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청년문화

0
image_pdfimage_print

청년인력소 아트박람회

지난 10월 21일과 22일, 부평 문화의 거리 한복판에 설치된 부스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청년들. 힙합부터 마술, 캘리그라피, 포토샵, 칵테일, 드로잉 등의 다양한 예술 체험 부스가 가득한 아트박람회를 준비한 청년인력소의 청년들을 만나보았다.

첫 번째로 눈에 띈 부스는 바로 캘리방. 바디페인팅과 우체통, 두 가지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 부스였다. 마음에 드는 문구를 선택하면 캘리그라피 아티스트가 손이나 얼굴, 팔 등에 페이스페인팅 물감을 이용해 문구를 새겨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체통이었다. 자신을 위로해준 문구를 말해주면 아티스트가 엽서에 예쁘게 문구를 적어주고, 그 엽서를 우체통에 넣는다. 참여자들은 우체통 옆에 자신의 주소를 적는데, 서로 다른 참여자들이 꺼낸 위로의 문구를 랜덤으로 참여자들에게 발송해준다고 한다. 엽서에 문구를 적어 넣던 아티스트는 “어제 한 참여자가 엽서에 써 넣을 문구로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 말을 듣고 적으면서 큰 위로를 받는 느낌이라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보인 부스는 ‘시.대.읽.다’. ‘시 대신 읽어드립니다.’의 줄임말로 힙합 뮤지션들이 준비한 부스였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교과서에서 자주 접하던 시를 뽑아 중간에 들어간 단어들을 지우고,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시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했다. 참여자들이 적은 시를 즉석에서 힙합 뮤지션들이 랩으로 읽어준다. 시를 랩과 같이 역동적으로 읽어내는 포이트리 슬램인 셈이다. 참여자들은 즉석에서 자신이 쓴 시가 가사가 되어 하나의 음악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한 부스는 ‘우주초상화’. 색 심리테스트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참여자들이 고른 색을 가지고 즉석에서 엽서로 만들어 주는 부스였다. ‘식상하지 않은 시상식’ 역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칭찬받고 싶은 내용으로 상장을 만들어 전달하며 포토존에서 시상식까지 진행할 수 있는 부스였다. 많은 참여자들은 문화, 예술 장르를 체험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리는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 ‘술로 푸는 인문학’, ‘알아주면 쓸때있는 신비한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행사 부스들이 준비되어있었다. 대부분의 부스들이 한참을 기다려야 참여가 가능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 1월부터 청년인력소를 운영하며 인천의 문화예술계 청년들을 모으고, 각자의 기획을 발전시켜 아트박람회를 연 정예지 씨는 “부평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아직까지는 문화적인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 술과 유흥만 있을 뿐이었다. 청년들이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서 자꾸만 서울로 향하는 것이 아쉬웠다.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진짜 문화를 펼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년인력소 아트박람회의 많은 부스들은 청년들을 타겟으로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 캘리그라피 우체통, 우주초상화 등 지친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기획이 많았으며, 힙합, 파티 등 청년들이 주로 즐기는 장르로 구성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들만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주민들이 참여했다. 길을 가던 어르신들이 캐리커쳐 부스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처럼 청년인력소의 아트박람회는 비단 청년들만의 행사로 지역주민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확대되고 있었다. 청년들의 문화를 무작정 이질적인 것으로 여겼던 기성세대가 청년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청년들의 모임이 더 이상 청년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다양한 세대에게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청년인력소의 앞날을 더욱 기대해본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진아

Share.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