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해법을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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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포동이 수상하다.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며,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린다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문화재단은 지난달 30일(목) 오후 2시 인천아트플랫폼 H동 2층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55회 목요문화포럼을 열었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4시간 여에 이르는 긴 포럼 내내 대부분 청중이 자리를 지켰고,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의 삼청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이 이미 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적어도 인천에서만큼은 이를 막아내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바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하운 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고선근 서울시 성동구 지속가능정책팀장,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 박경호 경인일보 기자 등 4명이 발표자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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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발제자로 나온 박경호 기자는 개항장 일대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신의 취재 후기를 소개했다. 그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3곳과 일대 상인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결과 “상가 임대료가 30% 이상 오르고, 매매가격 또한 3.3㎡당 호가가 20~30% 상승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건물을 내놓는 건물주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수인선 개통’, ‘내항 재개발’, ‘개항창조도시 사업’ 등 완료됐거나 예정된 개발사업이 건물주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인천시는 담당 부서조차 기본적인 실태 파악이나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개념도 없는 상황”이라며 “관이 정책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4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개관으로 둥지 내몰림 현상을 겪은 주변 동네와 지난 2009년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 주변 신포동 상황의 유사점도 거론했다. 그는 “예술회관 개관 후 만화가, 화가, 밴드 등 많은 예술인이 작업실과 연습실을 얻으며 몰려들었지만,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임대료가 상승하며 이들이 하나둘 떠났고 관교동은 현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먹자 골목이 돼 버렸다”며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이후 신포동에 갤러리와 북카페, 소규모 공방 등의 공간이 들어서며 활력을 찾고 있는데, 관교동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2경제 전문가인 김하운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미와 원인, 진행 과정 등을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지역사회에서 실천 가능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외부효과’와 그에 따른 ‘외부불경제’와 ‘시장실패’의 순으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흐름을 통해 설명했다. 마을 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도시환경 변화가 발생할 때 도시환경 변화로 인한 주인 없는 이익(공유자원)이 생겨나고, 그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며 물가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등의 ‘외부 불경제’가 나타나고 결국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 둬야 할 개인 간의 문제로 취급할 일이 아니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도시환경 변화(외부효과)가 정부 때문에 일어나고 시장실패로 이어지는데, 이는 변화를 예측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시장실패는 시장이 스스로 책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개입할 논리적 근거가 되며, 젠트리피케이션은 국가가 나서서 치유해야 할 시장 실패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지방정부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인천시가 서울 성동구의 경우처럼 더 늦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심화 지역에서의 노점상 확대, 인천에 산재한 지하철 역사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으로, 상가를 충분히 공급한다면 일정 수준 통제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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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서울시 성동구의 발표도 이날 포럼의 주요 관심사였다. 성동구는 지난해 9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인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렵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결실을 얻어냈다. 상위법도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정책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 조례의 핵심은 이해 당사자로 구성된 주민협의체가 입점해선 안 되는 신규 업종(업체)를 걸러낼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입점 제한 업체는 지역공동체와 지역상권 파괴가 우려되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유흥주점 등이다. 성동구는 지난 연말, 대상 지역인 성수동 255개 건물주 가운데, 141개 건물주와 상가 임차인이 참여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지역 내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기 위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올해 초 한시적이지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전담 부서를 구청 내에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4급 단장과 5급 과장 3명, 6급 팀장 8명 등으로 꾸려진 ‘지속가능도시추진단’은 앞으로 5년 동안 이 업무를 전담할 계획이다. 고선근 팀장은 “성동구가 아직 성공했다고 보긴 이르다. 조례의 근거가 되는 법률도 제정하기 위해 국회를 설득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다른 지방정부와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건축재생 전문가인 이 대표가 발표한 ‘쿠라시키 이야기관 주변지역 정비사업’도 일본의 전통마을 만들기 사례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방법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제발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도 1시간 이상 이어졌다. 임대료를 40%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요구를 겨우 설득해 20%를 올려주고 2년 후에 상점을 비워주기로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한 임차인의 사연과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느 누가 먼저, 어떻게 나서야 하느냐는 질문 등도 나왔다.
임대인·임차인을 비롯하여 정치권과 인천지역의 원로들까지도 참여하는 민·관 협치 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그전까지 이 일대에 ‘외부효과’를 가져온 인천문화재단이 당분간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 등이 큰 틀에서의 결론으로 제시됐다.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손동혁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앞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이끌어갈 주체들은 신포동을 중심으로 한 개항장 일대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인천문화재단도 역할을 찾고 역할을 하기 위해 더 고민하고 준비하겠다”며 이날 포럼을 마무리했다.

정리 : 김성호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기자
사진 : 시민기자 민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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