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축제, 어떻게 변할 것인가
김지선(㈜티앤엘 대표이사)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2020년 새해를 맞이하기 무섭게 불어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상태에 빠뜨렸다. 과거 역사 속에서나 겪었던 팬데믹 상황을 누구도 실제로 겪어보지 못해 직면한 모든 상황들은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작년에는 백신만 나오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백신이 개발되니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시국에 축제라니...집단적 신명과 대규모 운집을 전제로 하는 축제는 정말 최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작년 상반기에는 축제를 개최해야 하는지 취소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다가 9월 기준으로 97.6%가 취소 혹은 연기를 선택하였다. 그중 몇몇 축제들은 발 빠르게 대표 프로그램 위주로 비대면 언택트(Un-tack)와 온택트(On-tack) 방식으로 진행하여 겨우 개최 취소를 면할 수 있었다. 초기에 진행된 프로그램들은 단순 축제현장을 온라인으로 실황 중계하는 방식이었지만, 랜선으로 참여하는 방식과 체험키트를 발송하여 집에서 라이브로 참여하는 방식 등 점차 다양한 방식들이 고안되었다.
보령머드축제 ‘집콕머드체험키트’ (사진제공: 재단법인 보령축제관광재단) |
특히 특산물축제들은 궁여지책으로 축제를 취소하기보다는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하여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애썼으나 축제성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화천산천어축제>가 축제를 위해 준비한 산천어 밀키트(Meal-Kit) 세트로 판매에 성공하면서 축제를 대표하는 상품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이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새로운 창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축제가 고유의 대표상품 개발이 취약했는데 단순히 지역특산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트렌드에 맞게 재가공한 상품을 개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사전예약제로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하는 방식은 축제를 개최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축제에 참여하는 인원이 너무 제한적이고 타인과의 교류와 일탈성을 느끼기에는 역시 아쉬움이 남는 행사일 수밖에 없다.
춘천마임축제 <춘천마임백씬; 100Scene 프로젝트> (사진제공: 사단법인 춘천마임축제) |
그렇다면 축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축제를 준비하는 지자체와 축제 기획자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축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온라인 축제는 임시방편으로 현재 축제상황을 보완할 수는 있지만 결국 오프라인 축제를 대체될 수는 없다는 의견과 비대면 방식의 축제는 또 다른 트렌드로 진화하고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모두 맞는 주장이다. 디지털 시대에 랜선으로 접속해 교감하고, 메타버스로 가상공간을 만들어 VR과 AR로 체험성을 확장했지만 역시 현장(on-site)을 떠난 축제는 진정한 축제일 수 없다. 그렇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 이전의 모습으로 똑같이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새로움을 맛본 이상 우리는 다시 융합되고, 진화하여 새로운 모습의 축제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을 겪으면서 많은 축제들은 ‘비대면 축제 기획’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그리고 이전에 몰랐던 더 큰 시장을 발견했다. 비대면 콘텐츠는 물리적 제약과 시공간을 뛰어넘게 했고, 시간과 돈, 건강, 접근성 등의 이유로 축제를 방문하지 못했던 비 참여자들도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어느 TV 광고 카피처럼 ‘무관중에서 무한관중으로’수준 높은 비대면 축제 콘텐츠는 시간을 뛰어넘고, 지역을 뛰어넘고,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축제가 더 큰 시장, 해외로 눈을 돌릴 때이다. 그동안 한국축제는 글로벌 축제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지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축제는 아직 탄생하지 못했다. 올해 2021년에는 전국에 1004개의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인 특유의 뛰어난 창조적 DNA와 기술력으로 좀 더 진화한 콘텐츠가 개발되어 축제산업에 불어 닥친 코로나라는 시련이 오히려 한국축제가 글로벌 축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기대해 본다.
언젠가 마스크를 벗는 그날에는 소란스러움과 북적임, 그리고 샤우팅이 있는 축제현장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 축제장으로 물밀 듯이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가상공간에서 함께 축제를 즐기는 새로운 방문객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지선(金智宣, Kim, Jisun)
㈜티앤엘 대표이사
한양대학교 관광학 박사
한양대학교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
파주시‧포천시‧양주시‧고흥군 축제추진위원회 위원
전)의정부음악극축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