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및 생활예술 지원정책: 예술지원 정책 문제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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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및 생활예술 지원정책예술지원 정책 문제와 원인

임승관(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와 개성 있는 차별화는 지역 정부의 지원정책과 실행 방법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에 의한 정책 생산과 운영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현대사회가 점점 이질적 가치를 추구하고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늘어나면서 복잡하고 중첩된 상호작용 때문에 끊임없는 변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가 출현하고 부상한다. 다양한 세계관이 혼재함에 따라 새로운 기득권과 사회적 배제, 갈등은 사회문제가 되었다. 더 이상 정부에 의한 정책 생산 독점 방식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통제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 결정 권한은 본질적으로 ‘제재 받지 않는다.’는 고정된 관념이 있었다. 그래서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은 결국 ‘누가 정책을 만드는 담당자가 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 결과 지역 예술은 정책과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자생성과 자립은 개인의 경제력과 경영능력 탓으로 받아들이는 풍토를 만들었다.
이제, 어떤 정치권이나 행정 정부, 즉 담당자가 들어서도 상관없어야 한다. 문화 현장에서 이룬 나름의 성과와 경험을 안정적으로 키우고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누가 정책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지원 대상먼저, 지원 대상에 대한 문제다. 시민들이 문화 역량을 키우고 다양한 체험을 하는 곳은 생활 속 문화 공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적인 기능을 하는 곳은 대부분 사유 공간이다. 지원 정책은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비영리’ 사업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지원 예산은 주민을 위한 사업 실행비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이 사업을 펼치기 위한 기획자의 고민이나 노하우, 주민에 대한 마음과 노력 비용은 사유 재산 취득, 즉 영리 수익으로 구분하여 집행할 수 없다. 공공영역이 채울 수 없는 다양한 시민들의 문화 요구를 해결하며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공간 운영자는 지원대상인 ‘시민’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선정 단체 구성원들도 같다. 사업 활동에 대한 인건비 지급이 어렵다. 결국, 프리랜서 자격으로 참여해야 충분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지역 문화인들이 서로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문 단체 구성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원 방법비영리 활동을 위한 지원과 문화단체 수익을 위한 지원을 구분해서 목적에 맞는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없는 지원 제도도 아니다. 벤처창업이나 창업진흥원의 공모 설계를 보면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나 실패도 용납하며 지원한다. 이렇게 지원단체 수익을 보장하는 지원사업은 인건비와 정당한 기획비를 지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총사업비에 70% 정도는 사업 운영에 사용하고 30%는 수행단체 수익으로 책정하는 비율 정도가 일반적이다. 지원단체 운영자들은 이렇게 내수가 생겼을 때 기존 대행 사업 수행과 달리 비로소 자신의 사업이 되어 책임감을 느끼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지원 범위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은 2010년부터 거의 10년 동안 지원 분야와 예산에 큰 변화가 없다. 지원자들이 매년 연도만 바꾸고 약간 콘텐츠를 수정한 다음 계속 그 지원금을 노리(?)는 (지원금 헌터)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예를 들어 매년 반복하는 2000만 원짜리 축제 사업, 1500만 원짜리 콘서트 사업 등을 반복적으로 지속하는 공모가 있다. 이 경우 몇 해가 지나면 운영자에 의해 확장이나 변화 등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매년 같은 규모와 수준만 요구하는 지원정책으로는 초기 단계 수준을 반복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성장 없는 반복을 안정적인 지속성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지역 내 많은 문화행사가 충분히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고 키울 수 있지만 못하고 있다. 전국적이고 세계적인 문화행사는 새로 만들거나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에서 단계적으로 성장해야 차별적인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지원 선정한정된 예산 분배는 제로-섬(zero_sum) 효과를 일으킨다. 경쟁 분위기에서는 자신이 터득한 비결이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이는 문화예술 활동가 간 정보교류나 협력 동기를 약화시켰다. 인천을 포함해 몇몇 시도에서 지원자 참여 심사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수의 선택으로 소수의 권리가 무시되는 1인 1투표제나, 전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절대 평가 방식에 대한 창조적인 대안 모색은 필요하다.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은 신뢰는 앎과 모름 사이에 위치하는 어떤 상태로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도를 포함한다고 했다. 익숙한 제도를 개선할 때 우려와 망설임의 원인은 신뢰 문제가 가장 크다.
권한은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제도적으로 보완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민 의식과 다양한 가치들의 부상과 융합을 긍정적인 선한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머뭇거릴 수도 없다.

인천문화포럼이 중요한 역할을 자임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실험을 멈추지 않고 신뢰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임승관(林承寬, SoungKwan Lim)

2021 인천문화포럼 위원.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인천에서 20년 동안 생활문화 활동가로 지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생활예술과 지역 공동체 문화 강의를 하고 다른 지역을 다니며 컨설팅과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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