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아지트 이야기3. 아프리카 목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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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쉽게 접하고 만나는 책방, 갤러리, 카페들과 동아리를 연계한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아지트로 함께하고 있는 인천의 공간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이들이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히히덕거리면서 마음껏 그리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아프리카 목공소 김영수 대표 –

* ‘아프리카 목공소’는 어떤 곳?
목공품을 만드는 곳인 동시에, 아이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그림을 그리고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꾸물꾸물문화학교 동네예술대학의 목공 수업,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활동 등 시민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을 하는 다양한 곳에서 재능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인천의 명물 홍예문을 끼고 있는 자유공원로 근처, 유독 지나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그림 합판으로 가득 채워진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아프리카 목공소이다. 목공소스러운 나무색과 붉은 색감으로 꾸며진 독특한 외관, 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의 목자재와 공구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프리카 목공소의 첫 시작은 김영수 대표님의 숙소였다. 앞 쪽의 전망이 좋아 이 공간을 숙소로 임대한 것이다. 당시에는 주변이 지저분했기 때문에 직접 공구를 사서 꾸미기 시작했는데, 대표님도 모르는 사이 주변에서 목공소라고 불리고 있었다. 이전에 철근 관련 일을 해본 덕분에 공구사용이 익숙했고, 탁자와 책상 등 사람들이 원하는 목공품을 만들면서 4년 동안 아프리카 목공소가 이어져오게 되었다.

아프리카 목공소의 내부 또한 외관 만큼이나 색다르고 흥미롭다. 안으로 들어서면 시선이 닿는 곳마다 목공에 쓰이는 자재와 공구들이 가득하다. 아프리카 목공소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씩은 신기한 공구 근처를 맴돌며 구경하게 된다. 또 돋보이는 것은 대표님이 직접 그리신 다양한 그림들이다. 대표님이 그림을 좋아하시는 덕분에 벽마다 다채롭고 개성 있는 그림이 걸려 있고, 이젤과 물감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나무를 연상시키는 붉고 노란 조명과 그림들이 어우러진 아프리카 목공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익숙하면서도 특별하고 새롭다.

아프리카 목공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아이들을 위한 아지트라는 점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대표님의 활동은 아이들을 위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 아프리카 목공소는 지속적으로 찾아오던 아이든, 지나가다 내부가 궁금해서 처음 들어온 아이든 누구라도 들어와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림 그리며 말 그대로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엔 아이들이 학교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중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곳은 사실 많지 않다. 아프리카 목공소가 이런 아이들에게 규칙이나 시스템을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 동네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싶다는게 김영수 대표님의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는 ‘모여서 놀 수 있는 군’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학원은 성적 향상이라는 목표와 경쟁의 여지가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무엇인가 잘할 필요 없이 마음껏 웃으며 오롯이 놀 수 있기를 바라는 아프리카 목공소는 수업료도 재료비도 받지 않는다. 아이들을 예뻐하는 대표님의 마음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아이들 사이에서 대표님의 호칭은 편하게 ‘아저씨’로 통한다.

아프리카 목공소 맞은 편의 길다란 담벼락 전시회도 아이들에 대한 대표님의 애정과 배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공간에 처음 자리잡았을 때만 해도 근처에 쓰레기가 많고 지저분해서 담벼락에 그림을 걸어놨더니, 아이들이 여기에 낙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담벼락에 그림그리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늘어갔고, 그 중에는 정말 진지한 태도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그림에 시간이 지나도 덧칠을 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스케치북이 되어줄 합판을 건네주기 시작했다. 대표님이 잘라놓은 합판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 그 합판을 담벼락에 걸어 전시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담벼락의 그림이 빛을 바래도 대표님은 그대로 놔두신다고 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찾아와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찾아보기 때문이다. 작은 낙서까지도 이름을 써서 붙여주는 대표님의 배려 덕분에 이 담벼락은 많은 이들에게 한 켠의 추억이 담긴 곳이자, 나중에 되돌아와 예전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매년 할로윈 데이에는 ‘구미호데이 여우야 놀자’라는 파티를 대표님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다. 구미호라는 테마는 이 골목이 갖고 있는 개항장 동네만의 역사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다. 아프리카 목공소 근처의 홍예문에는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아이 귀신과 눈이 마주친다는 전설이 있었다. 이로부터 골목 여기저기서 구미호가 나타나는 스토리를 떠올려 외국의 문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구미호데이에는 아이들을 분장시켜주고 재즈공연 등 풍성한 즐길거리도 마련해 아이들을 위한 축제의 장을 열어주신다고 한다.
또한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서 <아프리카가 아프리카를 만나다! 김영수 개인전>을 열어 그림과 조각을 전시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모두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잠바브웨 아트센터에 기부했다. 최근에는 인천시 중구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목공에 대한 멘토링도 진행하는 등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다양한 곳에서 아프리카 목공소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아프리카 목공소는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도 참여하는 중인데,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에 진행된다. ‘옷에 그림 그리기’ 활동을 메인으로 하여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톱질하고 용접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드로잉 기술을 익히기보다는 다양한 색감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다양한 색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칭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예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시간이다.
최근에는 ‘동네방네 아지트 위크’를 맞아 이설야, 박세미 시인과 싱어송라이터 이권형이 아프리카 목공소를 찾았고, 시가 있는 작은 콘서트를 통해 바쁜 일상 속의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을 모집해 조직한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단’도 아프리카 목공소를 방문했는데, 공간 내부를 구경하고 대표님이 건네준 합판에 그림을 그려 자신의 그림을 담벼락에 전시하기도 했다. 결과물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그리고 색칠하는 시간은 어른들에게도 동심으로 돌아가 활짝 웃고 즐거워할 수 있는 추억을 선물했다.

아이들을 향해 한껏 열려있는 아프리카 목공소. 김영수 대표님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고 말하지만, 아프리카 목공소 역시 점점 더 바쁘고 삭막해져가는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진정한 쉼터를 제공하는 오아시스가 되어주고 있다. 스스로의 힐링을 위해 멀리까지 갈 수도 있고, 돈을 지불할 수도 있는 어른들과 달리 나만의 휴식처에 대한 접근 기회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아프리카 목공소는 그야말로 ‘아지트’ 그 자체인 곳이다.

· 주소 : 인천 중구 내동 1-1

 

사진, 글 / 생활문화팀 김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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