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축제의 재구성: 연수 문화도시 축제 〈연수℃ 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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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축제의 재구성연수 문화도시 축제 <연수℃ 페스타>

윤성진(연수 문화도시 축제 총감독)

하이브리드형 축제의 도전연수구는 코로나19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10월(10.1.~10.17.)에 개최되는 문화도시 축제 기획에 한창이다. 오프라인으로 3일간(10.1.~10.3.) 예정했던 축제는 대면과 비대면이 혼합된 하이브리드형 프로그램과 일부 비대면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나눠 준비되고 있다. 연수 문화도시 축제는 시민과 행정, 전문가가 함께 ‘문화도시형 축제’의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출발했다. 올해는 무엇보다 1년 반이나 만나지 못했던 시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신도시와 원도심 시민 모두가 하나의 연수 도시공동체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축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2021 연수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활력과 열정을 축제를 통해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민, 예술인, 마을 활동가들과 연수구의 기관, 단체, 협회 등이 모두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문화도시 축제기획 아카데미 개막식을 준비하는 시민기획단

문화도시, 축제의 재구성은 왜 필요한가?대부분의 축제는 ‘공공의 필요에 따른 계획과 공공예산의 지원, 시민의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얼핏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도시들이 ‘지자체장 등 행정의 일방적 의사결정으로 만드는 공급자 중심 행사’, ‘공공지원에 대한 전적인 의존에 따른 재원 다각화의 한계와 재원확보의 불안정성’, ‘시민의 단순 관람, 소극적 자원활동 수준의 참여를 넘어서지 못하는 자발적 시민참여의 한계’로 주인 없는 축제가 만들어졌다. 축제가 도시민들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일회성 이벤트에서 기대하는 소극적 효과와 불확실한 지역 마케팅 효과에 만족하며 활력 없는 축제가 양산되어 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부터 각 도시의 축제들은 스스로 전환과 대응을 고민할 시간도 얻지 못한 채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지침에 따라 전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축제는 코로나19 감염을 전파시킬지도 모르는 위험한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 한편에는 현장성, 공동체성, 일탈성을 가진 축제에 대한 갈망이 공존하고 있다. 축제에 대한 이중적 관점이 존재하는 지금, 기존의 축제 추진방식이 한계를 드러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축제 전환과 기후위기 시대에 축제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이 시기가 오히려 도시의 축제를 재구성해볼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혼돈된 상황에서 오히려 문화도시들은 지역의 축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재구조화를 시도해볼 기회를 맞이했다.
기존에 도전해보지 못했던 도시축제 추진체계의 전면적인 전환을 통해 수십 년간 고착되어 관주도,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 온 지역축제의 패러다임을 바꿔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문화도시 축제는 ‘시민중심의 의제설정, 민간과 공공의 협력, 시민과 지역 예술인들의 주도적 참여’를 전제로 ‘시민이 결정하는 축제장소’, ‘시민의 제안하는 프로그램’, ‘시민이 기획자가 되어 결정하는 축제전략과 테마’, ‘시민 추진위원회가 축적해가는 축제 노하우’, ‘시민의 기록으로 만들어지는 지역축제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 축제여야 한다. 연수 문화도시 축제는 재단의 과감한 결정과 연수구의 적극적인 지지, 시민주체들의 관심과 협력으로 주민주도형 축제 전문가들의 코칭과 멘토링을 통해 시민기획자들이 축제의 주체로 성장하는 축제 생산을 주도하는 새로운 축제 실험의 첫발을 내디뎠다.

문화도시에서 축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문화도시에서 축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첫째, 문화도시의 축제는 밀도 높은 주민 거버넌스 구축 및 시민참여 확대의 계기가 되고 또, 문화도시 추진을 위한 참여 전문인력의 발굴과 육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민주체의 참여와 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두 번째로, 문화도시의 테마, 특징, 가치를 시민과 외부에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며 지역홍보와 축제 준비과정의 아카이빙을 통해 문화도시 사업의 성과 확산과 공유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문화도시의 연차별 사업성과의 정리와 결산,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서, 문화도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객관적 지표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핵심 리더그룹과 문화도시 추진 주최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축제의 플랫폼 기능을 통한 지역 문화기획, 문화단체들과 문화도시 사업의 협력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문화도시 사업에 있어서 지역축제는 큰 과제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개막식 퍼포먼스의 기획부터 참여까지 함께하는 시민기획단

연수 문화도시 축제의 출발이렇게 축제는 살아있는 문화유기체이자, 지역문화생태계를 지키는 숲이며,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면서 지역의 문화적 총체를 발견하게 하는 인류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적 제도이자 현대적 제의이다. 문화도시에는 바로 이런 축제 원형성을 현대화한 시민공동체 중심의 축제가 하나씩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미션을 가지고 출발한 연수 문화도시 축제는 기존에 연수구에서 개최되어오던 전통축제인 <연수능허대문화축제>의 스토리가 상징하고 있는 도전과 개척정신, 소통의 가치를 반영하고 연수구가 가진 다양성에 대한 포용과 시민들의 열정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연수의 시민들이 오랜 연대와 활동으로 축적한 연수의 다양한 기억들을 반영하고, 연수 시민들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라는 의미에서 연수 문화도시 축제의 명칭은 <연수℃ 페스타(Festa)>(연수씨 페스타)로 정했다.

연수 문화도시 축제 <연수℃ 페스타> 포스터

문화도시축제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가?과정중심의 축제를 지향하는 문화도시 축제는 어떤 기획 프로세스로 구성될 것인지 기존 주민주도형 축제의 기획과정을 토대로 문화도시에 맞는 프로세스를 실험 중이다. 이 과정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Field > Engagement > Story > Target > Action Plan’의 5단계(F.E.S.T.A)로 제시하였다.
현장중심의 기획으로 지역에 대한 이해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역주민, 지역의 공간, 지역의 역사와 커뮤니티에 대한 매핑을 완성시켜가는 F단계(Field)가 준비과정의 첫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주민들에 대한 참여형 교육, 워크숍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 전문인력으로 육성시키는 단계로 E단계(Engagement)라고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축제의 소재를 정하고, 축제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단계인 S단계(Story)이다. 주민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획과 지역 네트워크의 참여가 중요한 단계이다. 네 번째로는 축제의 수요자를 구체화하고 목표와 성과지표를 공유하는 T단계(Target)로 올해 축제의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설정하는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준비해 온 계획과 콘텐츠를 실행계획과 매뉴얼로 구체화하고 문서화하여 실행을 준비하는 A단계(Action Plan)로 이 과정을 통해 실행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한다. 이 5단계의 기획 프로세스는 과정중심의 축제기획을 위해 제시한 것으로 연수 문화도시 축제의 준비와 실행, 평가 환류의 전 과정을 통해 다듬어지고 정교화될 것이다.

수많은 ‘연수씨’를 만나는 연수 문화도시 축제현재 연수 문화도시 축제는 축제기획단과 축제자문단, 시민기획단과, 문화재단, 문화도시 센터직원들, 동주민자치회, KT&G상상유니브, 함박마을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연수구립 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생활문화동아리, 연수예술인협회, 해양경찰청, 연수문화원 등 연수구를 구성하는 많은 주민공동체, 기관, 협회, 단체들이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기대했던 축제를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현장에서, 또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서 이미 많은 ‘연수씨’들은 즐거운 축제의 긴장과 설렘을 경험하고 있다. 과정이 즐거운 축제, 시민이 먼저 즐거운 축제가 진정한 축제이다. 뜨거운 열정의 온도를 지닌 ‘연수씨’들이 주인으로 성장하는 축제, 시민(Citizen)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도시(Cultural City)를 경험하는 연수씨들의 축제인 <연수℃ 페스타>의 행복한 여정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시길 기대한다.

사진제공: 연수 예비문화도시 축제추진단

윤성진 (尹盛鎭, Paul Yun)

1996년부터 25년간 축제현장을 지켜온 축제전문가로, 축제감독, 축제연구, 축제교육, 평가와 컨설팅 등 건강한 축제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사)한국문화기획학교의 교장으로 기획교육과 워크숍, 멘토링을 통해 청년 문화기획자와 축제전문가를 양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오고 있다. 축제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사명감으로, 최근까지 한강몽땅 축제 총감독,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총감독,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총감독을 맡아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브랜드를 만들어왔으며, 올해 5월부터 연수 문화도시 축제 총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tozio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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