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숫자3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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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주인공은 왜 첫째나 둘째가 아닌 셋째일까요? 왜 그림책에는 삼 형제나 세 자매가 많을까요? 꾸며낸 이야기 속에서 대개 첫째와 둘째는 부모의 기대와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로, 셋째는 바보, 몽상가, 잠꾸러기, 게으름뱅이로 등장합니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첫째와 둘째는 지나치게 평범해지지만 셋째는 정이 많고, 동물과의 교감 능력이 뛰어나고, 베풀기도 잘하는 매력덩어리로 변신하죠. 영웅은 자신의 영웅다움을 세 번에 걸쳐 증명하고, 주인공은 세 가지 임무를 완수하며,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세 가지 마법 도구가 필요합니다.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문이 열리고, 피 세 방울이 있어야 자식을 살릴 수 있고….

신호등은 왜 빨강, 노랑, 초록 세 개일까요?
메달은 왜 금, 은, 동만 있을까요?
우리는 승부를 결정할 때 가위, 바위, 보를 합니다. 가위바위보는 왜 삼세판을 하는 걸까요?
한국인의 이름은 대부분 세 음절이고요, 우리는 아침, 점심, 저녁 삼시세끼를 먹습니다.
크기는 대, 중, 소로, 등급은 상, 중, 하로 나누죠.
계급은 크게 세 층위인 귀족, 평민, 천민으로 분류했고, 더위를 물리치는 초복, 중복, 말복도 더하거나 빼기 없이 딱 3으로 명명됩니다.
물체의 상태를 나타내는 고체, 액체, 기체도 3의 법칙을 따르고 있죠.

우주는 하늘, 땅, 물, 세 부분으로 이해되고, 인간은 육체, 영혼, 정신으로 나뉩니다. 인생의 주요단계는 유년 시절, 성인 시절, 노년 시절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삶은 탄생, 현존, 죽음으로 정리되죠. 생성, 존재, 소멸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기독교적인 우주론은 세상을 하늘, 땅, 지옥으로 표현하고, 믿음, 소망, 사랑은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 미덕으로 간주합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佛寶), 부처님의 가르침(法寶), 부처님의 제자(僧寶)를 가장 귀한 세 가지 보물이라고 말합니다.

‘숫자 3’은 생명 탄생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남자란 뜻의 1과 여자란 뜻의 2가 결혼해 3이란 아이를 낳죠. 아버지, 어머니, 아이는 가족을 구성하는 원천적인 세 요소로 인류의 지속적인 삶을 보장합니다. 3은 생명과 결실의 표현이며, 그래서 안정된 숫자고, 자신만의 고유한 역동성을 갖고 있죠. 이 밖에 369게임, 삼진아웃, 삼신할머니, 스리쿠션, 삼족오(전설 속의 새. 황금빛의 세 발 달린 신성한 까마귀)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숫자 3’을 접할 수 있습니다.

원시 부족들은 수 인식의 ‘제로 단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들이 수의 크기를 표현하는 방법은 ‘하나, 둘, 그리고…… 많다’ 뿐이었죠. 하나와 둘 이상을 넘어서면 이내 혼란에 빠지고 ‘여럿’, ‘무더기’, ‘다수’라는 식의 단어를 썼습니다. 그들에게 수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어서 냄새나 색깔, 소음 등 어떤 사물을 지각하듯이 받아들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숫자 3은 복수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었죠.

3은 사물의 의미를 설명하는 숫자입니다. 노자는 “도는 하나를 창조했고, 하나는 둘을, 둘은 셋을, 그리고 셋은 모든 것을 창조했다”고 말했습니다. 1은 점, 2는 선이지만 3은 면을 만들어 공간을 획득합니다. 삼각형은 어느 꼭짓점을 향해도 그 정점으로 말미암아 운동성이 느껴지죠. 왈츠의 3박자, 삼각관계 등 ‘3’만큼 우리 삶 곳곳에 깔린 수학적 정서는 많지 않습니다.

“3은 최초의 홀수로 완전한 숫자이다. 숫자 3 속에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숫자 3이 부정적으로 이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사람이 있으면 그 안에 반드시 바보 한 명이 끼어 있다’, ‘뜰에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세 번째 사람은 놀림감이 된다’는 속담이 그것입니다. 두 사람이 모이면 파트너십이 형성되지만 한 사람이 더 끼면 방해가 될 뿐이라는 의미겠죠. 이와 유사하게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면, 제3자는 할 말이 없다’는 관용구도 있네요.

숫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가격, 전화번호, 시간, 버스 번호, 거리, 속도, 무게, 집주소, 나이 등등 우리는 날마다 숫자와 부딪치며 살아갑니다. 의미망이 다양한 언어와 달리 숫자는 시간을 확인할 때나 지폐를 셀 때, 휴대전화 번호 등을 확인할 때만 필요한 평범한 도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숫자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7을 행운의 숫자라고 하는 걸까요? 왜 4층, 혹은 13번째 집에서 사는 걸 꺼려할까요? 숫자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 예술이나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미신이나 소문이 우리의 무의식에 도사리고 있다가 비성적인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숫자는 디테일하고 세심한 언어로 여러 층위를 품고 있는 문자(소리)언어와는 기능이 다르지만 때때로 자신만의 고유한 무게와 생명력으로 보이지 않는 마력을 품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나 어떤 날을 쓸모 있게 정리하고 싶을 때 숫자를 사용합니다. 역사적인 사건뿐만 아니라 개인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죠. 숫자 ‘100’을 생각보세요. 100일 휴가, 100일째 만남, 100세 장수마을, 100대 국정과제, 100일 기자회견 등등. 이날은 어제나 그제와 다름없는 시간 속에서 등장한, 단순히 달력에서 숫자가 바뀐 결과일 뿐일까요? ‘100’은 이를 데 없이 아름다운 완성의 숫자입니다. 불완전함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완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고, 완전수인 100을 맞이하여 새로운 의의, 새로운 가치를 찾는 거죠.

숫자는 대상을 섬세하게 세분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어떤 숫자에는 마법의 작용이 숨어있는 것 같기도 하죠. 세상의 관계와 사건을 이해하는 데 숫자는 적지 않은 도움을 줍니다. 인류는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고, 중요성을 부여하고,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숫자들과 더불어 말이죠.

9월이 지나면 2017년도 세 달밖에 남지 않겠네요.
아직 세 달이나 남았습니다.

 

* 본문 내용은 다음과 같은 기사와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 우리가 몰랐던 숫자3의 친숙함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숫자3을 말하다(경희대학교 소리방송국)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EBS 교양-세상의 모든 법칙 ‘숫자 3의 비밀은?’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EBS 지식프라임-‘3’의 비밀: 주인공은 왜 셋째일까?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밀물 썰물] 숫자 3(부산일보 2011.2.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숫자의 감춰진 비밀』, 오토 베츠 지음, 푸른영토, 2009.
7. 『숫자의 탄생』, 조르주 이프라 지음, 부키, 2011.

 

글,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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