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프로젝트 <2007 홍예문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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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당신, 어떤가요?
“10년 후 미래의 당신, 잘 살고 있나요?” 지난 4월 7일 오후 3시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광장에 어린아이부터 70세의 백발의 신사까지 작은 벤치 앞에 모였다. 바로 10년 전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진행된 <2007 홍예문 프로젝트>의 ‘타임캡슐’을 개봉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김창기 작가의 「타임캡슐」 은 <2007 홍예문프로젝트>중 하나의 작업으로, 인천문화재단과 인천광역시 중구청 그리고 인천중구문화원이 함께했다. 자유공원 일대 주민들의 추억의 소장품을 담아 2007년 4월 7일부터 2017년 4월 7일까지 10년 후 개봉되는 ‘타임캡슐’을 제작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공원의 역사적 특수성을 조명하며 그것이 타인의 역사가 아닌 우리 개인의 역사임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의미의 무형적 기능과 안락한 벤치의 기능을 한 곳에 마련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출석체크한다”라는 누군가의 기대에 찬 목소리와 함께 개봉된 타임캡슐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린 타임캡슐 안에는 강원도에서부터 서울, 부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10년 전 자신을 추억하는 소장품, 편지들이 들어있었다.

10년이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듯 편지는 습기가 차 있었고 물건들은 세월의 빛을 바라있었다. 변색되어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편지를 받은 한 주민은 아쉬움에 그 편지지를 코팅해서 집에 가져가 다시 10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말했다. 타임캡슐에는 10년 전 86세 할머니의 편지도 있었다. 지금은 96세이신 이 분의 타임캡슐은 가족들의 품에 돌아가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모인 주민들은 자신의 10년을 추억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족, 친구와 함께 가졌다.

10년 전 타임캡슐을 묻은 주인공들 중 오현경 씨의 개봉된 타임캡슐에는 증명사진 2장, 10년 전 자신에게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녀의 편지의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 중학교 1학년이지만 이것을 볼 땐 대학생 일텐데 나의 꿈 선생님 그 꿈을 항해 달려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지금은 몸이 많이 안 좋은데 건강 잘 챙겼으면 좋겠고 앞으로 좋은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요.

오현경 씨는 타임캡슐을 개봉한 소감에 대해서 “10년이 지나서 제 자신이 많이 변화한 것 같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또 여기 10년 전의 타임캡슐을 연 한 부부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그 주인공은 부천에 사는 이동철, 김성진 부부이다. 10년 전 20대였던 부부는 결혼 초 임신한 아내와 뱃속 아기와 함께 이곳에 와서 10년 후의 자신들의 가정에 대한 기대를 담은 편지를 타임캡슐을 묻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어느새 부부의 허리춤만큼 훌쩍 큰 아이와 함께 든든한 한 가정의 모습이 되어 부부의 역사를 기억하러 이곳을 찾았다. 부부는 타임캡슐을 연 소감에 대해 “10년 전에는 뱃속의 우리 아기와 함께 왔었는데 지금은 아기도 커서 다 같이 타임캡슐을 열어보니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다양한 사연이 담긴 편지와 소장품들 중 재미있는 소장품이 있었다. 윤종필씨(CCS525 디렉터)는 10년 전 타임캡슐에 담배 한 개비를 넣었다. 그는 타임캡슐에서 담배를 꺼내며 “지금은 금연했는데 그때는 담배를 피웠나 보다 10년 후에 다시 열리는 타임캡슐에는 술을 넣겠다. 그렇게 한다면 술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라며 웃음을 보였다.

김창기 작가에게 이번 첫 번째 <2007 홍예문 프로젝트>를 끝마친 소감과 지금의 심경에 대해 물었다.

“저는 내용물이 거의 변형 없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었는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많이 변형된 모습을 보니까 너무 경솔히 생각하지 않았나 후회가 되네요 철저하게 보존될 수 있게 했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Q. 10년 동안 이 프로젝트 기억해주신 사람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A. 10년이라는 세월이 내용이나 본인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변형이 된 것도 있겠지만 이번 이 시간을 통해 10년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는 것에서 많은 위안이 된다.

이번 <2007 홍예문프로젝트>는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추억하며 10년 전의 내가 10년 후의 나에게 ‘10년 후 미래의 당신 잘 살고 있나요?’라는 물음과 그동안 잘 살아왔다는 격려,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개인의 역사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타임캡슐은 다시 차이나타운 자유광장 중앙 벤치에 묻어졌다. 이곳에 있었던 모두의 앞으로 10년의 역사가 담길 타임캡슐을 2027년 4월 7일 약속했던 장소에서 다시 열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글/ 최승주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사진/인천문화재단, 최승주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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