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속에 깊어질 인천의 문화가치를 꿈꾸며-인천 문화가치재창조 컨퍼런스 『섬,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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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라는 숫자가 이제는 좀 익숙해질 것 같은데, 어느덧 한 해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2017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하는 시기가 왔다. 연말이 되면 올해도 어김없이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 야속하면서도 지나간 한 해를 반추해보며 반성과 함께 앞으로를 계획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된다.

어느덧 인구 ‘300만’을 돌파한 인천시도 올해를 돌아보며 인천시의 미래를 모색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1월의 마지막 날,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된 인천문화가치재창조 컨퍼런스에선 <섬, 영화, 음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김윤식 대표이사의 개회사로 시작된 컨퍼런스는 인천의 문화 정체성을 나타내는 섬, 영화, 음악 3개의 섹션으로 나눠 발제와 토론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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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에서 노형래 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소장은 ‘해양도시 인천의 재발견’을 주제로 발제를 시작했다. 노 소장은 인천의 섬 현황과 인천이 해양에코투어리즘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해양 도시로 인천의 정체성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토론자로 나온 강제윤 사단법인 섬 연구소 소장은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는 백령도 갯벌 탐방사진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대신 있는 것부터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며 인천 섬 프로젝트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온 유재형 사진가는 ‘문갑도를 중심으로 한 역사와 유산의 미래지향적 접근방안’을 가지고 문갑도의 역사와 지리적 한계로 인한 열악한 교통수단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유 사진가는 인천이 섬 고유의 DNA를 찾아 마을 축제를 개최하거나 지속가능한 MOU를 맺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컨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이틀에 걸쳐 인천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섬 주민이 겪는 고충을 잘 이야기해준 이충환 문갑도 이장의 발언 역시 앞선 발제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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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했던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영향으로 ‘인천’ 하면 ‘영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영화의 시발점 인천, 영상문화의 부흥을 위한 제안’이라는 주제로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이 ‘영화와 인천 그리고 인천의 영상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인천의 현황과 과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는 명쾌한 발표였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란희 영화감독은 서울에서 살다가 최근 인천으로 이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천에서 영화하며 살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어 백승화 영화감독은 인천 토박이의 관점을 가지고 ‘인천의 이야기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했고, 영화 ‘아가씨’의 윤석찬 프로듀서가 여러 도시들과 인천의 비교를 통해 인천의 영상문화 부흥방향을 제언했다.

인천이 가진 독특한 역사적, 지리적 배경을 살리면 ‘음악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수 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 섹션에서 발제자로 나온 나도원 음악평론가는 인천은 ‘이미 한때’ 음악도시였다며, 인천의 공간과 역사 속에 숨은 음악 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일목요연하게 짚어가며 설명했다. 세 명의 토론자들 역시 시민참여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증가와 부평의 음악도시로서의 가능성, 마지막으로 인천이 음악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시스템이 절실하다며 걱정과 애정 이 듬뿍 담긴 조언과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지 않은 사람으로서 인천이라는 낯선 공간의 문화가치를 논하는 자리가 마냥 재미있고 편하지만은 않았다. 올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인천을 알아가는 중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논한 세 개의 주제들이 어찌 보면 인천의 정체성을 확실히 대표할만한 문화 가치가 아직은 정립이 안 되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문화적 정체성 하나조차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은 여타의 도시들에 비한다면 인천은 오늘 다룬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걸로 비쳐져 타지 사람으로서 인천이 부러워지기도 했다. 또한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고 이를 자신과 비교하면서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인천은 그 방점을 다른 곳이 아닌 스스로에게 찍고 가치를 논의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섬과 영화, 음악이라는 세 개의 주제를 가지고 인천의 정체성이라는 거시적인 담론을 논한다는 게 매우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인천을 위해 애정 어린, 때로는 분노하면서까지 발언하는 참가자들을 보면서 이러한 논의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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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시인의 <농담>이라는 시에는 나오는 구절이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을 인천의 가치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인천은 뼈아픈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하고, 그에 따라서 인천 문화가치의 농담(濃淡)이 결정될 것이다. 문화도시 인천의 모습은 어떠할지, 앞으로를 주목해본다.

글 / 김수현(아산 프론티어 유스 프로그램 인턴)
사진 / 민경찬(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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