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 벗어나 문화 예술 활동가 역할 ‘톡톡’: 조연희 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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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지친 일상 벗어나 문화 예술 활동가 역할 ‘톡톡’조연희 씨 인터뷰

박현주(경인일보 사회팀 기자)

조연희 ‘생활문화센터 운영 활성화 프로그램 지원사업 <공감이 공감했다>’ 참여 작가

■ 육아로 지친 일상 속, 문화 활동 통해 자신감 되찾아조연희 씨(35)는 여가에 그쳤던 문화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부평구문화재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기자단에 지원했다. 그는 지역 문화 예술 활동을 주관하는 부평구문화재단 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관람한 공연·전시 등 문화 활동을 시민에게 온라인으로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이전에는 한 공연을 단순히 관람하고 평가하는 관객 입장이었다면, 기자단 활동을 한 이후엔 작품 기획과 제작, 연출 등 작품 전반에 걸쳐 관심을 두게 되더라고요. ‘이 작품은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을까?’, ‘배우와 관객은 작품을 통해 얼마나 소통했을까?’ 등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육아와 씨름하던 조 씨는 지역 문화 예술 활동에 관심을 가지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한다. 은행원이었던 조 씨는 결혼하고 두 살 터울의 자녀를 키우느라 일을 관둬야 했다. 육아로 장시간 일을 하지 않다 보니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뜻하는 ‘경단녀’가 남 얘기가 아니었다. 조 씨는 ‘사회에 나가 내가 평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고 한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인천 곳곳에서 하는 길거리 공연과 한국무용, 사진전, 뮤지컬을 찾아다니는 게 가장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기자단 활동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되찾았어요.”

조 씨는 부평구문화재단 SNS 기자단 외에도 인천시·남동구 SNS 기자단과 인천환경공단 인천환경미디어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에 나섰던 그는 지난해 부평구 문화도시 지정을 추진하는 민·관 기구에서 시민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달부터는 부평구문화재단이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사업 <공감이 공감했다>에 참여하고 있다.

■ 지역 이야기를 담아낸 연극부터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공연까지, 눈에 띄는 작품들 ‘속속’인천에서 나고 자란 조 씨는 문화 활동을 통해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이야기를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18년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렸던 <터무늬 있는 연극×인천_부평 편>을 부평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작품으로 손꼽았다. 연극은 비옥한 토지를 가져 물자와 사람이 많았던 부평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징용해 무기 제조 공장 ‘조병창’으로, 해방 직후엔 미군의 군수 보급 기지인 군수지원사령부로 재편된 과정을 그려냈다.

“땅에도 고유 무늬가 있다는 의미의 ‘터무늬 있는 연극’은 평소처럼 공연장에 앉아서 보는 연극이 아니었습니다. 관객이 배우를 따라 부평 곳곳을 이동하면서 관람하는 색다른 형식으로 진행되니 각 공간이 지닌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졌어요.”

조 씨는 이 연극을 통해 일제강점기 징용 노동자 숙소로 쓰인 미쓰비시(삼릉·三菱) 줄사택과 영단주택, 미군이 주둔하면서 클럽의 음악이 발달한 신촌 일대를 누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미쓰비시 줄사택이었어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줄사택이 훼손된 것을 보고 ‘왜 이곳을 온전하게 보존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크더라고요. 각 공간에 서려 있는 역사적 배경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기회였습니다.”

조 씨는 지난해 9월 부평아트센터 개관 10주년을 맞아 진행된 연극 <극장을 팝니다>도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연극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장이 매물로 나왔다는 가정 아래 관객이 극장 예비 매입자로 방문한다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연극 한 회당 5명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한 <극장을 팝니다>는 개인 유선 이어폰을 꽂은 관객이 진행자 이야기를 듣고 극장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으로 전개된다. 관객 1명이 지정된 동선으로만 다니도록 기획된 코로나19 시대 맞춤형 비대면 공연이다.

“불 꺼진 대강당에 나 홀로 입장해서 둘러볼 기회가 언제 오겠어요. 무대 뒤편 숨겨진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연장이 문을 닫았잖아요. 이런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연극을 구상했다는 점에서 기발하고, 색다른 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 지난달부터 마을 환경 개선 사업 참여 “지역 사회를 위한 문화예술 활동 참여 지속할 것”조 씨는 지난 6월부터 부평 주민과 지역 예술가가 협력해 마을 문화 예술 환경을 개선하는 부평구문화재단 사업 <공감이 공감했다>에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에는 회화와 팝아트·사진·공예·도자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예술가가 부평 지역 마을 4곳이 지닌 고유의 특성을 되살리기 위해 투입된다. 예술가는 주민과 함께 마을을 ‘어떤 방향으로 조성할지’ 논의하고, 벽화 제작이나 공예품 전시 등 각 마을에 어울리는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한다. 조 씨는 새롭게 단장하는 마을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글로 남기는 기록 작업을 맡는다. 그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데다, 수년간 시민 기자 활동을 통해 글을 썼던 이력이 있어서 적임자로 꼽혔다.

2021 생활문화센터 운영 활성화 프로그램 지원사업 <공감이 공감했다> 포스터 ⓒ부평구문화재단

“이번 사업은 주민과 예술가가 수차례에 걸쳐 기획 회의를 한 뒤 진행됩니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다들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저는 4개월간 마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과정을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담겠습니다.”

조 씨는 앞으로도 지역 사회에서 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해 도움이 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문화생활이 단순히 부차적인 활동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주민 간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활용됐으면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지역 사회 문화예술 활동에 관심 가지고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진행/글 박현주(朴賢珠, Park Hyeonju)

경인일보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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