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만나는 용춤과 사자춤 – 105주년 중화민국 국경절 기념 ‘쌍십국경’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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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한국인천화교중산중소학은 일 년에 두 번, 어린이날과 국경절인 쌍십절에 교정이 들썩거린다. 학교 학생들은 물론 인천에 살고 있는 화교들과 학부모들까지 행사에 참여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날이다. 유치원생들부터 고등학생들까지 모두 출연하여 솜씨를 자랑하는데 그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용춤과 사자춤이다. 학생들이 일주일간 연습하고 선보이는 용춤과 사자춤은 보는 이들을 신명나게 한다.

인천에는 인천화교협회에 등록(2015년12월 통계)된 화교들이 약 3천여 명에 이른다. 그중 화교학교인 중산학교에 재학 중인 인원은 유치원생을 포함해 3백여 명 정도이다. 인천의 인구 3백만 명 중에 아주 적은 숫자(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구화교는 현재 2만 명 내외)로 살아가고 있는 화교들의 신분은 중화민국(타이완)의 재외국민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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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화교학교에서 만날 수 있는 용춤과 사자춤은 중국 전통 명절뿐만 아니라 각종 경축 행사나 기념행사에서 단골 프로그램으로 등장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사자춤과 용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행하고 있는 까닭은 장소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고, 전설과 관련된 미신적 성격 때문이라고 한다. 농업을 주로 하는 문화권에서 바람과 비는 농업 생산의 성패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풍년은 곧 백성을 배부르게 하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라가 평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용과 사자의 능력은 무한한 능력으로 이해되며, 온갖 복을 가져오고 온갖 재앙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용춤과 사자춤은 기우제와 풍년을 기원하는 각종 명절과 행사에 빠지지 않고 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10월10일 중산학교의 교정은 요란한 북소리에 맞춰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용춤과 사자춤을 선보이는 학생들과 그에 화답하는 관중들로 꽉 찼다. 학생들의 몸짓은 중화민국 건국 105주년 기념 축하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몰고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학생들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연습기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그들의 전통문화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흐뭇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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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부터 용춤을 시작했다는 송승헌 학생(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따르면 용춤은 15명씩 팀을 이루어 연습을 하고, 두 팀이 교대로 공연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15명 모두의 팀워크라고 한다. 용춤은 중,고등학생 팀과 소학교 학생팀이 별도로 운영 중인데, 팀에 따라 용의 길이와 인원이 다르다. 10kg 정도 하는 용 머리는 여의주와 함께 경험이 많이 있는 학생이 맡아야 하고,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많은 용 꼬리는 발이 빠른 학생이 제격이라고 한다.

사자춤은 2명이 한 팀을 이루고 현재 6팀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자의 동작은 쿵푸의 동작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처음 중산학교의 사자춤은 북방계 사자춤으로 시작하였으나 1970년대 들어서 남방식 사자춤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화교학교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하던 용과 사자는 1980년대부터 대만과 중국에서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화교학교 중에 용춤과 사자춤의 전통을 이어 가고 있는 학교는 인천의 중산학교와 부산 화교학교뿐이다. 오래 전 인천 시민의 날이나 각종 경축행사에 함께했던 용춤과 사자춤을 인천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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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아니, 사람들을 좋아해서 인물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보낸 시간 중에 차이나타운은 특히 더 그랬다. 일탈을 꿈꾸던 어린 내가 만났던 높은 담장의 화교학교는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서야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진지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도 카메라를 들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차이나타운에 어떤 일이 생기거나 본인들 가족에게 일이 있으면 내게 먼저 연락하여 함께하기를 권한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 힘들 때도 한 번 들러 차 한 잔 하고 가기를 청해오는 이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다.

인천은 예로부터 항구도시의 성격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곳이다. 지금도 동북아의 허브도시로 성장한 도시 인천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인천 속 작은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서 다이내믹한 도시 인천의 모습을 느껴보기를 권한다. 어떤 인연도 노력하지 않으면 영원할 수가 없다고 하니까.

글 / 서은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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