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에 작은 미술관 ‘우리미술관’에서 <Ready-Made Manseok> 전시회가 개최되어 다녀왔다. 10월 25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인천을 중심으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탈 작가의 개인 전시회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채만식의 소설「레디메이드 인생」과 미술용어 ‘레디메이드’에서 착안했다. 소설「레디메이드 인생」은 산업화의 시작과 함께 취업전선에 뛰어든 인간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때 레디메이드는 스펙을 쌓는 기성화 된 인간을 지칭한다. 한편, ‘레디메이드’는 예술가의 선택으로 하나의 작품이 된 기성품과 산업물을 내포하기도 한다. 작가는 레디메이드라는 이 두 가지 맥락을 전시장에 그대로 녹여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영상과 반복적인 기계의 움직임이 조금 무섭고 차가운 인상을 풍긴다. 전시는 공단 노동자의 생활, 만석동의 방직회사, 적산가옥 등 역사성을 지닌 마을 만석동이 사라져 가는 것들을 담아내고 있다.
사라져 가는 것은 비단 공장만이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가르친 대로 규율에 맞춰 행동하다 보면 나의 몸은 사회에 맞는 도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살아있는 나의 몸이 사라지는 것. 작가는 마임 공연을 통해 몸이 사라지는 것이 죽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형과 같은 의미 없는 움직임 역시 살아있지 않았음을 말한다.
작은 전시장에서 전해지는 울림이 크다. 우리는 모두 소중하고 정해진 것에 맞게 움직이는 도구가 아니며, 물건처럼 다루고 버려져서는 안 된다고 작품 곳곳에서 얘기하는 것 같다.
회사 책상 앞에 앉은 내 모습이 권태롭고 취업에만 매달려 있는 삶이 답답하다고 느껴진다면 이번 <Ready-Made Manseok> 전시에서 숨 한번 고르고, 위로받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무료관람이니 편한 시간에 꼭 한번 들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