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소장품은 춘원 이광수의 첫 번째 장편소설 무정 8판이다. 올해로 발표 100년을 맞는 춘원 이광수의 무정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 근대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무정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의의라고 할 수 있는데, 동시에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1917년 신문에 연재된 이듬해 육당 최남선의 신문관에서 단행본 초판이 발행된 무정은 1938년까지 총 여덟 차례, 즉 8판까지 발행된 작품이다. 딱지본 통속대중소설을 제외하면, 거의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독자의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 총 8판을 찍기까지 무려 20년 동안 인기를 유지한 근대문학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무이하다. 하드커버로 제본된 이 책은 박문서관이라는 당대 최고의 메이저 출판사에서 발행되었으며, 사용된 종이도 최고급품을 사용한 호화판 도서이다. 무정 8판은 현존하는 도서가 불과 2~3권 내외밖에 되지 않는 희귀본으로, 당시 출판 환경이나 유통 등 문학의 물질적 측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글/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