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확장이란 단어와 잘 어울리는 도시다. 비슷한 말로 확대, 팽창이라는 단어도 있다. 인천이 가진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그 어느 도시보다 넓은 매립지를 조성하여 새로운 땅을 확보한 주로 외연의 성장을 의미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인천은 부평구와 계양구를 제외한 구, 군의 해안이나 내륙에 매립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 중 매립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동아매립지가 조성된 인천 서구 지역이고 행정 면적 대비 매립 면적 비율이 높은 곳은 송도신도시가 조성된 연수구이다. 매립으로 넓어진 땅은 인천 전체 면적의 1/6을 차지하며 이 넓은 면적은 인천이 외부에 내세우는 자랑거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새로운 땅의 탄생은 상대적으로 잃어버린 것도 많다는 것, 기존의 생활 터전과 문화의 망실도 포함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문화 연구자, 도시계획 연구자, 부동산 연구자, 건축가,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등이 진행한 도시 문화 리서치 프로젝트의 결과물’인『확장도시 인천』에서 확장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 궁금해졌다. ‘20세기 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팽창해온 인천의 내 ․조망하면서 산업화와 개발의 흐름에 따라 신시가지를 터전으로 삼아 등장한 중산층 문화의 다양한 형태들을 분석하기 위해 시작’됐다는 것이 기획 의도다.
책은 기획 의도를 충실히 따라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경인선 : 혼잡 연대기>는 1899년에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단순히 인천과 여타 도시들과의 물리적 이동만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그 혼잡의 연대기만큼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책에서는 경인선은 인천 발전과 성장의 초점이 되었고 현재 도시 재생 논의의 중요한 초점에도 경인선이 있음을 말하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앞으로 철도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할 필요성까지 부여하고 있다.
인천은 전국 그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지역 출신들이 모인 곳이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새로운 환경을 찾아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정착하고 살았다는 것은 인천의 매력이다. <인천, 노동자들의 도시 1968-1986>에서는 이러한 인천의 특성이 형성된 배경의 일부를 보여준다. 1968년 경인고속도로의 개통과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화가 이루어졌고 동일방직, 부평공단, 대우자동차공장 등으로 모여든 외지인들의 삶을 피상적이 아니라 개인의 육성을 통해 생생하게 전개하고 있다.
<확장하는 외지인의 도시 1·2>에서는 산업화와 개발의 흐름에 따라 신시가지를 터전으로 삼아 등장한 중산층 문화의 다양한 형태들을 분석하고 있다. ‘부평과 연수동 그리고 송도’ 세 지역을 인천 주거 문화와 중산층 형성과정에서 명확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선정했다. 그 외에도 <어떤 ‘인천살이’의 즐거움, 1997-2015 : 맛집, 백화점, CGV, ‘센팍’> <사라진 아이들> <어쩌면 서울, 아마도 인천> <1999, 인천-홍대앞 왕복 4시간> <송도신도시 : New City for None Place on the New Place> 등의 소 주제를 통해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거나,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정작 본인을 인천 사람이라 부르기가 어색하다는 개인의 경험담, 인천은 언제까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야하는지와 같은 인천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이 펼쳐진다.
한 도시의 확장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규모가 바뀜에 따라 생활 패턴이 달라지고 그 구성원들이 체험하는 경험이 쌓이는 과정이 결국은 다시 그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확장도시 인천』이 말하고자 한 것도 결국 이것이 아닐까? 인천은 규모와 인구 등 외적으로 끊임없이 성장해왔고 그만큼 내적 발전도 이뤄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당신이 살고 있는 그 지역에 대한 기록은, 이야기는 그래서 바로 당신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여기 인천에 살고 있는 우리의 기록은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함을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또한 공감할 것이다.
신은미/한국이민사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