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누구는 팔기 위하여, 누구는 사기 위하여, 혹 딱히 살 것도, 팔 것도 없다면 그저 구경삼아 서성여도 좋겠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데 모여서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은 이렇듯 재화와 정보를 교환하고, 사교와 유흥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지난 10월 20일에서 21일, 이틀에 걸쳐 제2회 인천아트마켓이 열렸다. 인천지역 공연예술프로그램의 유통 활성화를 위한 마켓이 시도된 것이다.
인천아트마켓은 인천 지역 소재 문화예술단체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구보댄스컴퍼니의 장구보 대표를 중심으로 2015년 조직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첫 해에는 공연단체를 교육기관의 수요에 맞추어 소개했다면, 2016년 2회차에는 참여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무용, 연극, 음악, 영상 등 지역 문화예술프로그램의 생산자와 인천지역의 기업, 공공 문화시설, 교육기관, 인천시 행정 등의 수요자가 서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보다 풍성해진 모습이었다.
인천 문화예술단체의 홍보부스와 공연 쇼케이스는 개막 당일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다. 총 20여개 단체의 홍보부스는 오픈형 테이블로 행사장에 자리를 잡았다. 참여단체의 공연 홍보와 예술프로그램에 대한 상담, 각 단체의 정보교류가 이루어지는 장터이다. 쇼케이스는 장르별 2개 작품이 선정되었다. 2011년 창단하여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이데아댄스컴퍼니의 “일상”과 인천에서 클래식 음악 보급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미추홀 오페라단의 “휘가로의 결혼”이 하이라이트 쇼케이스로 올려졌다.
심포지엄에서는 “문화예술시장 활성화를 통한 지역 내발적(endogenous) 발전”을 주제로 양준호 인천대 교수의 ‘문화예술 시장의 사회적 조정을 통한 지역 내발적(endogenous) 발전’ 발제가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지역의 소비에 의해 자기완결적으로 수요되는 지역경제발전 모델’을 설명하며, 가격경쟁에 의한 시장적 조정이 아니라 사회적 조정을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상호협의를 통한 지역문화예술시장의 가능성을 토로하였다. 김상원 인하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토론에는 신동근 국회의원과 황흥구 인천시 문화복지위원장, 김인수 인천시 문화정책팀장, 이승희 시사인천 사장이 자리하여 정치, 행정, 언론 등 각자의 역할에서 충실한 제안을 이어나갔다.
둘째 날에는 참여단체의 프리젠테이션을 필두로 하는 라운드테이블이 마련되었다. 라운드테이블은 지역 문화예술프로그램의 수요자 층에 속하는 지역 기업 및 병원, 공연장, 학교, 관공서 등과 지역문화예술단체와의 비즈니스 미팅 자리다. 총 23여개의 기관과 20여개 단체의 네트워킹이 마련된 이 날 프로그램이야말로 아트마켓이 지향하는 지역 공연예술 유통구조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문화예술의 서울 중심, 지역에서 지역예술의 배제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아트마켓을 구상하게 됐다”는 장구보 집행위원(구보댄스컴퍼니 대표)은 이번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한다. 인천에 뿌리를 두고 예술을 하는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인천아트마켓을 이어나갈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사실 마켓이란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만나고 거래되어야 생산과 소비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술상품은 여타의 용도가 있는 물품과 다르다는 점에서 자유경쟁의 논리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도구만능주의적 관점은 예술에 대한 공공 지원정책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문화경제학자 브루노 프레이(Bruno S. Frey)는 국가가 예술을 보조하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로 예술로 인해 지역경제가 증대되고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으며, 예술이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자유 시장 형성이 어려운 분야라 설명한다. 예술은 그 예술을 직접적으로 향유하는 감상자들 외의 사람들에게도 혜택을 미치며, 그 혜택을 제한할 수도 없고, 한 사람이 향유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지 않는다는 공공의 선적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트마켓이 여타의 재화와 물건을 교환하는 시장과 달리 걸어가야 할 지점이다. 예술을 상품으로, 거래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교환하는 장이기에 앞서, 예술창작자와 기획자, 관객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공공재의 나눔의 장, 확산의 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인천아트마켓은 ‘지역에서 예술하기’를 실천하는 창작자들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쟁의 룰이 아닌 사회적 합의와 대화를 통한 신뢰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아트마켓’의 새로운 룰이 인천의 시민과 예술가를 흥하게 하는 장터를 상상해 본다.
글/ 변순영(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