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인천의 옛 모습을 사진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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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섭 사진전 ‘인천 화교이야기’

지난 6월 9일 한중문화관의 화교역사관 1층 갤러리에서 사진전 ‘인천 화교이야기’가 문을 열었다. 이번 사진전은 인천의 옛 모습이 남아있는 곳들을 돌아다니며 사실적으로 사진에 담아내는 김보섭 사진작가의 개인전으로, 1980년대부터 2000년까지 작가가 직접 인천 화교들의 삶으로 들어가 남긴 기록들이다.

차이나타운이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지금은 화교사회가 많이 개방되었지만, 김보섭 사진작가가 이번 사진전에서 소개한 사진들을 찍던 8,90년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많은 화교들이 배타적이었고,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한국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심했다. 하지만 작가는 처음 인천에 정착하고 화교 문화를 자리하게 한 화교 1세대에 주목했다. 그들에게 남아있는 옛 문화와 삶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했다.

처음 화교 사진을 찍게 된 것은 80년대 말, 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생일을 맞은 마당씨 할머니를 만났고, 그 가족의 사진을 찍어준 것이 인연이 되었다. 지금은 관광객도 많고 중식당이 즐비한 화려한 거리가 되었지만, 당시 차이나타운은 어두운 분위기의 거리였다. 작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여 사진을 찍기보다 차이나타운이 가진 어두운 분위기를 그대로 남기고 싶었다. 한 달에 20일 이상, 차이나타운을 찾아 거리를 배회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아무도 없는 집 같았지만 어떤 집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마작을 하기도 하고, 장의사가 직접 관을 짜고 있기도 했다. 마작 집에 붙어있는 빨간 봉투들이 결혼식 초대장이라는 것을 알고 중화루에서 작게 열린 결혼식에도 쫓아갔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집에도 찾아갔다. 거리에서 치른 장례식이나, 절에서 열리는 행사 등 말 그대로 그들이 사는 삶 자체를 쫓았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물음에 거절을 하고 문전박대를 하던 사람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으며 만난 한 할아버지가 구정에 중국 산동성의 고향을 방문하는 데 동행해 그의 가족들을 만나고 오기도 했다.

흑백으로 담은 사진들은 그가 포착한 당시 차이나타운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담고 있었지만, 관찰자의 시선으로 한 발짝 떨어져 찍은 사진이 아니라 직접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찍은 사진이기 때문인지 포근하고 정감 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옛 모습’이라는 주제에 대한 집요한 열정으로, 인천의 화교뿐 아니라 중, 동구 일대의 옛 흔적들을 사진 속에 담는 작업들을 이어왔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 곳곳에 남아있는 옛 모습을 발견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북성포구의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그 아래서는 사람들이 통나무로 뗏목을 만들어 바다에 띄우는 모습을 발견하고 ‘바다사진관’을 열어 방문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또한 지금은 동화마을이 되어버린 송월동, 인천아트플랫폼 일대가 된 해안동 일대 등도 개발 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해두었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던 곳들은 그가 사진으로 기록한 이후에 개발이 되어 옛 자취를 감추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배경이 된 차이나타운 역시 2000년대 이후 관광지가 되면서 옛 모습이 사라져 그곳에서의 사진작업을 중단하게 되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작가는 여전히 남아있는 옛 인천의 흔적들을 수집하고 있다. 지금은 신포동 일대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을 찍는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소란한 주점이 아니라 오래된 술집을 오랜 동안 찾아온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쭉 인천에서 살며 사진을 찍겠다고 말한다. 그가 담은 사진 속의 대상, 사람이나 풍경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김보섭 작가는 사진 속에 옛 인천의 모습 뿐 아니라 그 시간을 살던 사람들과 사람들의 문화를 남긴다. 시간이 흐르며 삶의 모습과 문화가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고 인위적인 개발로 만든 도시의 모습은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건물들, 화려한 풍경들도 모두 언젠가는 옛 흔적들이 되겠지만, 그 속에도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담길 수 있을까. 작가의 ‘옛’ 사진이 우리의 ‘지금’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글,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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