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지는 도시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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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그 자체, 혹은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한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의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6년 인천의 인구가 300만을 돌파했을 때, 다양한 언론 매체들은 이 사실을 매우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또 인천광역시는 대대적으로 여러 자축 행사들을 진행했습니다. 300만 인구의 인천을 홍보하는 광고도 이곳저곳에 많이 게재되어서, TV에서 광고를 보기도 하고, 서울 지하철에서도 역내, 혹은 차내 광고를 꽤 자주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광역자치단체의 인구가 300만 명에 도달하는 것이 분명 처음인 것도 아닙니다. 바로 옆에 천만 인구의 서울특별시와 경기도가 있고,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의 인구 또한 300만 명을 상회합니다. 경기도와 경상남도의 경우는 하나의 도시로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인구 300만의 도시가 매우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인천은 유독 300만 명 돌파를 크게 기념했을까요.

모든 분들이 아시겠지만, 인천의 인구 300만 명 돌파는 고도 성장 시대의 종말과 출산율 감소로 인해, 많은 지방 도시들이 인구의 감소로 인해 때로는 도시의 소멸을 걱정하고, 대도시는 지속적인 교외 확장으로 도심의 쇠퇴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의 인구 5만 이상의 도시 84개 중에 31개의 도시가 인구가 감소했습니다. 이 중 비수도권의 도시는 56개인데, 절반이 넘는 29개의 도시가 인구가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역시 출범 당시 약 230만 명의 인구가 살던 인천광역시가 오히려 인구가 크게 늘었다는 것은 도시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장 역동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도시임을 증명하는 지표인 것이고, 인천의 자축은 단순히 어떤 숫자에 대한 자축이 아닌, 그 안에 담겨진 성장의 잠재력에 대한 축하인 것입니다. 오래 전, 르 코르뷔제가 거대도시를 계획하면서 사용했던 상징적인 숫자였던 300만 명은 이렇게 인천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인천은 또 다른 미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2015년 11월 발표된 『2030년 도시기본계획 보고서』에는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던 낯선 단어가 하나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축소도시(Shrinking city)’입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도시 개발 전략을 도시재생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는 배경으로 도시확산에서 축소도시로의 전환을 꼽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해오는 것에 익숙한 우리의 도시에서 ‘축소도시’는 무척 역설적인 단어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서구의 오래된 산업도시들에서 인구 감소는 익숙한 일입니다. 제가 지난 여름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에서 말씀드렸었던 도시재생이나, 창조도시와 같은 전략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의 자구책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축소도시’는 인구 감소를 억제하고 다시 인구를 증가시키려는 다른 전략들과는 달리, 인구 감소를 받아들이면서 도시의 새로운 적정 규모를 찾으려는 또다른 대응 전략입니다. 인천의 지방정부는 인구 300만 명 돌파를 기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구 감소를 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 또한, 다른 여느 국내·외 대도시들처럼 오랜 시간 동안 점차 내륙으로 도시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원도심과 농촌지역의 쇠퇴를 겪어왔습니다. <그림 1>은 인천이 광역시가 된 1995년의 인구를 기준으로, 각 구·군의 인구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보여줍니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 동안 인천의 인구는 약 25% 증가하였습니다. 구 별로 볼 때 인구가 크게 늘어난 곳은 중구, 서구, 연수구, 남동구 등인데, 영종, 청라, 검단, 송도, 논현 등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루어진 곳들입니다. 반면 큰 개발 계획이 적었던 농촌지역과 구 도심 지역인 강화군, 남구, 동구의 경우 인구가 감소하였습니다. 인천의 인구 증가 과정에서 어떤 공간들은 새롭게 형성된 다른 공간에 인구를 내어주었던 것이지요.

지금까지 인천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들이 이렇게 인구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공간에 대해서는 비슷한 전략을 취해 왔습니다. 바로 ‘재개발’과 ‘재건축’이죠. 2000년대 이후로 많은 오래된 주택지, 주공아파트 단지 등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구가 감소하며 쇠퇴하는 지역의 또다른 양상이 드러났습니다. 바로 빈 집입니다.

<그림 2>는 2016년 인천의 각 구·군의 주택 중 빈 집의 숫자입니다. 상주 인구가 많은 곳에 빈 집도 많습니다. 빈 집 숫자에 계산되는 집 중에는 정말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집도 있지만, 이사로 인해서 잠시 빈 집도 있고, 완공되었지만 아직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아파트도 있고, 수리 중이라서 비어 있기도 하고, 별장처럼 종종 쓰거나, 아니면 주택이지만 영업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집이 많으면 빈 집도 많을 것이고, 쇠퇴하는 지역이 아니고 왕성하게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데 입주 중이라서 빈 집이 많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 3>은 조금 다릅니다. 이 그래프는 각 구·군의 주택 중에서 비어있는 집의 비율을 보여줍니다. <그림 1>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었던 동구, 남구, 강화군 등의 공가율은 인천 전체의 평균보다도 높고, 연수구, 남동구, 서구 등 인구가 증가한 곳들에 비해서 공가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2015년 전국 평균 공가율이 6.5%인데, 이 지역들은 수도권의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평균보다도 상회하는 높은 공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이 지역은 주택 숫자에 비해서, 사람들이 충분히 모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중구의 경우도, 대규모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는 영종 지역으로 인한 착시를 피하기 위해서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들의 공가 비율을 보면 동구나 강화도 못지 않게 높은 비율이 드러납니다. 구시가지 지역, 도서 지역의 오래된 지역이 쇠퇴하고 있다는 추정을 충분히 해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전반적으로 모든 곳에서 아파트 공가율에 비해서 비 아파트 주택의 공가율이 높게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통한 아파트 단지가 인천의 인구를 흡수하는 동안 도시의 다른 공간들은 비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심증을 조금 더 강하게 믿게 하는 근거는 하나 더 있습니다. <그림 4>는 각 구·군의 공가들이 얼마나 오래된 주택들인지 비율을 살펴본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택지개발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5년 이내에 지어진 집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송도가 있는 연수구나 영종 지역에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고 있는 중구와 같은 경우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반면 쇠퇴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동구, 강화군 등은 30년 이상 된 주택들의 비율이 두드러집니다. 오랫동안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쇠퇴하다가 비어가고 있다는 가설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출산율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대 초반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소멸’과 같은 책이 한국에서도 많이 읽히기 시작하고, 지방의 농촌 소도시 또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소멸을 진지하게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비하면 아직 인천의 일부 지역의 쇠퇴는 조금은 이른 걱정 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처럼 꾸준히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기반으로 하는 주택 공급과 도시 확장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천의 택지 개발에서도 미분양과 수익성 악화로 인한 개발 지연의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며, 이로 인한 많은 부채는 오랫동안 인천의 지방정부를 괴롭혀 왔습니다. 그림 4에서 붉게 표현된 지어진 지 몇 년 안된 빈 집들이 곧 다 사람들로 채워져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더 보수적인 성장관리 전략과, 몇몇 지역에서는 축소도시 전략이 필요해 질 것입니다.

축소도시는 말 그대로 지금까지 확장해오던 도시를 다시 줄여서, 인구가 감소한 지역을 다시 적정한 규모의 도시로 공간을 재배치 합니다. 넓게 퍼져있는 주거지를 모으고, 빈 공간을 공공 녹지나 농지로 돌려놓습니다. 시가지 면적을 줄임으로써, 지방정부는 도시 공공서비스를 더욱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대도시 중심지의 작은 동들이 주민센터를 공유하는 것도 이런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공급의 일환입니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과 같이 도시가 일상적인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는 공공서비스 공급을 하지 않으려는 전략입니다.

공간 재배치를 통해서 생겨나는 빈 땅은 공공 녹지나 농경지로 재탄생 됩니다. 구도심의 밀집된 주택지에 부족한 공원과 녹지를 늘려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각광받는 도시 농업과 연계해서, 지역사회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 안에서 소비하는, 친환경적 순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푸드 마일리지’라고 하는, 식재료가 생산되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의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친환경적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지요.

도시의 모든 공간이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빽빽한 공간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축소도시는 쇠퇴하고 있는 도시의 어떤 공간들의 미래가 재개발을 통해 가득 메워진 다른 도시를 따라가는 것만 것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낮은 밀도에서 더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도 도시가 가질 수 있는 선택지일 것입니다.

 

글, 사진제공/ 김윤환 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이희연, 한수경. 2014. 길 잃은 축소도시 어디로 가야하나. 국토연구원
구형수 외. 2017. 지방 인구절벽 시대의 ‘축소도시’문제, 도시 다이어트로 극복하자. 국토정책Brief. 616.
임형백. 2017. 인구감소시대에 축소도시를 활용한 도시계획. 도시행정학보. 30(2)
형시영. 2006. 인구저성장 시대의 도심쇠퇴에 대응한 도시관리정책에 관한 연구. 한국지방자치연구.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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