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 무당들의 굿 배움이 절실한 거첨뱅인영감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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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첨뱅인영감굿>은 황해도 옹진군 봉구면 무도리 거첨마을에서 행해진 풍어굿으로 황해도 해주 결성 출신 무당 김매물(1939생)을 중심으로 한 ‘황해도굿한뜻계보존회’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거첨뱅인영감굿>은 2005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출전하여, 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굿을 주관하는 김매물은 현재 ‘꽃맞이굿’으로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제24호(2013.04.30)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뱅인영감’ 신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황해도 최고의 신격인 최영 장군을 따라 들어온 하위 신으로 어민들에게 고기를 몰아다주는 능력이 뛰어난 존재이다. 둘째는 거첨 일대에서 조기를 잡는 중선배를 부린 사람이 죽은 뒤 마을 신격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셋째는 바다에서 죽은 사람의 유품을 섬긴 후 고기가 많이 잡혀 지속적으로 신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그런데 뱅인영감의 내력을 보면, 뗏목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지게, 패랭이, 짚신 등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보부상의 유품이다. 즉, 뗏목에 죽은 보부상은 보이지 않고 그의 물품만 남아 있는 셈이다.

황해도 강령 거첨 대부분의 주민들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거첨에서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마을사람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거첨의 바닷가에 웬 뗏목이 하나 떠밀려왔는데 마을사람들이 며칠을 지켜보아도 뗏목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뗏목을 타고 왔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중략) 마을사람들이 뗏목에 가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지게, 지게작대기, 패랭이, 지팡이, 짚신 등만이 있었다고 한다. (중략) 그리고는 배를 부리고 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 뗏목의 임자를 위해 대동굿에서 섬겨주기로 하였다. 거첨의 당에는 최영장군을 모시고 있었기에 따로 당을 마련하지는 않고 뗏목이 닿았던 바닷가의 자그만 굴에 뗏목에서 발견된 지게, 지게작대기, 패랭이, 지팡이, 짚신 등을 넣고 뗏목 임자의 명복을 빌기로 하였다. (중략) 이렇게 거첨에서 뱅인영감의 굿을 하면서부터는 고기가 잘 잡혔다고 전한다.

위의 내력 내용을 그대로 풀면, 죽은 뗏목의 임자의 명복을 빌어 주고 나서, 마을에 고기가 잘 잡혀 그 이후 지속적으로 굿을 통해 풍어를 기원한 것이다. 죽은 사람을 묻어주고 나서 마을에 풍어가 이루어졌다는 구전은 한국 바닷가 마을 곳곳에서 보인다. 결국 죽은 사람이 신으로 좌정된 사례를 거청뱅인영감굿에서 볼 수 있다.

굿거리에서 뱅인영감이 가장 먼저 하는 행위는 돌 또는 풀무더기를 구르고 다닌다. 여기서 ‘뱅’은 ‘한 바퀴 도는’ 뜻을 가지기에 ‘뱅인’은 ‘구르는 사람’을 지칭한다. 따라서 뱅인의 명칭은 그 행위에서 따온 이름이다. 거첨마을에서 피난 온 사람들에 의하면 뱅인영감 신당은 절벽 아래에 있었다고 한다. 굿을 할 때 무당은 절벽 아래 신당으로 굴러서 내려가는데, 이때 무당이 낙상하지 않고 다치지 않을 때 뱅인영감이 제대로 실린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굿거리에서 ‘뱅인영감’이 구르는 행위를 마치면 거첨 앞바다는 이미 황금빛이 나는 조기가 득실대는 황금어장으로 바뀐다. 그물을 치기만 하면 조기를 쉽게 퍼 담을 수 있다. 그런데 뱅인영감은 인간에게 복을 내리는 선신(善神)이지만 때론 인간들이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그 혜택을 인간에게 부여하지 않는다. 굿의 연행에서 뱅인영감으로 분장한 무당은 제물로 바쳐진 순대가 길이가 짧다고 탓하고 화를 내면서 나무란다. 그러면 어민들은 잘못했다고 손을 빌려 용서를 구한다. 신의 이중적 성격은 인간과 마찬가지이다.
뱅인영감은 직접 어부가 되어 조기를 몰아다 준다. 무당은 순대를 목에 걸고 그것을 닻줄인양 길게 바다에 늘어뜨리는 시늉을 한다든지 고사리감투를 쓰고 바다 속 안을 들여다보면서 어부의 조업 행위를 한다. 이것은 고기를 많이 잡기를 바라는 유감주술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고사리감투는 나무상자에 거울을 단 ’창경‘이라는 우리나라 전통 어구로 물고기의 이동을 관찰하는 도구이다. 이 대목은 ‘언덕을 구르고 도로 올라오는 행위’ 와 함께 연극적 요소가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황해도의 굿거리는 대개 24거리로 진행되는데, 이번 <거첨뱅인영감굿>은 15거리로 진행되었다. 황해도굿은 신령을 불러서(請神), 모시고(奉神), 놀리어(娛神), 보내는(送神) 4단계 절차에 의한다. 신을 부르기 위해서는 먼저 굿청을 깨끗이 정화하는 ‘신청울림굿’과 신을 굿당으로 모시는 ‘산맞이’와 ‘상산맞이굿’, 부정을 씻어내는 ‘초부정·초감흥굿’, 액운을 걷어내기 위해 영정각시를 대접하는 ‘영정물림굿’, 마을 주민의 명과 복을 기원하는 ‘칠성제석굿’, 재복을 기원하는 ‘소대감굿’, 나쁜 군웅을 막아주는 ‘타살굿’, 뱅인영감을 모시고 만선을 기원하는 ‘뱅인영감굿’, 그리고 상산본향대감을 모셔와서 노는 ‘대감굿’, 사통팔달 무사안전을 기원하는 ‘서낭굿’, 마을의 모든 조상신을 불러 대접하는 ‘조상굿’, 모든 액운을 물리치는 ‘작두거리’, 억울하게 죽어간 혼령들을 위로하고 먹거리로 대접하여 다시 돌려보내는 ‘마당굿’ 순서로 진행되었다.

뱅인영감굿은 엄밀하게 말하면 황해도의 민속문화이다. 그러나 인천 시민 중 피난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 현 상황에서 인천의 문화유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황해도굿이 모두 그렇지만 공연 제목이 <거첨뱅인영감굿>이지만, 기본적인 굿거리에서 ‘뱅인영감굿’이 진행될 뿐이다. 따라서 뱅인영감굿의 내용을 중심으로 굿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고, 이 굿이 만들어지게 된 유래 등을 첨가하여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거첨뱅인염감굿>의 가장 큰 문제는 굿을 주관하는 김매물 만신이 몸이 좋지 않아 굿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2017년 6월 3일 공연에서는 단화선 무당이 <뱅인염감굿>을 주관하였는데, 후세대 무당들의 굿 배움이 절실한 때이다.

<거첨뱅인영감굿> 사진더보기 ▶

 

글/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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