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깨우는 숨, 호흡의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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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깨우는 숨, 호흡의 사운드

오현규(사운드 아티스트)

연예인이나 영향력이 큰 공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사회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방관자로 있었다.

어느 날, 월 스미스 주연의 영화 <나는 전설이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 영화 후반부에 유명한 뮤지션인 밥 말리의 일화가 소개된다. 밥 말리는 세상에 만연한 인종차별과 증오가 음악과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평화 시위 공연을 앞두고 살해 위협에도 공연을 하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악은 하루도 쉬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쉴 수 있겠나.”

그 장면을 보았을 때 같은 뮤지션으로 음악으로 세상을 치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내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필자는 공연과 CF음악, 연극‧드라마음악 작곡, 패션쇼 음악감독으로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활동하고 있었다. 주로 편한 스타일의 잔잔한 곡이나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들어가는 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었지만, 그 뒤로부터 치유 음악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우울증과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안증과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명상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얻고 있고, 명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효과는 미미하다는 사실을 연구기관들이 발표했다. 그래서 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음악과 호흡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올바른 호흡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영국 런던의 국립 오페라 극단에서 진행한 ‘성악가의 복식 호흡 교육 프로그램’은 코로나로 인해 우울감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음악과 함께 호흡 교육을 진행하며, 우울감 감소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호흡’은 우리의 몸을 살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원 중 하나이다. 현대인들의 10명 중 9명은 제대로 된 호흡법을 사용하지 않아 몸이 많이 망가지고 그에 따라 정신적 불안상태에 시달리게 됨을 연구 결과를 통해 알게 되었다. 전인치유(Total Care) 전문의 김정희 박사는 40년간 치과 전문 의학박사로 입안의 구조를 연구하다 호흡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며, 올바른 호흡법과 혀의 위치 교정으로 몸 전신의 균형이 잡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에 필자는 이러한 올바른 호흡법을 음악(사운드)과 함께 접목하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심장박동 빠르기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템포(BPM)이다. 오늘날 스마트와치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의 건강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각 개인의 심장박동 템포를 분석하여 인공지능 치료음악을 개발 중이다. 개인의 건강정보와 올바른 호흡법을 접목하여 명상 어플보다 효과가 높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THE REVELATION: 빈 상가 POP-UP전시, 밖으로 나간 ART>, 2021.6.-9.
(음원감상: https://soundcloud.com/hyeongyu-oh-741352087/wt6w0mwuueda)
(사진출처: 젠아트 갤러리 인스타그램)

코로나로 문화생활이 어려운 지역주민들을 위해 송도의 빈 상가에서 진행된 전시 <THE REVELATION: 빈 상가 POP-UP전시, 밖으로 나간 ART>에서 치료음악과 시각예술가의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였다. 분명한 멜로디가 있는 음악은 아니지만, 전시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내면을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소리와 화이트 노이즈를 사용하여 작곡하였다. 특히, 뇌파가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는 432Hz 주파수와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고주파수 노이즈를 넣어서 작곡하였다. 시각적 효과와 치료음악이 함께하는 복합적 경험이 코로나로 힘든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을 위해 치료음악으로 지역 내의 다양한 공간에서 미니 콘서트 진행과 타 예술분야와의 콜라보 등을 통해 시민들이 눈(시각)과 귀(청각)로 감각할 수 있는 체험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무의식 감정 전이는 대단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다.

오현규(吳炫奎, Hyeongyu Oh)

동시대에 쉼 없이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쉼’이 되어 주고, 내적으로 ‘힐링’이 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료하고픈 작곡가이다. 주요 작품은 <Hope>, <크리스마스의 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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