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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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작가 전보경은 ‘구조와 제도에 의해서 구분되는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 ‘역사와 수집된 기억들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 역사적․정치적․문화적 격동 속에서 개인이 겪는 삶과 삶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예술’이라는 언어로 번역해오고 있다. 작가는 관객, 예술 교육을 받지 않은 기술자들, 역사에서 사라지는 수공업자들을 자신의 무지한 스승으로 초대한다. 작가와 스승은 서로 가르칠 것을 알지 못하고, 앎을 전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개인의 인생사와 역사의 교차지점 속에서 공동의 배움을 발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예술과 예술의 경계를 질문하고, 구분되고 획일화된 삶의 경계, 역사의 경계 등을 해체해내가며 작업해오고 있다.

<현자의 돌> 중 “흙”(일본 전통과자를 45년 동안 만든 와타나베氏)_2채널 비디오, 사운드_8분 20초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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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주로 한 지역에 정착해 살아가는 사람들과 인터뷰하고, 지역의 역사와 설화, 문화를 리서치한다. 그렇게 장소에 대해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작업이 시작된 계기는 주변 걷기를 시작으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경험하지 못했던 삶의 배움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직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나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라져가는 장소들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이후 ‘노동=계급-교환가치=자본주의’라는 기본 도식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시작의 예로, 2010년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석사과정을 마치기 위해 졸업 작품을 고민하면서, 내가 살았던 지역의 상인들을 인터뷰하였다. 브루클린은 다양한 인종이 미국으로 이주하여 처음 자리를 잡은 곳으로, 이질성과 다양성, 혼종이 존재한다. 내가 거주한 2년 동안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금전적 대가(자본주의의 교환가치)가 아닌, 다른 교환의 방식인 선물(집단, 사회체계 속에서 관계를 의미하고, 이는 합리적 교환을 의미하지 않는다)로 답례하고 싶었다. 이에 졸업전시를 위해 나에게 주어진 공간을 인터뷰 대상자에게 제공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공간을 나누어보니 1m 남짓한 공간을 각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브루클린에 이주하게 된 계기와 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만의 1m 공간이 있으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의 전시는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장소로 변하였다.

『현자의 돌』_코가네초에서 발견한 현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_18.8×13×1.5cm_2017

작업은 설치, 영상, 드로잉 등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발현된다. 나는 한 가지 재료에 얽매여 작업을 진행하기보단, 주제에 따라 새로운 재료를 선택한다. 단, 변하는 재료와 함께 출판은 지속적으로 동행된다. 출판은 나에게 매우 매혹적인 작업인데,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 되기 때문이다. 젤 수 없는 방대한 장소가 접혀 한 권의 책 크기로 집약된다고 표현할 수 있다. 나는 인터뷰의 내용을 녹취하거나 일인칭 시점에서 기록하지 않는다. 제 3자의 기억을 통해 기록되는 흘러온 것들, 남겨진 것들, 남기고 간 것들의 이야기는 일종의 복화술로서 기록되며, 그것은 사회적 관계를 내포한다. 이러한 공간과 역사, 사람, 기억의 혼합은 책이라는 형태로 기록된다.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현자의 돌>은 2017년 일본 요코하마 코가네쵸 바자(Koganecho Bazaar) 전시에 참여하면서 만든 작업이다. 매년 이 전시를 위해 코가네쵸 메니지먼트 센터(Koganecho Management Bazaar)에서는 작가를 공모한다. 이 전시는 객원 큐레이터인 켄지 쿠보타(Kenji Kubota)를 초청해 《두개의 얼굴: 다양한 방법으로 타자(他者)를 만나기(Double Façade: Multiple ways to encounter the Other)》란 주제로 작가를 선정하였다. 나는 3달 동안 지역에 머무르며,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다. 코가네쵸 지역을 청결히하고 활성화하며 4대 동안 콩 과자를 만들어온 타니구치 氏, 일본 전통 과자를 2대째 만들어온 와타나베 氏, 서구를 향해 문을 연 요코하마에서 서구식 이용원을 처음 열어 5대 동안 지속해온 시바가키 氏, 50여 년간 밤에 여객 배를 운전하면서 사람들에게 요코하마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나가이 氏. 삶의 과정에서 예술적 감수성을 발견하고, 자기 일 안에서 창의성을 발현하는 노동(예술)하는 인간은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는 원동력을 내재하고 있음을 그들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코가네초에서 만난 노동(예술)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넘어, 사물, 이미지, 공간, 더 나아가 타인의 감정을 변화시키는 연금술사의 이미지로 나에게 나타났다. 이 작업을 위해 인터뷰 대상자와의 대화를 통해 수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의 인생을 시로 바꾸고, 그들의 반복된 노동의 기억을 통한 내재한 움직임을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이 방식을 통해 사람의 몸이 기억하는 노동의 미학과 지역적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이야기를 합쳐보고자 하였다.
작업의 핵심단어를 표현하자면 노동의 미학과 비미학 사이의 경계선을 넘나들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자의 돌> 中 “불”(땅콩 가게를 4대 째 이어간 타니구치 氏)_2채널 비디오, 사운드_7분 30초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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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돌> 중 “물”(요코하마 항에서 50년간 배를 운항하고 있는 나가이 氏)_2채널 영상, 사운드_9분 30초_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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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주변 환경에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영감의 원천이다. 그들과의 대화는 내가 알지 못했던 사건, 경험, 전설, 역사를 일깨워 준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그곳에 임시로 머문다. 또한, 책은 나에게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책에서 발견한 단어들을 모아 보관해 두었다가 며칠 뒤, 몇 주 뒤, 몇 달 뒤, 몇 년 뒤 다시 꺼내보곤 한다.
사운드를 통해 도시를 다시 읽는 작업 또한 내 작업의 다른 결인데, 2017년 처음 시도하였다. 앞으로 디지털과 기술 영역의 확장에 따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운드를 통한 ‘다시 도시 읽기’에 접근해보고 싶다. 나는 사운드의 소스를 채집, 인터뷰, 이미 존재하는 소리에서 찾고, 이 소리를 자르거나 합쳐서 가공된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나는 사운드가 실존하는 장소 혹은 이미지와 겹쳐질 때, 더 실제 같은 허구를 만듦으로써 이질감과 기이함이 발생하는 지점을 찾고 싶다.

<304를 위한 애가(2014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법)>_사운드 인터렉티브 설치_가변크기_2016

<세이렌의 노래> 중 “도시 토템 : 정해진 정답은 없다”(수석 할아버지와의 대화 중)
발견한 인조 돌과 자연석, 나무, 유리_가변크기_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관객은 단지 관조하는 대상이 아닌 적극적이든 소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주체이다. 나에게 관객은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부터 작품의 인터뷰에 응하는 대상을 모두 포함한다. 나는 그들에게 작품을 통해 무엇을 지시 혹은 요구하거나 이해하기를 강요하지 않게 조심하려고 한다. 이는 나와 타인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진행되기에 위계를 만들어내고 권력의지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예술가와 관객,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불평등한 경계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보는 사람이라는 전제를 거부해야지 않을까? 누구나 참여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예술)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자신이 읽거나 보고 들은 것을 통해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감정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행위 하는 자와 보는 자를 나누는 경계를, 개인과 집단적 신체를 나누는 경계를 교란하고자 노력한다. 

<도래할 책>_책, 책상, 의자, 형광등, 재봉틀, 타자기, 참여 퍼포먼스_가변크기_2014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지속가능한 예술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 예술가는 사회에서 예외 된 상태로써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직업군으로 정해지지 않으며, 고정된 가치 창출을 하는 노동자도 아니다. 예술가는 고정된 위치에 있지 않기에 경계를 넘나드는 놀이를 하는 사람이다. 기존의 이미지, 사물, 사건, 사회구조에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변형시키고, 틈을 만들기도 한다. 그 시도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말처럼 ‘다시 시도하라. 또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의 말을 떠올리며 놀이하는 사람처럼 작업 하고 있기를 바란다. 

<세이렌의 노래> 중 “도시 토템 찾기”_비디오 루프 재생, 커튼, 콘크리트, 종이, 페인트_가변크기_2016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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