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천미술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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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인천미술은행 <신소장품 2017>

‘미술은행’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까?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인천미술활성화기획지원 사업에 따라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인천 연고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구입한 작품을 미술품을 필요로 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대여하거나 전시함으로써 인천 미술문화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인천문화재단 인천미술은행에서 소장하는 작품은 인천에서 활동하거나, 인천 출신의 작가 중 3년 이상 창작활동을 해온 작가로서, 개인전 경력이 1회 이상 있거나, 국내외에서 공인된 국제 비엔날레급 전시에 초청되어 전시한 적이 있는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인천미술활성화기획지원 참조 ▶)

2017년 하반기 공모를 통해 새롭게 구입한 작품을 선보이는 <신소장품 2017>은 사진, 회화, 조각, 뉴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하여, 우리와 동시대를 호흡하는 인천미술의 단면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참여작가는 고제민, 곽이브, 김순임, 김종오, 박상희, 윤대희, 이기본, 이의재, 이채영, 이탈, 정수모, 조문희, 조은정, 하임성, 홍윤표 등 15명이며, 장르는 서양화 6점, 한국화 2점, 사진 3점, 판화 1점, 조각 1점, 설치 1점, 영상 1점 등 15점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화려하게 채색된 박상희의 작품 <하버파크 호텔>이다. 박상희는 시트지를 여러 겹 캔버스 위에 붙이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형상을 그린 후 다시 표면에 빗살무늬 칼집을 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하는데, 그의 이런 작업방식은 평면회화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하버파크 호텔>은 첫눈에 보기에 굉장히 사실적이고 세련되며 화려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작품 속에 보이는 어두움에 주목하게 된다. 자연의 빛이 아닌 인공의 빛에서 비롯되는 화려함은 반드시 그 곁에 빛이 비치지 못하는 어둠을 내포하고 있기 마련이다. 박상희는 하버파크 호텔의 세련됨을 인공적인 빛으로 비춤으로써, 완연한 화사함보다는 늘 곁에 어두움이 공존하는 곳으로 도시의 한 공간을 구현하였다. 박상희의 <하버파크 호텔>은 화려함과 어두움, 기쁨과 슬픔이 혼란스럽게 조화되는 도시의 일상을 보여준다.

몇 개의 작품을 지나고 나면 회화작품, 홍윤표의 <삶>을 만난다. 만약 작가와 작품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면, 홍윤표가 가난과 아픔으로 어려운 삶을 이어 왔다는 사실은 그의 작품 속 어느 곳에라도 숨겨져 있을 것이다. 2017년 11월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공로상’ 수상을 비롯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인천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한 홍윤표는 늘 그의 작품을 통해 일상의 괴로움과 찌듦을 유쾌한 시선으로 관조해 왔다. 세련되고 자유로운 색채를 구사하여 언뜻 화려해 보이는 홍윤표의 작품 <삶>을 바라보면서 그의 일생의 한 조각을 발견하는 것은 감상자의 기쁨이 될 것이다.

벽면에 전시된 회화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전시장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정수모의 조각 작품 <대지의 소리>를 마주하는 순간, 이 작은 오브제를 앞에 두고, 이것의 의미에 대해서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구멍이 숭숭 뚫린 이 흙덩어리는 대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정수모의 조각 작품 하나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에 걸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수모는 자신의 작품을 야산에 묻고 다시 발굴하는 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흙이라는 자연의 본질적인 의미에 다가간다. 작가 노트에서 밝혔듯이 그의 작품은, 세우고 다지는 반복된 작업 속에 남겨진 흔적들이 겹겹이 쌓여 시간을 축적하고 그 과정 속에 새로운 대지의 숨소리를 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의 작업 덕분에, 우리는 그의 작품 안에서 비로소 흙과 자연의 숭고함을 경험한다.

다시 고개를 전시장의 벽 쪽으로 돌리면, <신소장품 2017> 전시가 열리는 창고갤러리의 안쪽 모서리에 하얀 나무처럼 설치된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바로 김순임의 작품 <굴 땅>이다. 그의 작품 <굴 땅>은 인천 해안가 사람들의 고된 삶의 역사가 그 지역 생계 수단인 굴과 그 껍질로 덮혀 개간된 땅 위에 살고 있음에 주목한 작업이다. (유투브 인천아트플랫폼, 김순임 굴 땅 Oyster Land 참조 ▶) 해안가 사람들의 생계 수단이었던 바다는 굴이 땅이 되어 피어 오름으로써, 마침내 주민들의 삶을 오롯이 받쳐주고 있다. 고된 노동의 시간들이 모여 삶을 이루어 내는 우리네 평범한 인생의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서 인간의 욕망을 날것으로 표현해 왔던 이탈의 영상 작품 <흰옷을 입은 천사, 흰옷을 입은 전사>, 일상의 심리를 드로잉으로 기록해온 청년 작가 윤대희의 <그림자 숲> 등 인천을 거점으로 활동해온 작가들의 다양한 장르의 미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공간에 들어왔을 때 작게 느껴졌던 공간은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장을 나가는 순간, 그 안에서 만났던 작품들로 인해, 우리의 가슴을 꽉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 된다.

인천문화재단 인천미술은행 <신소장품 2017>展
전시장소: 인천아트플랫폼 E1 창고갤러리
전시기간: 2018년 3월 15(목) ~ 3월 29일(목) 12~18시(월요일 휴관)
참여작가: 고제민, 곽이브, 김순임, 김종오, 박상희, 윤대희, 이기본, 이의재, 이채영, 이탈, 정수모, 조문희, 조은정, 하임성, 홍윤표(15명)

 

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김경옥 기자
수필가, 옥님살롱(블로그 바로가기 ▶)

작품 사진제공 / 인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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