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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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그 자체, 혹은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한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의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엔 많은 대학교가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에는 339개의 대학이 있고, 2,831,169명이 이 학교들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일반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 한정) 2015년 인구총조사에서 20~24세 인구 숫자가 3,385,935명이라고 하니, 최근 우리나라의 20대의 적어도 3명 중 2명은 대학을 경험한다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중 인천에는 2016년 10월 현재 본부를 두고 있는 대학이 7개가 있고, 70,023명이 소속되어 있다고 합니다. 타 지역에 본부를 두고 인천에 추가로 대학을 설립한 캠퍼스가 통계에서 빠져 있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인접한 서울이 48개 대학의 562,690명의 재적생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인천의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천의 대학들이 겪는 어려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기숙사 공급부족은 매우 심각한 편입니다. 인천에 있는 5개 대학(인천대학교, 인하대학교, 안양대학교, 인천가톨릭대학교, 경인교육대학교)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11.89%로, 광역지자체 중 최하위의 수준이고, 전국 국공립대, 사립대, 국립대법인, 교육대학, 산업대학의 평균 수용율(20.24%)에 크게 밑도는 수준 입니다. 2010년대에 들어 사회에 막 진입한 대학생들의 주거 비용과 주거 수준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을 생각해보면, 인천의 대학들은 타 시도의 대학생들에게 그리 친절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의 많은 대학들은 2000년대 이후 부족한 대학 재정상황에서도 기숙사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 이른바 ‘민자 기숙사’를 앞다투어 도입했습니다. 기업이 기숙사를 건설하고, 20년 정도의 운영을 통해서 건설비용과 유지관리비용을 회수하는 이 ‘민자 기숙사’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대학 인근 지역의 자취 비용보다 더 높은 주거비를 떠안게 했습니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주거복지마저도 상업화에 물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숙사 건설에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대학이 기숙사를 단순히 학생의 주거공급을 넘어 교육의 일환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습니다.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대학)라고 불리는 이 교육 방식은 대체로 신입생, 혹은 대학 생활의 전반을 기숙사에서 의무적으로 거주하게 합니다. 기숙사는 단순 거주 공간을 넘어 학습과 공동체 활동, 사회체험, 재능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교수-학생 간, 학생-학생 간의 교류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 대학생활 적응, 사회적 발달을 위한 교육과 생활의 통합적 공간으로 재정의됩니다. 유럽의 전통적 대학 모형을 통해 만들어진 레지덴셜 칼리지의 운영은 미국에서 ‘생활-학습 연계 프로그램(Living-Learning Program, LLP)라는 이름으로 보편적으로 정착해 있습니다. 인천에서는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레지덴셜 칼리지를 운영하고 있고, 외국 대학이 모여 있는 인천 글로벌 캠퍼스의 경우는 레지덴셜 칼리지를 도입하지는 않지만 4개 대학 총 4,200여 명의 학생 정원에 절반 수준에 달하는 약 2,000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단위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천 글로벌 캠퍼스의 학생 수가 정원 대비 27% 선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재학생 전부가 기숙사 거주가 가능한 것입니다. 거주 비용도 2인실 기준 한 학기(16주)에 100만원 선으로, 서울의 민자 기숙사와 비교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기도 합니다.

갓 성인이 된 20대 초반의 학생들에게 레지덴셜 칼리지나 대단위 기숙사의 운영은 주거 비용을 경감시켜 주고, 학업 성취와 대학 생활의 적응, 다양한 경험과 대인 관계 형성의 측면에서도 많은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숙사를 통한 주거문제 해결이 모든 면에서 장점이기만 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도시계획에 있어서 대학의 존재는 필수적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새로운 도시를 개발할 때, 많은 도시들이 기존 대학의 이전을 유치하거나, 새로운 캠퍼스의 개발을 시도합니다. 송도국제도시 개발 과정에서 인천대, 인하대 등 인천의 주요 대학은 물론, 연세대 국제캠퍼스를 서울로부터 유치하고, 유수한 외국대학의 글로벌 캠퍼스를 유치했습니다. 최근에는 시흥시가 서울대학교의 캠퍼스를 건립하려는 과정에 있습니다. 많은 도시들이 대학교를 유치하고자 하는 것은 산학협력과 인재유치와 같은 이유도 있을 것이고, 미시적으로는 대학과 대학생들이 도시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학생들에게도 도시 속의 대학은 큰 기회입니다. 도시 속의 대학을 다님으로써 도시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더 많은 연구와 학업의 동기를 얻거나, 대학에서 얻은 연구의 성과를 도시 속으로 더 쉽게 전달할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교라는 담장 안의 기숙사 생활은 학생이 도시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학교 안에서의 많은 성취를 기뻐하는 동안, 학생 개개인이 도시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동기 부여의 순간과 경험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최근 일본 도쿄의 많은 명문 대학들이 지방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하여 기숙사를 건립하는 노력만큼, 도시 안에서 주거를 구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학생들의 주거 복지를 위해서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숙사 건립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인천의 대학들이 더 나은 교육환경 제공을 위해서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저렴한 주거 제공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기숙사 공급, 레지덴셜 칼리지 교육, 주거 보조금 지급과 같은 여러 방법들이 인천의 대학생들에게 대학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서 인천이라는 큰 도시 안에서 더 많은 다양성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발전하기를 바라 봅니다.

(연세투데이 http://yonseitoday.yonsei.ac.kr/)

(인천글로벌캠퍼스 http://www.sgu.or.kr)

글/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 강대진(2015). 대학기숙사와 지역주민의 상생모색. 교육시설 22(6). 23-28
– 공효순(2016). 우리나라 기숙형 대학(Residence College)의 효율적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 홀리스틱교육연구 20(4). 67-84
– 김고은, 최막중(2014). 기숙사 건설과 임차료 보조에 의한 대학생 주거지원수단 선호 분석. 주택연구 22(4). 45-63
– 이병식(2014). 변화하는 대학, 도전과 과제: 연세대학교 레지덴셜 칼리지 교육. 교육개발 41(2). 38-43
– 장경석(2013). 대학생 주택정책의 현황과 정책과제. 도시와 빈곤 102. 21-34
– 대학알리미. http://www.academyinfo.go.kr
– 인천글로벌캠퍼스. http://www.igc.or.kr
– 한국교육개발원 (2016). 교육기본통계. 교육통계연보. 국가통계포털 (http://kosis.kr)
– ‘5천억’ 투자한 인천글로벌캠퍼스…왜 텅 비었을까?’. 노컷뉴스. 2016.7.4. (http://www.nocutnews.co.kr/news/4616773)
– ‘위기감 느낀 일본 최고의 명문대학들 “지방학생들, 오라” 손짓…왜?’, 동아닷컴. 2017.2.2.
   (http://news.donga.com/3/all/20170202/82686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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