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획자 윤재훈, 주민과 예술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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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청년기획자 윤재훈, 주민과 예술에 물들다

홍봄(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예술의 힘은 봄비 같아요. 새롭게 물들게 해주고 또 올라오게 해주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봄비가 내리는 것 같아 가슴이 울립니다.”

인천시 서구에서 만난 윤재훈(31) 씨는 자신을 ‘기획자’라고 소개했다. 왜 ‘문화기획자’가 아닌 ‘기획자’인가 하는 물음에 그는 “장르를 떠나 뭐든 기획하기를 좋아해서”라고 답했다. 직접 댄스공연을 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다원예술 분야의 공연을 주로 기획하고 있다. 같이 춤추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찾은 길이다.

그는 인천에서 오래 거주한 인천 청년이다. 하지만 초기 활동은 서울과 세종시, 경기도 쪽에서 시작했다. 활동을 시작할 당시 인천지역에 기회가 많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힘이 강하고 그들만을 위한 지원 사업이 많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랬기에 인천서구문화재단이 생겼다는 소식이 그 누구보다 반가워하며 지역으로 돌아왔다.

윤 씨는 “지역에 여러 가지를 건의했지만 잘 반영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외부에서 오히려 활동을 많이 했다.”며 “서구에 재단이 생기면 문화라는 장르로 활동할 기회가 많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지역에서 처음 한 일은 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었다. 2019년 인천서구문화재단의 청년기획자 사업으로 지역주민들과 댄스 장르를 향유했다. 주민들과 예술활동을 하면서 그는 ‘예술이 예술인만의 전유물이 아니구나.’하고 느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2년 차 프로젝트까지 이어졌다. 1년 차 때 함께 했던 서구 주민들과 서구 문화자원을 알릴 수 있는 홍보영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청라호수공원을 알리는 콘텐츠다. 청라호수공원 곳곳을 비추는 영상에 지역 주민들의 댄스 동호회인 ‘섹시코맨도’가 어우러졌다.

직접 기획한 공연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중이다. 지금은 국악과 랩, 비보잉, 미디어아트 등을 결합한 다원예술 <미스테리우스> 공연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무대에 오르는 공연팀 ‘구니스컴퍼니’는 연예사병 해군 비보이 1기 출신 멤버들이다. 군을 전역한 뒤 한국의 미와 멋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전통장르에 자신들의 장점인 비보잉을 접목한 창작 작품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공연은 2019년 인천에서 거리공연으로 시연된 이후 독창성과 연출력을 인정받아 <2020 안산국제거리극축제>와 <고양호수예술축제>, <부산금정거리예술축제> 등 다양한 거리예술 사업에 선정됐다. 올해는 문화공감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12월 서구문화회관에서도 공연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만큼 관객들을 자주 볼 수 없는 것은 그에게도 서운한 일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예술가들도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느꼈다. 지난해부터 어떻게든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던 예술가들은 해가 바뀌어도 앞으로 나아간다. 반면 변화 없이 지원만 기다리는 예술인들은 그 자리에 멈춰 있는 모습을 본다.

윤 씨는 “저도 2020년에는 공연을 못하니 큰일 났다는 생각부터 했어요. 관객이 없이 공연할 맛이 안 나는 건 당연하지만 계속 그것만 따지고 있을 수는 없겠더라고요. 다르게 생각하면 오히려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비대면으로 공연을 하니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도 하고요. 시국에 맞춰서 예술가들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온라인 문화콘텐츠들이 많이 생산되는 요즘 그는 ‘홍보’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온라인 스트리밍을 하는 자체에 그치지 말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알리고 불러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또 카메라 송출을 담당하는 팀의 전문성도 강조했다. 송출하는 업체가 행사를 잘 이해하고 아는 이야기를 해야만 적절한 앵글을 비춰주고 자막도 넣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술가들을 불러오고 공연을 기획했는데 보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기관에서 하는 행사들도 송출만 해놓고 ‘우리 했어’하는 식으로 진행해서는 안 되고 마케팅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씨는 기획자로 활동해 오며 우리나라에 문화예술인 지원 사업이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몇 년 전부터는 지역 내에서 청년예술인들에 대한 지원도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획에 대한 예술계의 인식이 여전히 박하다는 점이다. 청년기획자 프로젝트를 이어온 서구의 경우도 1년 차 때 지원되던 기획자 인건비가 2년 차였던 지난해에는 사라졌다가 올해 다시 생겼다. 윤 씨는 기획자는 예술인이 아니라는 편견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5개월 프로젝트비가 150만 원밖에 안 되는데 공연을 올려야 하는 기획자로서는 결국 자신의 인건비까지 써버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1년, 2년 차 때 했던 청년 기획자들도 사업이 너무 힘드니까 안 들어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기획자라는 프로젝트는 지역의 청년기획자를 많이 발굴해서 발전시키려고 하는 건데 이런 방식이 과연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예술가들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예술가들이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일에 집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또 적은 비용으로 많은 단체를 지원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신진단체는 이 돈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기존 활동이 많은 단체들은 또 다른 재원을 마련할 여건이 되니까 사업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 보니 새로운 공연을 만들지 못하고 했던 공연을 또 하게 된다. 결국엔 지역의 문화발전이 안되고 예술단체는 성장 없이 돈 벌어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획자로 살아온 지난 4년 동안 하나씩 배우며 공부해 왔다는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지역 주민, 예술인들이 설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함께 만든 프로젝트, 같이 땀 흘린 무대가 박수를 받을 때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기 때문이다. 윤 씨는 “주민과 예술가들이 즐거워하고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실 때면 모든 고생들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라며 “기획자로서 더 많은 주민들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참여 여건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글 홍봄(洪봄, HongBom)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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