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연주자는 정밀 묘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인천신포니에타> 이종욱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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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9일에 <인천 신포니에타>에서는 김중석 교수님께서 작곡하신 <몽유도원>을 초연한다. 안평대군이 도원에 다녀온 꿈의 내용을 화폭으로 고스란히 담아낸 안견의 몽유도원도. 음악으로 재구성한 <몽유도원>을 감상해보며 저마다의 꿈을 꿔본다.

<인천 신포니에타> 창단 배경에 대해 궁금합니다
제가 인천과 처음 연을 맺은 게 1994년도에요. 당시 대학을 바로 졸업하고 인천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로 오게 되었죠. 그러다 1998년도부터 2004년까지는 인천 챔버 오케스트라 악단으로 활동했었어요. 당시만 해도 인천에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가 많지 않았고, 출중한 연주자들은 무조건 서울 무대에 서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었어요.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면서 인천에서 악단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을 했고 2005년에 <인천 신포니에타>를 창단했죠.

<인천 신포니에타> 대표사진, 인천신포니에타 제공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만, 신포니에타의 개념은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심포니에타의 의미와 매력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심포니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규모’라는 개념이고 ‘에타’는 앞의 의미를 반대되게 만들어줍니다. 다시 말하면 ‘심포니에타’는 크지 않다는 의미이죠. 챔버오케스트라와 비슷한 형식이라 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요즘에는 현악기 중심의 오케스트가 많이 배출되고 여러 악기가 종합적으로 소리를 내다보니 그 웅장한 면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쫓아갈 수 없어요. 하지만 현악기 고유의 섬세한 음악을 표현하기에는 심포니에타가 아주 적합한 규모이죠.

인천지역의 음악 영재를 발굴하고 후견인 역할로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는데,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94년도에 인천 청소년 교향악단에 있을 때만 해도 전국 청소년 교향악단이 2~3개 팀밖에 없었어요. 당시 인천에서는 예술고등학교도 없던 열악한 환경이라 음악을 진로로 결정한 아이들을 위해 선배로서 이끌어주자는 마음이 컸죠. 연주자로 활동했지만, 사실 주된 업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기도 했고요. 저희와 협연을 했던 아이들이 5명밖에 없지만, 그 친구들 모두가 좋은 결실을 맺는 것을 지켜보며 큰 보람을 느꼈고,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경험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 운이 좋게도 ‘공영장상주단체’에 선정되면서 아이들을 무료로 지도할 수 있는 뜻밖의 기회가 생기게 되었고요.

<인천 신포니에타> 이종욱 대표

 민간에서 지역악단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주변에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있으신가요?
우리 단체를 10여 년간 후원해주시는 ‘일륜회’라는 단체가 있어요. 일륜회는 인천 음악발전을 위한 ‘하나의 바퀴’라는 의미로 지어졌죠.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일륜회는 배경숙 전 인하대 법학대학교수를 주축으로 결성되어 현재는 조애진 육아방송 대표이사가 회장을 맡고 계셔요. 인천시립교향악단이 시립이 되기 전부터 후원했던 단체로서 인천신포니에타도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후원해 주고 계시죠.

최근에 진행된 연주회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싶으신가요?
2005년부터 2016년까지는 김중석 교수님께서 <인천 신포니에타>가 발전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과 음악적 방향을 제시해주셨고, 작년에는 이정일(울산대 교수, 코리아 심포니)교수님께서 저희 악단에 예술 감독으로 취임하시면서 몇 가지 변화가 생겼죠. 교수님께서 작년 연주회의 모든 프로그램을 맡으셨는데 대부분 현대곡을 메인으로 선정하셨죠. 현대곡을 보통 난해하게 생각하지만, 선곡하신 곡은 긴장감을 늦추기보다는 계속 긴장감을 갖고 들어야 하는 재밌는 곡들이 많았어요. 작년에는 저희를 찾아주셨던 여러 분들로부터 아낌없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죠.

뛰어난 클래식 연주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으나, 여전히 클래식 음악 소비와 저변이 확대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문화예술 교육자로서 이러한 간격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고민해보셨는지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실력이 빼어난 연주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관객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입시 영향이 제일 크다고 생각해요. 공연이 매진되었던 적이 1994년도, 2006년도 두 차례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때만해도 학교 음악 선생님께서 방학만 되면 아이들에게 연주회 감상문을 과제로 내주셔서 아이들이 음악회에 많이 왔었죠.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 동안에 잠깐 얘기를 나눠보면, 뜻밖에도 연주회를 처음 경험해본 아이들이 꽤 많더라고요. 비록 과제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계기마저 없다면 끝끝내 아이들은 공연장을 찾지 않을뿐더러 기본적인 에티켓마저 몰랐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에는 아이들이 치열한 입시 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이러한 경험마저도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대중들이 클래식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악단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나요?
클래식 연주단체는 정밀 묘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대상을 흡사하게 묘사하듯 클래식 연주자들도 작곡가의 의도대로 공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클래식 원곡이 변질되면 그 음악의 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에 흥미위주로 음악을 편곡하고 변형하는 작업을 개인적으로는 반대합니다. 그래서 대중들과 함께하고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제 나름대로 고심하던 끝에 1시간 20분을 초과하지 않고 공연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죠.

<인천 신포니에타> 악단, 인천신포니에타 제공 

 매년 <Virutoso of incheon 인천을 빛낸 음악인>이라는 주제로 레퍼토리 공연을 꾸준히 선보이고  계십니다. 올해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어떤 점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2006년부터 시리즈를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천 출신이거나 인천에서 활동하는 분 중에 음악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연주가와 작곡가를 모시고 연주를 계속 해왔죠. 아무래도 인천이 서울과 물리적으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은 인천보다 서울에서 공연을 보고, 아울러 연주자들도 서울 무대에서 연주하기를 선호하죠. 인천이 사각지대라는 느낌을 줄곧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럴수록 인천 출신의 연주자들과 공연하는 무대를 많이 선보여 인천 시민들이 점차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고착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죠. 이번 9월 30일 공연에서는 나은아 교수님께서 피아졸라의 <사계>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2014. 12.10 Four seasons2.MP4_000320247, 인천신포니에타 제공

오는 8월 9일에 정기연주회를 맞이합니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Virutoso of incheon>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요?
<Virutoso of incheon>의 경우에는 연주자들이 원하는 곡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반면에 정기연주회는 대중들이 원하는 레퍼토리로 함께 구성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재작년까지 예술 감독이셨고 현재는 예술 고문으로 활동하는 김중석 교수님께서 <몽유도원>이라는 초연 작품을 연주하시죠. 안평대군이 아꼈던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교수님께서 음악으로 표현한 곡인데 몽환적인 매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곡을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시는 거라서 더욱 뜻깊은 정기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인천 심포니에타>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클래식 연주자들은 정밀 묘사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이벤트성 연주회를 하려는 계획은 없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나름대로 준비한 연주를 무대에서 묵묵히 공연하는 게 솔직한 목표입니다.

글/ 사진
이진솔(정책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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