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자본주의를 폭로하다. 채만식의 『탁류』

0
image_pdfimage_print

올해는 일제강점기 한국 근대소설을 대표하는 명작 채만식의 『탁류』가 발표된지 80년이 된다. 채만식은 일제 식민지 시기의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낸 작가로 이름이 높다.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 『탁류』는 『태평천하』와 함께 채만식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초봉이라는 한 여인의 기구한 인생을 줄거리로 하는데, 이는 식민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슬프고 비참한 결과물이다. 군산 미두취인소 앞의 드잡이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미두장을 둘러싼 투기와 은행자금의 횡령, 사문서 위조, 성적 문란, 사기결혼과 자식 매매, 살인 등 자본주의 일상 속의 인간들의 추한 욕망들이 숨막히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초봉으로 수렴되는 이런 인간의 욕망과 비극들을 바라보는 작가 채만식의 시선은 결코 동정적이거나 동조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냉철하고 담담하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해방 후 1949년 민중서관에서 상하 두 책으로 발행된 책으로 판수를 헤아리면 3판에 해당한다. 우리 근대소설에서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초판 이상을 발행하는 것이 극히 드물었는데, 『탁류』는 세 번이나 다시 찍었다는 점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글 /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Share.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