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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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부평작가열전 <흐르는 도시>

시각 예술은 우리에게 시각적인 감각을 활용해 사람과 사물 또는 인생에 대한 본질을 통찰하게 하는 예술이다. 작가가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대상은 본 것뿐만 아니라, 들은 것, 만지는 것, 맛보는 것, 향기로운 냄새를 맡는 것 등 오감을 활용하여 느낄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포함한다. 훌륭한 예술가란 자신의 오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느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느 정도로 다른 것들을 발견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색다른 시선을 담고 있는 작품을 접함으로써, 그 작품을 만나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과 만난다. 

다섯 번째 부평작가열전 <흐르는 도시>에서는 부평의 젊은 작가 5명이 청각 등을 이용하여 느낀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거나, 시각을 이용하여 본 것을 다른 감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갤러리 꽃누리 입구

전시 포스터

김서량은 부평에서 채집한 익숙한 생활소음들을 부평의 현장 사진과 함께 전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의 도시를 바라보고 난 후 그곳에서의 소리를 따로 들어보는 경험은 아주 특별하다. 한번도 분리되어 느껴본 적 없는 두 개의 감각을 별개로 구분하여 접함으로써, 시각과 청각이 따로따로 작동하였을 때 과연 우리의 마음속에 어떠한 형상이 떠오르는지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함께 지내던 연인이 서로 각자의 여행을 떠나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렇지 않을까? 마치 연인이 잠깐의 헤어짐을 통해 간절함을 회복하는 것과 같이, 우리는 보는 것과 듣는 것의 분리로 인해 각 감각이 선사하는 색다른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김서량_Sounds of the City in Bupyeong_2채널 사운드_사운드 다큐멘터리_사진_가변설치_2018

김소영은 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작품을 전시한다. 그의 실에 대한 감각의 기억은 부모님께서 운영하셨던 계산동의 실 공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실을 활용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은 세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시선을 느끼게 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실과 함께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어릴 때 느꼈던 실에 대한 감각과 느낌을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지금의 부평에서 공감할 수 있다.

김소영_Ⅱ. 감각놀이_디지털프린트_60x60cm_2016

박재영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이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한 음파의 한 형태인 것 같기도 하다. 박재영은 부평 곳곳에서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반복되는 이미지들을 나열하고, 왜곡하여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한 시공간을 마치 다른 곳처럼 느끼게 하는 마법을 선사한다. 흡사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음악 같기도 하고, 우주의 모습 같기도 한 그의 작품 속에서 익숙한 거리의 간판을 찾아내고,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발견하는 일은 꽤 신선하다. 일상이 이런 식으로 변주될 수 있다니, 사는 일이 어쩌면 몹시 재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하는 작품이다. 

박재영_Repeat 부평 Stage No1_디지털 프린트_168x74.5cm_2018

안성용의 도시는 모노톤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실제의 도시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가 그리는 것은 모노톤의 회색빛 도시이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왠지 흐릿해 보이는 도시 속 무언가 우리네 일상의 애잔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가족 친구 연인을 문득문득 떠올리게 된다. 저 무채색 세상 속에서 나도, 그대도 숨 쉬고 있구나. 그의 그림 속에서 간혹 비치는 도시의 불빛은, 힘든 세상 속의 한 가닥 희망과도 같이 느껴져, 고독한 삶의 유일한 피난처였던 우리의 가까운 이에 대한 그리움을 더 짙게 만든다.

안성용_도시 IV_캔버스에 오일_45.5×45.5cm_2016

이희원은 소나무를 그렸다. 작가에 따르면 그가 보는 소나무는 구부려져도 자존심이 강하며, 거칠지만 우아한 면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한데 모여 있어도, 닮은꼴이 없는 개성이 강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희원의 작품 속에서 강한 터치로 표현된 솔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소나무에 대한 설명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여, 잠시 동안 그림을 바라보며 멈칫하는 순간을 갖게 된다. 그의 말처럼 그의 소나무들은 하나도 닮지 않았다. 각기 다른 색을 뽐내며, 각기 다른 모습을 산다. 다만 그의 솔들에서 비슷한 점을 찾는다면, 하나같이 강한 터치를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그가 말했던 구부려져도 자존심이 강하며, 거칠지만 우아한 소나무가 형상화된 모습이 아닐까? 

이희원_솔1_캔버스에 오일_32×82cm_2016

부평의 현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다섯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는 동안, 보는 이의 가슴속에도 매일 보는 도시의 모습이 이제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 순간 우리의 마음 한편에는 이 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선에 갖게 된 것에 대하여, 한 뼘은 더 성장한 듯한 뿌듯함이 솟아오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전시 모습

 

5th 부평작가열전 <흐르는 도시> 김서량 김소영 박재영 안성용 이희원
일시: 2018. 2. 22(목) – 3. 25(일)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장소: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경옥
작품사진제공 / 부평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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