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차승언은 홍익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예술대학에서 회화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한 후 베틀로 짠 캔버스를 제작하며 회화의 조건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언뜻 보면 평면 회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적으로 직물로 구성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현재 20세기 미술 현장의 과거 유산을 되돌아보고 동양과 서양, 시각과 촉각, 정신과 물질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예술 요소를 섞는 것에 관심이 있다.
EbonyIvory-1,2,3_polyester yarn_61×45cm*3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직조의 방법으로 20세기 추상회화의 도상이나 태도를 참조하여 다시 만들어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이루는 물질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형태의 캔버스를 만들다가, 2011년부터 베틀로 캔버스를 직조하면서 물질과 이미지를 동시에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이식된 추상회화를 보며 역사적 맥락 없이 투하된 서구의 양식이 한국에서 정의된 모습에 부대낌이 있었기 때문에, 20세기의 추상회화를 불러와 현재 나의 눈으로 다시 살펴보며 이해하고자 했다.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기존에 회자 되었던 것 중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나, 지나갔지만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다루게 된다. 먼저 참조의 대상을 발견하고, 직조 과정에서 그 참조된 대상들을 연결하고 또 엮어내며 만들어간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며 물질이 구축되고 직물이 짜는 과정에서 참조한 대상을 재구성한다.
One Thing2_polyester yarn, wood frame_220×146×146cm_2014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직조 회화 작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나의 개인전 《Hairy Fairy Stain》(갤러리 로얄, 2017)에서 전시한 〈TwillStain(능직얼룩)〉 시리즈이다. 20세기 추상회화를 살펴보면, 얼룩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어떤 때에는 굉장히 감성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즉흥적이라고 생각이 들며, 작가들은 또 거기에 무수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회화에서 얼룩은 과장된 해석과 신화성을 가지며 해석할 요소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우연의 산물처럼 보이는 즉흥적 얼룩을 계획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직조’라는 행위를 통해 다시 매개해 보고 싶었다. 몇 명의 동양/서양, 남성/여성의 추상 화가들을 설정하고 그들의 작업을 참고해 얼룩을 만들었다.
능직얼룩(TwillStain)-5,9,7,10,6,8_《Hairy Fairy Stain》전시 전경_갤러리 로얄_2017
직조의 과정 중 베틀에 실을 걸기 전 ‘정경(整經)’이라고 하는 실을 정리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에서 실을 염색하여 얼룩을 만들다가, 베틀에 끼워졌을 때는 의도한 것과는 또 다른 ‘우연’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우연을 발생시키고, 그 위에 뿌려진 얼룩에 대응하여 이를 계산하는 직조 방식으로 작업했다. 작업과정에 특히 공이 많이 들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기술이 축적되어 있다. 또한 확신과 불확신이 교차하는 작업과정에서 생기는 긴장감도 있어, 능직얼룩 시리즈를 좋아한다. 현재 존재하는 것이 옛적에 있었고, 장래에 있을 것도 옛적에 있었으니 초저속 즉흥 베틀을 타고 지난 것을 찾고자 한다.
능직얼룩(TwillStain)-10_Detail | 능직얼룩(TwillStain)-9_Detail |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직조 회화작업으로 개인전을 하고 작업한 지 8년째가 되어 가는데, 첫 작업과 비교해 보면 기술적으로 매우 능숙해졌다. 총 세 개의 베틀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2013년부터 계속 사용하여 거의 한 몸과 같다. 이것 외에도 종종 다른 베틀을 사용해야 할 때, 나는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그 익숙함을 더 갈고 닦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익숙함을 경계하기도 한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기간에는 개념과 기술, 그리고 재료가 더 유기적인 관계가 되도록 훈련함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작업을 구성하는 규칙이나 기술을 위반하면서 다른 길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두 작업의 작동 방식이 서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에는 외적 당위성보다 내적 요구에 힘을 실어서 작업할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입주 작가들과 실험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지원이 있어서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Segment-6,5,7_rayon yarn, polyester yarn, acrylic paint_97×97, 95×95, 97×97cm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미래에 대해 취약하고, 불안하고, 통제할 수 없는 몸과 함께 있다. 인류는 어떤 노력으로도 세상을 나아지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공들여 쌓은 것은 바닥이 유실되며 사라질 것이고, 그것을 반복해서 경험해야 할 것이다. 쌓은 것이 사라지지 않는 것 또한 저주가 될 것이다. 구원과 약속은 내 바깥으로 와서 그 이름에 맞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작업은 사랑하는 사람, 개념, 역사에 대한 책임이며 치밀하고 섬세하게 육화시킬수록 의미를 갖는다.
능직얼룩(TwillStain)-20, 21_cotton yarn, polyester yarn, dye_227×97cm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지금까지 경험으로 나의 작업은 정의하거나 의도하여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삶의 환경이 바뀌거나, 사고가 생기거나, 작업이 진행되면서 스스로 자율성을 가지게 되면, 나는 되도록 작품이 작업을 따르고, 의지를 가진 나는 작업 주변의 일을 처리하고 있다. 도서관의 사서나 우체국 창구 직원이 책과 우편물에 일정 거리를 두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일들을 꼼꼼하게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Ground_280x260x35cm_Monofilament, Acrylic Paint, Silk_2012(대전)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먼저, 지금 하는 작업의 내용/방법/기술/물질의 관계에서 유기적 조합을 발견해 나가고자 한다. 초월은 단단한 현실에서 시작한다고 믿으면서 눈앞의 현상에 몰두하며 작업하곤 하는데, 요즘은 맞닥트린 일상에 함몰되는 것 같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기보다 작업 바깥에서 우연과 섭리로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해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씨실과 날실로(with weft, with warp)》 전시 전경_서울시립미술관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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