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5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부 상징 디자인 선포식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있었다. 1970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나라문장이 약 46년 동안 대한민국의 공식 정부 상징물로 살아오다 새로운 얼굴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디자인의 호불호를 떠나 새로운 시대에 선진 대한민국의 국격에 걸맞고 해외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정부 상징 디자인의 등장은 전공자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 가는 일이며 기분 좋은 소식이다. 선포식 이후 미디어 매체에서 노출 빈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응용 아이템에서 활용되고 있으므로 벌써 많은 국민들이 새로운 정부 상징 디자인을 인식하였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으며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모여 있음을 잘 모를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직속기관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수립, 문제제기를 하고 2009년부터 위원회를 중심으로 디자인 전문회사, 전문위원, 자문위원 등의 구조를 갖추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자체 연구와 용역 발주, 개발 관리, 홍보, 자문단 수립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온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는 두 개의 정권 하에서 약 8년여의 긴 시간동안 일관된 목적을 유지하고 내용을 살펴보며 책무를 수행한, 다소 느리지만 기본을 지킨 과정 덕분에 국가의 중요한 과제가 마무리되어 결실을 맺었음을 의미한다. 상징 디자인의 내용으로 보자면 매번 수장이 새로 임명되고 조직이 통합되는 변화가 생길 때마다 교체되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여 일관되고 효율적인 시각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던 기존 부, 처, 청의 정부상징디자인 체계를 명확성, 효율성, 경제성의 측면에서 태극이라는 하나의 핵심코드로 일원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2016년 말 인구 300만을 바라보는 인천시가 국내 3대 도시를 표방하며 인천의 브랜드, 인천의 시각상징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금년 안에 새로운 상징디자인 도입을 목표로 과업을 진행 중이라 한다. 이 또한 디자인 전문가 이전에 인천의 한 시민으로서 관심 가는 일이며 기분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앞서 정부 상징 디자인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과정(Process)과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의 관점에서 인천 상징 디자인을 들여다본다면 다소 우려스러운 면이 보인다.
첫째, 과정(Process)에 대해서다. 시각 상징체계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 도입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고 내용을 공유함으로써 공감대를 수립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야 하는 과정의 건실함이 선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만 최종적으로 시각 아이덴티티(Visual Identity)의 완료와 함께 인식의 통일(Mind Identity)이 확립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천시와 관계 부처에서는 다양한 의견 수립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전문가 참여단 이외에 시민 참여단의 구성을 추진 중이지만 소수 시민의 의견만으로 단기간에 수립한다면 자칫 놓칠 수 있는 의견과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적어도 인천시는 각 구와 군 그리고 동의 행정조직을 활용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방대하지만 직접적인 시민소통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한편 분석과 동시에 공개해야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인천 시민들은 나의 생각, 우리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함께 하였음을 느낄 것이다.
두 번째, 왜(Why)에 대한 문제다. 단지 시장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상표 갱신 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타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물론 적시에 적합한 상징 디자인의 연구와 결실은 필요하지만 시각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기존의 상징과 체계는 의미가 무엇이며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새로운 형태, 디자인, 색, 상징의미 찾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며 기존 것에서 계승, 발전시켜야하는 것은 없는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한 세기 동안 대표적인 메가브랜드(Mega Brand)로 자리 잡고 있는 코카콜라는 그들의 상징 이미지를 환경에 따라 미세하게 다루고 다듬어오면서,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했고 그에 따라 브랜드 가치(Brand Value) 평가에서 최고의 브랜드로서 인정받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무엇을(What)과 어떻게(How)에 대한 물음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1개 특별자치시, 8개 도, 1개 특별자치도로 나뉘어 있고 각자 C.I, B.I, 비전슬로건, 도시브랜드 등의 명칭아래 상징이미지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인천의 심벌마크(C.I), 브랜드마크(도시브랜드(B.I))에 대해 무엇이 다르고, 가치는 무엇이며, 둘의 관계는 어떻게 정의되는지 물어본다면 더욱 막연해진다. 아마도 대다수 인천시민들도 막연함을 느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천관광공사는 관광 목적지로서 인천의 가치를 고양시킨다는 목적으로 인천관광 브랜드를 개발한다고 하니 산 넘어 산이라는 느낌이다. 단순해야 기억이 용이한 것은 브랜딩 전략의 핵심이며 다양성은 일원성의 강력함을 이기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인천시 심벌마크와 ‘Fly Incheon’이라는 도시 브랜드 그리고 인천시관광브랜드를 브랜딩이라는 큰 그릇에 함께 다루어 다시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도시의 대표상징물을 통합브랜드 측면에서 심벌마크형 또는 도시브랜드형 하나로 통합하여 제작할지 아니면 개별독립브랜드 측면에서 현행과 같이 심벌마크와 도시브랜드를 동시에 유지하되 보다 쉽고 단순한 활용규정을 확립하여 혼란을 줄이는 길을 선택할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브랜드의 구조체계를 지역별, 테마별로 하위개념으로 확립하되 기존 구, 군, 동 등 지역 상징 이미지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려하여 브랜드 층위(Brand Hierarchy)를 명확히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마케팅적인 측면만 생각하더라도 성공적인 브랜딩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브랜드에 대해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연상하도록 하는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전략이 필수다.
21세기의 시계는 빠르다. 이번 기회를 자칫 잘못 활용한다면 인천의 상징 이미지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조직체의 이미지에 대한 통일화 또는 동일화 계획’이라는 단순한 정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조영민(인하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