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축제
라트비아 ‘2018 BALTICA’ 축제에서 ‘아리랑’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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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문화통신’은 인천문화재단이 지원하는 다양한 국제교류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소개하는 다른나라 문화소식입니다. 인천아트플랫폼 국제교류사업인 <인천아라리, 발티카로 떠나는 예술여행>에 참여한 작가의 소식을 싣습니다.’

 

발트3국의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는 매년 돌아가면서 BALTICA 축제를 주최한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BALTICA 축제에 참가한 것은 2007년 에스토니아, 2017년 리투아니아에 이어 이번이 3번째이다. 3개의 나라에서 열리는 BALTICA 축제에 모두 참가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다행히도 인천문화재단의 국제교류 지원으로 6월 16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라트비아의 ‘2018 BALTICA’ 축제에 참가하게 되었다.

라트비아는 발트해를 끼고 있는 발트3국 중의 하나이며 인구 190만의 아주 작은 나라이다. 인천이 인구 300만의 도시이니 그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겠다. 이 축제는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RIGA)에서 열렸고 축제기간에 도시는 전통의상을 입은 지역사람들로 북적였다. 최근 한국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관광을 온 한국 사람도 간간이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60명밖에 거주하고 있지 않고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도 불과 3개월 전에 문을 열어 이제 막 우리나라와의 교류가 시작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 교류의 시작점에 축제 무대를 통해 우리나라의 그리고 인천의 음악을 전하고 왔다.

개관 3개월이 된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에서 전체 단원과 한성진 대사 대리님과의 간담회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축제가 열릴 때마다 모든 참가팀을 초청해 반겨주는 라트비아 대통령 부부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낮이 가장 긴 날, 남은 밤마저 낮으로 물들이다.
2018 BALTICA 축제의 가장 큰 테마는 바로 ‘하지(Summer Solstice)’이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긴 시기를 말하며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백야’와 비슷하다. 밤 11시가 넘어야 어스름 해가 지기 시작하고 새벽 3시쯤 해가 다시 뜨기 시작한다. 생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기한 자연현상이 마냥 신기하기도 하고 덕분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어리둥절 뜬 밤을 지새우는 경험도 해보았다. 이 축제는 이런 현상을 고스란히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이다. 라트비아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시기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특별한 치즈와 맥주를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기도 한다. 그리고 이 축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Ligo’ 노래를 함께 어울려 화음을 맞추어 부른다. 축제 기간 중 어딜가나 사람들이 ‘Ligo’ 노래를 부르는 통에 우리는 가사의 의미를 물어보기도 전에 따라 부를 수 있었다. 나중에 우리팀 가이드를 통해 물어보니 ‘Ligo’ 는 “함께하자”, “Let’s do it”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리랑을 부르면 마음으로 통하고 함께 부르듯이 라트비아의 ‘Ligo’도 같은 결을 하고 있었다. 이 노래를 함께 부름으로서 가장 쾌청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시기를 즐기고 있었고 같은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라트비아의 여름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하지 기간에 만들어 먹는 특별한 치즈를 잔치마당 팀에도 나누어 주고 있는 라트비아 꼬마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하지 기간에 만들어 먹는 특별한 맥주를 축제 관람객과 함께 나누는 모습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축제에 참가하며 ‘Ligo’ 노래가 들리는 것 외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바로 꽃과 식물들이었다. 일 년의 계절 동안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이 시기를 라트비아 사람들은 너무도 좋아했다. 예로부터 이 시기에 여자들은 곳곳에 피어있는 꽃으로 화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다녔고 남자들은 나뭇잎을 엮어 머리에 쓰고 다녔다고 한다. 축제 중에도 전통의상을 입은 라트비아 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화관을 쓰고 있었다. 축제 무대를 꾸미고 구역을 알리기 위한 장치들도 모두 꽃과 나뭇잎으로 장식했다. 거창하고 세련된 무대는 아니었지만, 자연과 어우러지며 풀 내음 나는 무대가 훨씬 정감이 갔다.

축제 메인 무대에서 Ligo 노래를 부르는 라트비아 지역 예술단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초록빛 가득한 축제 메인무대 주변의 시설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어른들, 아이들 모두 머리 위에 싱그러운 꽃이 피어있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직접 만들어본 화관, 그리고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라트비아 지역예술단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서로 다름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축제
이번 축제에는 총 10개국의 해외 초청팀(한국, 중국, 미국,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조지아, 폴란드, 벨라루스, 독일, 헝가리)과 200여 개의 라트비아 지역예술단이 참가했다. 그동안 많은 해외 초청공연을 다녀봤지만 200개가 넘는 지역예술단이 참가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라트비아 각 지역에서 모인 예술단들은 전통의상과 함께 화관을 쓰고 조금씩 다른 ‘Ligo’ 노래를 불렀다. 마치 아리랑을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등과 같이 지역별로 다르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200여 개의 예술단이 축제 기간에 곳곳에서 공연했고 축제는 ‘Ligo’ 노래로 넘쳐났다. (이 축제를 통해 ‘Ligo’ 노래 하나는 확실히 배우고 왔다.) 대부분 노래를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공연이 길어지면 지루할 법도 했지만 그런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통의상을 입고 축제에 참가하면서 관람객들에게 친절히 인사하고 기꺼이 사진도 함께 찍어주면서 축제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또한 해외 초청팀의 공연들도 다른 나라의 문화와 예술적인 부분들을 충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함께 즐겨주었다. 축제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어느 누구의 잇속이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 30주년을 맞은 BALTICA 축제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주는 라트비아 지역 예술단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숲 속에 펼쳐진 라트비아 전통춤 워크숍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라트비아 문화부 장관의 초청 자리에서 한국 참가팀의 소감을 전하고
아리랑을 불러 소개하는 서광일 대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가슴 벅찬 문화 국가대표의 무대
잔치마당 공연의 주제는 ‘인천아라리’로 인천의 소리를 전통예술로써 표현했다. 인천 바닷가에서 불리던 ‘배치기’, ‘술비타령’의 노래와 함께 만선 풍어를 기뻐하던 풍물굿과 춤을 선보였다. 사물 악기의 압도적인 사운드와 상모놀이의 퍼포먼스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가히 사로잡았다. 악기를 잘 치기보다 잘 즐기는 공연이 되고자 말 한마디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모두가 손뼉 치며 참여하는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휘날리는 태극기를 뒤로한 공연은 우리나라에서 하는 공연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 고유의 신명과 흥을 손짓과 발짓, 북채와 장구채 끝으로 전할 때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숨이 턱으로 차오를 때까지 달리는 선수들의 마음은 무대에서 태극기를 배경으로 장구를 메고 뛰는 연희자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입장하는 축제 개막식의 참가팀 퍼레이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전광판에 소개되는 한국의 잔치마당팀 소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축제 메인무대 공연을 하고 있는 잔치마당팀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해외 초청팀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한국의 잔치마당 공연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가보지 않았던 나라에 가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 사람들과 음악으로 공감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렘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재조차도 생경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전하는 가슴 벅참은 이후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동력이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의 공연을 펼치므로 우리나라 음악의 우수성과 독창성 그리고 누구의 음악과도 어울릴 수 있는 포용성을 알리고 인정받는 것이 우리가 해외에서 공연하는 이유이다. 축구 국가대표가 국민의 응원으로 힘을 내어 골을 넣듯이 우리의 음악과 예술로 국가대표가 된 공연자들에게도 뜨거운 응원이 함께해주길 바라본다.

 

 

신희숙(申熙淑, Shin hee sook),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경영기획팀장

인천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전공하였고 동대학교 문화대학원 지역문화기획학과를 수료하였다. 인천문화재단 전문인력 양성사업으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에서 기획․홍보 업무(2009~2011)를 시작했고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 문화이용권사업을 담당(2012~2015)했었다. 현재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에서 경영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2018 BALTICA’ 축제에 잔치마당팀의 통역으로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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