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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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황정순(黃貞順, 1925~2014)은 경기도 시흥군 수암면 출생이다.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외가가 있는 인천으로 와 영화학교에 다녔다. 본인의 구술(口述)에 의하면 늘 몸이 아파 학교를 겨우겨우 다녔다고 하는데 4학년 때, 영화학교의 일본인 선생이 싫어 인근 학교(창영학교인 듯)로 전학을 했다고 한다. 이 두 학교를 졸업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 무렵 서울 수학여행을 갔다가 유명한 와이즈 뮐러 주연의 ‘타잔’ 영화를 보고 배우에 대한 선망을 가지게 되었고 15세 때인 1940년, 사촌 언니가 사는 서울로 가출해 동양극장 내에 설립된 극단 <청춘좌>에 입단했다. 그 후 극단 <성군> , <자유극장> 그리고 라디오 성우를 거쳐 1950년 극단 <신협>의 창단 멤버로 활동했다.

“무엇보다도 사생활에 건실하다는 점이 기특하게 여겨진다. 여배우라 하면 이 세상 여자와는 좀 다른 지역에 사는 인간인 듯이 자처하여 냄새를 피우고, 활동사진 몇 개에 얼굴이 나타나기만 하면 명동 거리에 치맛바람을 일으켜 마지않는 요즘 세태, 아니 요지경 속 영화계에서는 보기 드문 여배우라는 것이다.”

1956년 영화 「자유부인」에서 ‘최고급품 사나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주선태(朱善泰)가 황정순에 대해 평한 말이다. 그의 이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출연한 수백 편의 연극과 영화에서 그녀가 온 국민에게 남긴 영원한 한국의 주부상, 여성상은 누구도 다시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불멸의 캐릭터이다.

황정순이 인천에서 자라 한국 영화사의 큰 획을 그은 대배우요, 한국 여성상의 표본이 되었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인천은 행운이고 복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우리 인천의 영화사(映畵史)조차 단 한 마디도 그녀에 대해 기록해 놓은 것이 없다는 점이다.

김윤식/시인,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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