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박은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과정에서 현대음악을, 홍익대학교에서 영상디자인을 전공하였다. 클래식을 전공한 후 프리재즈에 매료되었고, 어떤 한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자신만의 필터를 거친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Ji Park Contemporary Series)>를 통해 다원예술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2014년부터 한국과 유럽, 미국을 오가며 해외 아티스트들과 작업 및 공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대무용 음악감독에서부터 영화음악 작곡가, 즉흥 연주자로 전방위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DMZ, 60분, 퍼포먼스,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19 |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주로 어떤 사건 혹은 경험의 단상을 기억하고 응축하여 음악작업 혹은 작곡으로 표현한다. 음악이 주가 된 공연보다는 비디오아트 혹은 현대무용, 라이브 페인팅 등 다른 장르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흥미롭게 생각한다. 지난 7년 동안 17개의 다원예술 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4년 프랑스 유학 이후, 판소리와 첼로, 비디오아트 등과의 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나현 안무가가 만든 ‘유빈댄스’ 의 현대무용 음악감독을 맡아 사운드 디자인 및 작곡가로 활동하였다. 또한. 2015년 뉴욕 OMI International Arts Center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선정된 이후에는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나는 음악 작곡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머릿속에 곡 전체의 흐름과 구성에 대한 스케치를 그려두고 확정 지어놓는다. 곡에서 어떤 악기를 사용할 것인지를 정할 때 어떤 연주자를 섭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시작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연주자의 장점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곡을 쓰려고 신경 쓰는 편이다.
곡의 편곡과 솔로 파트 등의 큰 그림을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 고민하여 정하여 작업한다. 비디오아트 영상을 직접 만들 경우에 한 테마 혹은 패턴의 베리에이션으로 곡의 기승전결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내 작업을 함축하여 표현 할 수 있는 핵심개념은 ‘시계추 이론’이다. 끝과 끝은 통하고 거식증인 사람이 오히려 비만이 될 확률이 높듯, 양극단은 오히려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개념을 매우 많은 실생활에서 대입하여 생각하고 분석하는 편인 것 같다. 음악적으로도 양극단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지만, 이 두 끝은 결국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백남준에 관한 스트링퀄텟 음악 작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음악 작업은 완전한 현대음악의 기법으로써, 대중적이진 않지만, 스스로 음악에 대해 자유롭게 연구하고 작곡할 예정이다.
<DMZ>앨범 커버_ 2019(실황연주 레코딩 발매) |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 작업으로는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7 – DMZ>(2019)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작업은 2018년 독일에 해외투어를 하러 갔을 때, 베를린 마주한 것에서 시작한다. 베를린 장벽을 실제로 보았을 때, 나는 큰 파도가 휘몰아치는 감정을 느꼈다. 그 순간 나는 한국에 돌아가 비무장지대(DMZ)에 직접 가보고, 더 알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 시기에 우연히 영상작가 이지송에게 국제 시각 예술가 그룹 Nine Dragon Heads & Shuroop과 함께 “DMZ 무경계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받았고, 이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DMZ 무경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50여 명의 국내외 시각 예술가들이 종일 DMZ 일대를 탐색하며 리서치하기도 하고, 서로의 퍼포먼스를 본 뒤 생각을 나누는 등 며칠 동안 밤을 지새우기도 하였다. 이때 매일 다른 국내외 작가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때로는 붕 떠오르는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러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의 경험은 DMZ를 다각적으로 보고 또 느낄 수 있던 기회가 되었다.
나는 여기서 스트링퀄텟, 피아노, 모듈러신스&사운드디자인+비디오아트 구성의 음악으로 공연하고 음반을 발매하였다. 나의 세대가 느끼는 DMZ에 대한 단상에 대해 리서치하고 고민한 이 작업은 앞으로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프로젝트이기에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7 DMZ>, 60분, 퍼포먼스, 인천아트플랫폼, 2019 |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들을 나열해보면 코닐리우스 카듀(Cornelius Cardew), 안소니 콜맨(Anthony Coleman),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에그베르토 지스몬티(Egberto Gismonti),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이다.
2019 IAP 콜라보 스테이지 VOL.5 COR3A, 지박, 인천아트플랫폼, 2019 |
나는 주로 영감을 받기 전에 머릿속을 정리하러 탁 트인 바다에 가서 바다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입주를 계기로 바다 앞으로 이사 왔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또한 평소에 아주 현대적인 작품들을 접할 때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느낌을 받는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무용이든, 새로운 필터와 작품을 발견했을 때 가장 행복하고 거기에서 받는 영감이 가장 크다.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에게 작업은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고, 더불어 작업을 통해 관객들에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나의 작업 방식이나 예술에 접근하는 방법은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다. 그저 일상 속에서 찾고 많이 느끼려고 노력할 뿐이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특별하게 전환할 있다면, 그것은 작품으로 발전될 수 있는 씨앗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 생각의 시점에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 내가 의도한 주제 의식은 있지만, 음악과 공연이 만들어지고 그 시간, 공간에서 예술이 지나가 버리면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나조차도 어떤 예술가의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때 그 예술가로부터 반드시 전달받은 부분은 없다. 그때 당시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HIdden Dimension>, 음악감독 및 작곡,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2019 |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올해 현대음악, 얼터너티브, 현대무용 음악,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장르 그리고 각기 다른 멤버들과의 협업 및 작곡 프로젝트로 음반 5개를 발매할 예정이다.
음악가는 음악으로써 가장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향후 3~4년 동안 음반 작업을 많이 진행할 예정이다. 나는 대중음악부터 실험 음악까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예술적 구분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동시대 예술에 대한 공연이나 음악을 만들 때 관객과 나 사이에 어떤 ‘선’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가끔 그 선으로 인해 지칠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지점이 변화하는 시작점에 대한 고민과 기대가 되기도 한다. 국내의 관객분들이 동시대 음악이나 미술, 무용을 더 많이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시기를 꿈꿔본다. 예술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나도 앞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새로운 필터로 완성도를 높이는 작가, 작곡가, 공연 기획자로 기억되고 싶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