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시간에 교과서 대신 소설책 봐요”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는 책상과 의자, 교과서가 없다. 대신 바닥에 푹신한 카펫이 깔려 있고 아이들은 원탁에 둘러앉아 책을 읽는다. 교장은 19세기식 교육으로는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한다. 읽기, 쓰기, 문학 등을 교과서가 아닌 소설로 가르치는데도 학교 종합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29년째 10분 ‘아침 독서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도요고는 이미 ‘유명고’다. 전국적으로 2만7천여 개 학교가 아침 책읽기에 동참 중이다. ‘한때’ 사람들은 시를 읽으며 사람과 자연을 배우고, 소설을 읽으며 역사의 진실을 파악했다.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이후 국내 언론은 ‘한국문학의 축복’, ‘문학의 구원’이라는 어휘를 쏟아냈지만 잠깐의 열기 이후 초라했던 ‘그때’로 돌아갈까 두렵다. 문학의 힘과 가능성을 모색한 서동욱 시인의 칼럼을 프레시안이 세 번에 걸쳐 실었다.
업무 없는 ‘생각하는 수요일’
충남도의 ‘생각하는 수요일’은 구글의 TGIF(Thanks Google It’s Friday)를 벤치마킹했다. 일주일에 한 번, 업무와 관계없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시간. 충남도 경제정책과 공무원 30여명은 매주 수요일 오후를 명상이나 독서, 동료와의 수다로 보낸다. 혁신 문화가 공직사회에 정착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지만 ‘열어 놓음’의 실천은 ‘청신호’가 분명하다.
지자체 vs 예술단체…여기저기 ‘삐걱’
수익과 경영합리라는 명목으로 경기도문화의전당이 통폐합 위기에 놓이고, 28년 전통의 거창국제연극제가 무산 위기에 처했다. 자본의 효율성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는 예술이 여러 이해관계에 얽혀 고비를 맞고 있다. 실적 부담 때문에 수준 있는 공연보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콘서트를 기획할 수밖에 없다는 한숨의 자리에서 예술과 문화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문화 행정이 정치논리에 예속되면 하드웨어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건축물은 정책 시행 평가에 유리하다. 200억 원의 건축비를 들이고도 연 가동률이 20%밖에 되지 않는 문화회관이 수두룩한 현실. 적자 설거지를 할 수밖에 없는 공간 중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도 포함된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하이 터치 설거지의 핵심은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 버리기다. 콘텐츠의 융복합, 지역 시민의 문화 마인드 형성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문화회관을 예식장을 대체하는 문화 웨딩 장소로 이용하거나 갤러리를 캠핑 촌으로 개방하자는 제안 등이 낯설 수 있지만 이미 시작해서 호응을 얻고 있는 곳도 많다.
유커는 대박이 아니다
테이블 400개, 삼계탕 4000인분과 맥주 4000캔. 지난 5월 초, 중국 기업 임직원을 위해 프로모션 등으로 마련한 ‘파티’는 ‘음식한류의 쾌거’ 혹은 ‘과잉접대의 굴욕’으로 상반되게 표현됐다. 주간경향은 각종 도표와 자료, 전문가의 발언을 빌어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유커 대박론’을 넘은 문화 교류 대상으로서의 시선의 변화를 유도한다. 중국에서 온 사람을 ‘중국인’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극동 사람과 남부 사람의 다름을 이해한다거나 상품 판매에 연연하지 않는 관광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한국방문 목적 1위인 ‘쇼핑 관광’의 비판적 시각을 지적하지만 한편, 이로 말미암은 서울 주요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간과하지 않는다. 돈벌이를 위한 관계에서 벗어나 더 높은 차원에서 중국 관광객과 중국 문화를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