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불교문화를 계승해온 한국의 사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선암사(전남 순천), 대흥사(전남 해남) 일곱 곳입니다.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창덕궁, 수원 화성,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 경주역사유적지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 왕릉, 하회/양동마을, 남한산성, 백제 역사유적지구 등에 이은 한국의 13번째 세계유산입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은 보존 가치가 있다고 요구되는 인류의 보편적인 유산을 말합니다. 1960년 이집트의 아스완 댐 건설로 누비아 유적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전 세계 60여 개국이 나서 아부심벨 대신전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지난달 30일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사찰이 7~9세기 창건 이후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은 험난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세계인들이 항구적으로 아끼고 가꿔나가야 할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이 기준은 다양하게 해석되는데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을 대표(호주 오페라하우스)’,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특출한 증거(태국 아유타야 유적지)’, 인류 역사의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대표적 사례(종묘)’ 등이 있습니다.
모든 문화유산에는 진정성, 다시 말해 재질, 기법 등에서 원래의 가치를 보유해야 합니다. 박물관의 조각상이나 공예품, 회화와 같은 문화재가 세계유산에 포함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유네스코는 인위적인 힘을 받았거나 가공된 것은 세계유산 반열에 오를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로,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자장율사가 세웠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수행자가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득도해 일체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입니다.
불가에서 금강계단은 승려가 되는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수계의식(부처의 가르침을 받드는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을 받음)이 행해지는 곳입니다.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죠.
현재의 금강계단은 고려, 조선 시대를 거쳐 여러 차례 수리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금강계단 양식을 유지합니다. 1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통도사는 석가모니 부처님 정골 진신사리와 가사, 대장경 400여 함이 봉안된 계율 근본도량으로 ‘불지종가 국지대찰’로 불립니다. 금강계단과 대웅전 등 수십 점의 보물과 국보를 비롯하여 4만 점이 넘는 유물을 간직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시장입니다.
봉황산 중턱에 있는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대사가 화엄의 가르침을 펼친 곳입니다. 배흘림기둥으로도 유명한 국보 18호 무량수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로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가장 오래되고 우수한 목조 건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붕을 떠받치는 공포(栱包)가 기둥 위에만 배치된 주심포, 아무 문양 없이 곧게 뻗은 창살, 추녀의 곡선 등 꾸밈없는 담백함이 기품을 더합니다.
<삼국유사>에는 이 절의 창건설화가 실려 있습니다.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그를 흠모했던 여인이 용으로 변신해 따라왔습니다. 의상이 화엄을 펼칠 땅을 찾아 봉황산에 이르렀으나 도둑의 무리 500명이 그 땅에 살고 있었고, 커다란 바위로 변한 선묘 여인이 공중에 떠서 무리를 위협함으로써 그들을 몰아내고 절을 지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석사 무량수전 뒤에 부석(浮石)이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선묘 여인이 변했던 바위라고 전해집니다.
부석사는 소백산맥과 태백산맥의 양백지간에 자리한 풍광 좋은 사찰입니다. 부석사에 도착하면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범종루, 무량수전에 이르기까지 9단의 석축을 올라야 합니다. BBS NEWS는 아미타신앙에 바탕을 둔 의상 스님의 화엄사상과 극락정토 구품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고 전하네요.
법주사는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 불교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미륵신앙의 대표 도량으로 33ⅿ 높이의 미륵대불이 우뚝 서 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탑 팔상전과 쌍사자 석등도 볼 수 있죠. 3점의 국보와 13점의 보물 등 40여 점의 문화재를 품고 있어 ‘보물창고’, ‘야외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하네요.
국보 제5호 쌍사자 석등은 사자를 조각한 석조물 가운데 가장 오래됐습니다. 넓은 8각 바닥돌 위에 올려진 사자 조각은 두 마리가 서로 가슴을 맞댄 채 뒷발로는 아랫돌을 디디고, 앞발과 주둥이로는 윗돌을 받치고 있습니다. 통일신라 성덕왕 19년(720)에 세워진 것으로 추측되며, 8각 기둥 대신 두 마리 사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상당히 획기적인 시도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법주사 사천왕 석등(보물 제15호)과 함께 통일신라의 대표 석등이죠.
순천 선암사는 사천왕상과 어간문 등이 없는 삼무(三無) 사찰로 호남의 3대 명산으로 꼽히는 조계산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매표소에서 사찰에 이르는 1.5㎞ 숲길은 ‘전국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인상적입니다.
선암사 대웅전은 조선시대 정유재란(1597)으로 불에 타 없어졌다가 현종 1년(1660)에 새로 지었습니다. 그 후 영조 42년(1766)에 다시 불탄 것을 순조 24년(1824)에 지어 오늘에 이릅니다. 잦은 화재와 일곱 차례의 중건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배치를 지우지 않은 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 ‘선암사’에 등장하는 해우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식 화장실입니다. 보물 제1311호인 대웅전을 비롯해 각황전, 팔상전 등 오래된 전각과 돌담, 아기자기한 정원 등 빼어난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대흥사는 전남 해남군 두륜산 줄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두륜산(대둔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불전들을 지형 조건에 따라 배치해 자유로움과 조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천불전은 대흥사 남원(南院)의 중심 불전입니다. 큰 대문채처럼 평범한 단층 5칸 맞배집으로 중앙 문간을 거쳐 천불전 안마당에 들어서면 정면에 천불전, 왼쪽에 봉향각, 오른쪽에 옛 용화당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대웅전보다 마당은 크지 않지만, 공간에 맞게 건물의 규모와 형식을 갖추고 있어 중심건물로서의 격식과 품위가 느껴집니다.
봉정사는 봉황이 머무른다는 곳입니다. 7세기 후반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사가 창건했습니다. 국보인 극락전과 대웅전, 보물로 지정된 후불벽화와 목조관세음보살좌상, 화엄강당, 고금당 등의 문화재를 품고 있으며 극락전은 부석사와 같이 배흘림양식이 적용된 대표적인 건축물입니다.
괘불은 야외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열 때 사용하던 대형 불화입니다. 마곡사의 석가모니불괘불탱은 중앙의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6대 보살, 10대 제자, 제석천과 범천, 사천왕, 천자, 아수라, 용왕 등이 좌우 대칭으로 화면 가득 그려져 있습니다. 중후한 형태와 화려한 색채 등 17세기 전반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본존불을 중앙에 크게 묘사함으로써 석가모니가 대중들을 압도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한국불교 천년’ 7개 산사, 세계문화유산에 오르다… ‘막판 뒤집기’
이데일리, 2018.7.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국보 품은 ‘봉황이 머무른 곳’ 안동 봉정사
BBS NEWS, 2018.7.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태백산과 소백이 품은 부석사
BBS NEWS, 2018.7.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원형 그대로의 모습, 천년고찰 선암사
BBS NEWS, 2018.7.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영축총림 통도사
BBS NEWS, 2018.7.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유네스코 등재 7산사의 속살] 세계가 인정한 야외박물관 법주사
BBS NEWS, 2018.7.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천년 사찰 7곳, 유네스코를 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2018.7.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8. 문화재청 (홈페이지 바로가기▶)
글/이미지
이재은 뉴스큐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