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 아지트 이야기 2: 시간이 멈추는 책방, 국자와 주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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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쉽게 접하고 만나는 책방, 갤러리, 카페들과 동아리를 연계한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아지트로 함께하고 있는 인천의 공간 이야기를 전합니다.

 

* ‘책방, 국자와 주걱’은 어떤 곳?
25가구 80여 명이 사는 강화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유일한 동네 서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며칠간 머물면서 독서할 수 있는 북스테이를 인천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동네 주민들의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구불구불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가면 고향집을 연상시키는 작은 책방이 나타난다. 별도의 간판 없이 흰 벽에 ‘책방, 국자와 주걱’이란 붓글씨가 써져 있다. 함민복 시인이 선물한 이름 ‘국자와 주걱’은 음식을 나누는 도구인 국자와 주걱처럼 책을 통해 지식과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개인을 위한 도구라면, 국자와 주걱은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기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강화 도장리 대흥마을의 유일한 동네 서점인 국자와 주걱은 이름 그대로,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내면적 양분과 특별한 추억을 듬뿍 퍼주고 있다.

국자와 주걱은 책방을 여는 것이 꿈이었던 김현숙 대표님이 가정집을 책방으로 꾸민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국자와 주걱을 처음 찾은 사람들도 내 집인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앉아 책을 읽고 여유를 즐긴다. 책방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책꽂이에는 유명한 서적부터 대형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특별한 책까지 다양한 서적들이 꽂혀 있다. 여행, 환경, 과학 등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는 책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종이냄새를 맡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이 국자와 주걱의 매력이다.
특히 도시에서 바쁘게 살던 이들이 국자와 주걱에 들어오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시간이 멈춰있는 느낌을 받는다. 특유의 여유와 평온함 때문에 국자와 주걱은 김현숙 대표님도 모르는 사이 힐링장소로 입소문이 났고, 동네 주민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루종일 책에 둘러쌓여 있고 싶은 책쟁이라면, 국자와 주걱에서 며칠 머물고 갈 수도 있다. 국자와 주걱은 전국에 있는 10개의 북스테이 네트워크 중 하나이며,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북스테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북스테이는 ‘Book’과 ‘Stay’가 결합된 단어로, 책과 연계한 방식의 숙박을 의미한다. 책방에서 하루를 머물며 독서와 함께 다양한 문화체험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북스테이의 특징이다. 국자와 주걱은 인원에 관계없이 하루에 한 팀만 예약을 받고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독서할 수 있고, 책을 읽다가 문득 잠이 오면 그대로 잠들 수 있다. 김현숙 대표님은 직접 텃밭을 가꾸시기도 하는데, 북스테이 이용자들에게는 아침으로 손수 제철밥상을 차려주기도 한단다.
북스테이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혼자 찾아와서 2박 3일씩 책을 읽으며 머물다 가기도 한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정겨운 시골집, 좋은 책과 따뜻한 밥상이 어우러지는 국자와 주걱은 한 번 방문한 사람이라면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찾아오는 특별하고 푸근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더불어 책을 구매했을 때, 국자와 주걱의 상징인 부엉이 도장을 책 앞면에 받을 수 있는 것도 국자와 주걱만의 소소란 재미라 할 수 있다.

국자와 주걱은 유일한 동네 서점인 동시에 북 콘서트,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올해 1월에는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의 김태훈 작가를 초청해 북 콘서트를 진행했고, 2월에는 김연희 시인과 인디밴드 한받이 국자와 주걱을 찾아 시 낭송과 공연을 선보였다. 4월에는 동화 <티베트의 아이들>을 그린 김진수 작가의 원화 전시회가 열리는 등 국자와 주걱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시골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과 자극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8월 22일에는 ‘동네방네 아지트 위크’를 맞아 국자와 주걱 뒤뜰에서 정영효, 이병국 시인의 시 낭송과 싱어송라이터 정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시와 노래를 들으면서 강화 시골의 푸른 하늘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함께 한 사람들 모두가 정취를 즐기고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 국자와 주걱은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을 통해 ‘책들은 다 일가친척’이라는 동아리를 운영하는 중이다. 매달 짝수 주 목요일에 모임이 진행되는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책과 함께 보면 좋을 자료를 서로 추천해준다. 독서 후에는 책에 대한 토론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부한 내용은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지난 달에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그림책 <운동화 비행기>의 홍성담 작가를 초청해 ‘<운동화 비행기>와 나의 삶’을 주제로 북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홍성담 작가의 첫 그림책인 <운동화 비행기> 원화에 담긴 이야기와, 5.18을 온몸으로 겪었던 작가의 경험 등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동아리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처럼 책을 통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채식 식사 모임이나 동네 숲 산책길 만들기 등의 이벤트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책을 읽으려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국자와 주걱.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고 누구나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국자와 주걱은 앞으로도 즐겁고 의미 있는 일들로 이 공간을 채워나갈 것이다. 책에 둘러쌓인 채 무엇인가를 집어들고 읽다가, 사색하다가, 간혹 멍을 때리다가, 잠시 일어나 산책하다가 시간을 보내면 해가 어떻게 지는지도 모를 만큼 호흡이 길고 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성맞춤의 독서 아지트가 되어줄 국자와 주걱을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 주소 : 인천 강화군 양도면 강화남로 428번길 46-27
· 연락처 : 010-2598-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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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생활문화팀 김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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