 작업을 위해 다양한 곳들을 방문하셨는데, 혹시 장소 기준이 있으신가요?
이 :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생태계에서 위협받고 있는 쪽인데, 처음부터 그런 방향으로 가기에는 서경씨가 관심이 적은 상태이고 다른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가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주변에서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먼저 작업할 예정이에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예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거든요. 계양산을 가도 등산 하시는 분들은 많은데, 제가 새보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 저게 무슨 새냐고 묻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곳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산에 다니는 분들이 많은 거죠.
생각해보면 저도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만 해도 다양한 새를 보는데, 어떤 새인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이 : 사실, 번식 때가 되면 아파트 쪽에서 새들이 번식을 많이 해요. 제 생각에는 천적들이 사람한테 가까이 안 오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계산동 아파트에도 물까치나 지빡구리, 박새 같은 새들이 번식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번식을 하고 나면 없어져요. 산으로 날아가는 것 같아요. 아파트뿐만 아니라, 산에서도 사람들이 다니는 길 주변에서 번식을 많이 해요. 그래서 생각보다 아파트에서 새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데, 신경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거죠.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새가 있으신가요?
이 : 요즘에 관심이 있는 곳은 영종도 쪽이에요. 원래 영종도가 있고, 주변에 여러 섬이 있었는데, 공항이 생기면서 하나가 되었잖아요. 거기서 분명히 많은 새가 살았을 텐데, 그 새들이 터전을 잃고 어디로 갔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이런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작업을 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공항 문제가 많이 화두가 되고 있잖아요. 공항으로 인해 섬과 새의 생태계에 관한 문제를 작업해보고 싶어요.
이지현님 사진
주변 환경과 연관해서 새를 그리고 싶은건가요?
이 : 네, 환경에 영향을 받는 새의 문제에 대해서 하고 싶어요. 새 하나하나가 예쁘고 좋고 새 하나씩 그려보고 싶지만, 지금 제가 인천에서 새를 보고 가장 충격받았던 게 환경 문제와 새 관계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11공구(송도매립구역)에 가보면 이미 매립된 곳인데도, 지금 검은머리물떼새라든가 검은머리갈매기들이 거기서 번식을 해요. 거기에 건물이 들어서면 그 새들이 갈 데가 없어지는 거죠.
<인천채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이 : 도요새 보러 영종도에 갔었어요. 무리를 보려고요. 원래는 진짜 많거든요.
강 : 이번 여름에 진짜 너무 더웠잖아요. 저희가 면허가 없어서 차도 없이 힘들게 영종도에 갔는데, 물때가 안 맞아서 결국 아무것도 못 찍고 온 거예요. 진짜 아무것도 없는데, 3시간 동안 밥도 못 먹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땡볕에 살 탄 자국이 아직도 있어요.
이 : 물이 조금씩 들어와서 새들이 우리한테 가까이 오면 많은 무리를 볼 수 있는데, (물이) 쫙 빠져있었어요. 그러면 새들이 여기저기 다 먹이를 먹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 흩어져 있었어요.
강 : 그런 상황들이 어려워요.
청년 레지던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데, 좋은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이 : 저는 일단 취지가 굉장히 좋았어요. 인천에서 할 수 있는 작가들을 모집하고 다른 사업들 비해서 예산 쓰는 것도 편하고 좋았거든요. 다만 작업을 완성하는데 주어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 아쉬운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한여름에 시작해야 하니까 작업하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취지 자체는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 : 일반 사람들이 이 근처에 어떤 생물이 산다는 것, 그 정도만 알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참새 말고도 이렇게 많은 새들이 있구나.’라고 관심을 조금씩 기울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수업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내용이 있었는데, 계양산에 골프장 문제가 논란이 많았잖아요? 모 기업에서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그랬었는데, 사실 그런 일은 시민들이 막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근데 그곳에 사람들이 많이 가고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국회에서 골프장 건립을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었거든요.
사실 인천에는 개발 때문에 사라져 가는 곳들이 분명히 곳곳에 있을 테고, 우리가 관심만 가지고 잘만 찾아가면 지킬 수도 있거든요.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어떤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어서 점점 더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주변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에요.
<인천채집> 포스터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지연
사진 / 조화로운팀 제공
이진솔(정책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