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혜원은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도시의 물리적이고 정서적인 환경과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파생된 사회현상을 드러내는 작업을 발표해 왔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도시공간과, 지루하고 고독한 일상의 이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고 환기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목받지 못한 개인사와 공공의 기억을 연결하고, 현실과 허구를 조합하여 재구성하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따라서 인천아트플랫폼 입주기간 동안에는 한국 근현대사 자료, 문학작품 등을 수집하고 발췌하여 이야기와 사진, 영상을 결합한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작가노트
나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로 표면과 이면이라는 양가적 속성이 충돌하고 공존하는 도시의 아이러니에 주목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에 관한 사진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가 살던 동네가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면서부터이다. 익숙하던 일상의 풍경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장소의 역사와 개인의 기억이 훼손되고 지워지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Blue Territory>시리즈는 그렇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자리의 공백과 균열을 나타내고자 한 작업이다. 이후 나는 도심의 지하세계를 다룬 <Speeding Light> <Urban Depth> 등의 시리즈를 통해 도시의 표면이 가리고 있는 생경한 일상을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이동하는 지하철의 모습을 포착하거나, 매일 쏟아지는 쓰레기를 삼키고 소화하는 비밀스러운 지하공간을 기록하는 등의 작업은 지하의 인공적 환경과 그 비가시성에 대한 관심사를 반영하였다. 이후 <Scene>이라는 연작으로 오랫동안 방치되고 은폐된 공간을 다룬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공간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작업과는 다소 다른 접근이지만, 동시대 도시문화를 조명한 <Cloud Shadow Spirit>을 발표한 바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기리는 다양한 방식과 태도를 다룬 이 작업은 현대인의 삶에 있어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의미,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시사하는 오늘날의 사회적 정서적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사진 프로젝트들은 각기 독립적이지만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각도로 도시의 현재를 조명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