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오늘과 호흡하는 공연기획자 조화현
류수연
조화현
공연기획자, i-신포니에타 단장
제2회·제3회 순천만국제교양악축제 예술감독과 제8기 인천문화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경인방송 iFM 김성민의 시사토픽에서 <조화현의 문화톡톡>을 맡고 있다.
◆ 본 인터뷰는 2021년 3월 24일, 화상회의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밝혀 둔다.
류: 단장님, 안녕하세요? 항상 가까이에서 뵙다가 이렇게 화상회의로 뵈니까 또 다른 기분인 것 같아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화면 뒤로 보이는 집안이 너무 정겨워 보이네요. 지금은 어디신지, 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조: 하하. 그렇게 보이나요? 저는 오늘 여수에 있고요. 보시다시피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주로 꽃을 심고 꽃을 가꾸고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류: 지금은 여수에 계시는군요. 여수는 지금 봄꽃이 한창이겠어요? 전에 여수에 갔던 적이 있는데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특히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먹기만 하다 온 기억이 있어요.
조: 그러셨군요. 여기 음식은 정말 맛있죠. 채소 맛이 다른 건 아마도 흙이 좋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기는 남쪽 지역이라 꽃들이 빨리 펴서 봄꽃이 아주 만개했어요. 인천은 어떤가요?
류: 여기도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만개했다고 할 순 없어요. 다음 주면 인천에도 꽃이 만개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조: 아. 제가 내일 인천에 가려고 하는데 꽃을 보고 올 수 있겠어요.
류: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많이 줄어들었던 해였지만, 그래도 단장님께서는 주목할 만한 여러 활동들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어떤 활동들이었는지 잠시 소개 좀 해주세요.
조: 작년에는 정말 힘든 해였어요. 공연도 다 취소되어서, 사실 평소의 절반도 못했던 한해였어요.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더 노력을 많이 했던 해이기도 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2004년부터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를 창단하고 <해설 있는 클래식>이라는 콘셉트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실내악공연을 추구해왔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작년과 올해 많이 현장에 적용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올해는 정말 공연을 거의 하지 못했어요. 가장 최근에는 지난 2월 27일에 여수난화예술창고에서 우리 i-신포니에타 단원들과 거의 자비로 <시골집 음악회>를 열었고, 3월 1일에는 삼일절 기념으로 옹진군청의 초청받아 덕적도에서 연주했어요. 사실 그 이후로는 아직 한 번도 공연을 하지 못했네요.
류: 3개월 동안 2번의 공연이라니……. 말씀만 들어도 공연계가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작년에 온라인 공연도 많이 추진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공연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나요?
조: 사실 온라인 공연의 효과에 대해 저는 조금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작년에 사전 녹화로 공연도 해봤고, 또 실시간으로도 공연을 했었는데요. 일단 녹화보다는 실시간이 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녹화는, 제가 봐도 너무 재미가 없고 한계가 많았어요. 그나마 실시간이 그보다는 괜찮은데, 그럼에도 공연영상, 음향 등 퀄리티 문제는 정말 심각하게 다가왔어요.
류: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들이 그랬는지요?
조: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공연보다 많은 것들이 더 필요하거든요. 특히 영상 촬영을 위한 스텝과 제반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들을 개인단체의 공연에서는 해결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지자체나 관에서 주도하는 공연에 비해서는 녹화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류: 말 그대로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거군요?
조: 그렇죠. 그냥 공연을 촬영하면 관객에게 전달력이 너무 떨어지니까요. 현장에서 느끼는 공연의 느낌이 온라인으로 그냥 옮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나 플랫폼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류: 단장님 말씀을 들으니까 슬프다는 생각이 드네요. 열심히 연주했는데 그만큼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조: 많은 연주자들이 막막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코로나로 인해 활동을 못하는 예술인들이 너무 많거든요. 사실 예술가들의 생계가 연주만으로 꾸려지진 않아요. 연주도 하고 개인 레슨이나 학교 강연도 많이 나가거든요. 그런데 현재는 공연도 없고, 레슨이나 강연 등도 다 막혀버렸으니까 정말 힘든 상황이죠. 그래서 실제로 실업 상태인 예술인들이 많아요. 온라인 공연을 쉽게 대안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여기에 따른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몰리고 있는 것도 문제고요. 기금 딴 것으로 공연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이야기하는데,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인프라와 스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연주하고 녹화해서 올리는 공연으로는 관객들에게 다가설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면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연은 소통이니까요. 특히 연주는 더더욱 그렇고요. 실제로 학교에서 하는 공연은 계속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단 10명이라도 꼭 듣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만나서 소통하는 공연을 하고자 노력했지요. 그리고 그런 공연을 했을 때 아이들 역시 굉장히 행복해하고 만족해하더라고요. 특히나 코로나로 문화생활이 더욱 취약해진 아이들이 숨통이 트인다고 하더라고요.
류: 단장님 말씀을 들어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지역 공연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규모 공연들이 더 활성화되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온라인에서도 이어질 수 있으려면 그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좀 더 많은 지원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 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현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 대표적인 것이 작년에 진행했던 <발코니 콘서트>라고 봐요. 코로나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발코니 콘서트가 확산되었잖아요. 그래서 저희 i-신포니에타도 그런 공연을 했었거든요. 연수구청에서 요청을 받아서 진행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류: 어떤 공연이었는지 자세히 좀 말씀 부탁드릴게요.
조: 작년 코로나19 이후 4월에 진행했던 건데 당시에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어서 들어보셨을 거예요. 처음에 시작한 계기는 고남석 연수구청장님의 제안이 있었어요. 여러 공연이 취소되면서 급박하게 발코니 콘서트를 기획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i-신포니에타와 연수구립관악단의 협업으로 시작되었어요. 우리 i-신포니에타는 2020년 4월부터 한두 달 정도 진행했고, 구립악단은 좀 더 오랫동안 진행했던 것으로 압니다. 급박하게 진행되긴 했지만, 당연히 자신감은 있었어요. 그동안 정말 다양한 무대를 많이 경험했으니까요. 발코니 콘서트는 놀이터 같은 아파트단지의 중심을 공연장으로 상상하면서 레파토리를 짰어요. 공연장소가 아파트 가운데 위치해 있어서 발코니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이며, 장소가 넓으니까 무대를 배치하기도 좋고요. 혹시 내려오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펜스를 적절하게 쳐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유지될 수 있도록 구성했고요. 총 공연 시간은 30분 정도로 구성했는데, 다들 아파트 발코니에서 감상하면서 반응이 참 좋았어요.
류: 제가 생각해도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그런 공연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조: 실제로도 그랬어요. 처음에서 신청한 몇몇 아파트 중심으로 하루에 2번씩 공연했었는데, 이게 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더 요청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지요.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침체되었던 시기라서 저희도 관객들도 서로 정말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아파트 많은 사람들이 누가 클래식을 듣겠냐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실제 아파트에서 공연을 해보니 호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클래식을 처음 듣는데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공연 끝나면, 어르신들이 자기 집의 냉장고를 털어왔다며 비닐봉지에 과일 같은 것을 담아서 저희에게 주고 그러셨어요. 너무 감동이었죠.
류: 뭔가 가슴이 굉장히 뜨끈해지는 것 같아요.
조: 그렇죠. 공연할 때마다 저희도 뭉클했으니까요. 그런데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계속 진행하기는 어려웠어요. i-신포니에타는 개인악단이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계속 무료공연을 진행하기는 어렵거든요. 단장의 입장에서는 단원들이 적절하게 연주비를 받는 것도 중요하니까 계속하기는 어려웠죠. 그 점이 아쉬웠어요.
류: 이제 날씨가 풀리고 있으니까, 올해도 그런 공연들이 분명 생겨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에는 i-신포니에타의 음악이 다시 인천의 아파트에서 울려 퍼질 수 있겠지요. 또 코로나 중에 기억에 남는 공연이나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조: 음. 또 기억에 남는 건 야외 북콘서트 같은 거였어요. 제가 정이연 작가, 이길보라 작가, 이지현 작가 등과 음악이 있는 북콘서트를 했었는데 정이연 작가와 북구도서관 야외공연으로 가을하늘 아래에서 정말 많은 분들과 특히 작가가 감동하는 콘서트를 했고요, 그중에서 특별한 기억에 남는 것은 서구문화재단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길보라 작가와의 북콘서트였어요. 이길보라 작가는 우리가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라고 말하는 경우예요. 부모님께서 모두 청각장애인이신데 본인이 귀가 들리는 청인(聽人)인 경우 이렇게 부르더군요. 그래서 북콘서트 자체도 굉장히 특이하게 기획되었어요. 저와 이길보라 작가 사이에 두 분의 수화통역사를 모시고 수화로 통역하면서 진행되었거든요. 그리고 청각장애인 예술가들이 오셔서 수화 뮤지컬도 진행했고요.
류: 정말 특별한 기획이었네요. 얼마 전에 코다이신 분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던지라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해요.
조: 저도 이런 기획은 처음이라 굉장히 특별한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북콘서트를 진행할 건데 음악과 함께 해달라고해서 그냥 평범한 공연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청각장애인 분들도 많이 볼 거라는 얘기를 듣게 되면서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자막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래 가사나 음악에 대한 설명 등을 먼저 보내드렸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공연을 진행하면서는 생각이 더 많아졌어요.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분명 4명이 대화를 진행하는데 그중에서 저만 수화를 못 하니까 궁금했지만 멍하니 바라보게만 되더라고요, 청각장애인 분들은 평소에 이런 느낌이겠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음악이라는 것이 귀로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수화 뮤지컬을 보면서는 이것이 또 다른 음악이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또 충격이었어요. 수화가 우리가 오직 손으로만 대화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손과 표정과 입 모양이 모두 어우러진 것이더라고요. 또 수화도 나라별로 달라서 그 자체로 각기 배워야 하는 언어라는 것도 놀라웠어요.
류: 기획 자체도 굉장히 좋고, 그래서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도 많은 북콘서트였을 것 같아요. 북콘서트는 작가와 대담자가 나와서 대화를 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인데, 음악이 어우러짐으로 인해 그런 전형성이 파괴된 것도 인상적이네요. 이런 방식의 북콘서트는 어떻게 기획하고,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조: 제가 처음 북콘서트를 생각하게 된 것은 사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i-신포니에타 창단하고 10주년기념으로 콘서트하우스 현 공연장을 시작하면서 많은 현실에 부딪쳤거든요. 처음엔 매일 연주하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라는 문제 안에서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어요. 매일 연주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유료관객을 유치하는 것도 힘들고 연주자들은 무료로 공연을 하게 할 수도 없었지요. 좀 더 다른 특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가를 모시고, 작가를 위한 연주를 하고, 그 작가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그런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죠. 동인천에 이런 공연장이 있다고 소개도하고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바로 <조화현의 똑똑 톡톡 북&토크 콘서트>고요, 음악이 있는 공연이었어요. 2014년부터 시작한 북콘서트가 소문이 나면서 점점 도서관이나 기초문화재단 등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류: 작가 자신을 위한 음악이라서 작가님들이 오시면 참 좋아하실 것 같아요.
조: 실제로 작가들이 굉장히 좋아하세요. 북콘서트라는 것이 작가에게는 자기 생각을 다 드러내는 것이라 긴장도 되고 힘들기도 한 부분이 있는데, 공연이 있으니까 또 다르게 느껴지시나 봐요. 제가 북콘서트 전에 미리 작품도 다 읽고 그 작가와 작품을 통해 연상될 수 있는 음악을 준비하거든요. 그러니까 작가 입장에서는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류: 저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관객만이 아닌 자기 자신도 위안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 같아요.
조: 이런 방식의 북콘서트가 얼마 후 꽤 알려져서 수원과 청송, 순천에서도 이런 북&토크콘서트를 기획해달라고 연락이 와서 여러 차례 진행하기도 했어요.
류: 책을 매개로 다른 예술 영역들이 만나는, 이런 기획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북콘서트 같은 것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음악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 그럼 꼭 저를 불러주세요. (웃음) 이런 기획들은 제가 2006년 시작했던 <박물관으로 떠나는 음악여행>에서 김미혜 동시작가와 <동시 따먹기>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어린이들이 직접 동시의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지요.
류: 근황에 대해 듣다 보니 어느덧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것 같아요. 이제 조금 진지한 문제로 넘어가 보면 어떨까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여러 활동들을 하셨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느끼는 어려움과 문제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인천의 예술인으로서 느끼는 문제점이나 보완책 같은 것을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
조: 코로나 초반까지 저는 두렵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에는 좀 오랫동안 학습이 되어 있는 편이었거든요. 왜냐하면 예술인에게는 보릿고개가 있어요. 보통 기금사업이 11월에 끝나 정산하고 나면 1월까지는 수입이 거의 없어요. 1월부터 지원 서류를 준비하고, 지원사업에 선정된다 해도 4월쯤에나 지원이 시작돼요. 그래서 실제로 작년에 4월까지는 예전처럼 버텨내고 또 빨리 적응했던 면도 있었어요. 그 시기가 길어지면서 점점 힘들어졌지만요. 그럼에도 계속 조금 더 재미있게, 단원들이 덜 힘들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를 계속 고민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극복하려고 하는 만큼 현실적인 지원에 있어서 아쉬움이 드는 것들도 많아지더라고요.
류: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 문화예술이, 그리고 저는 음악인이니까 음악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은 참 많아요. 특히 이렇게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는 더 그렇고요. 그런데 연주자 역시 한 명의 생활인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연주자의 삶이나 생계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요. 제일 힘들었을 때가 공연이 다 취소되는데, 단원들에게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기금은 받았는데, 시나 기관에서는 공연을 취소하라는 말만 내려오고, 작년에 실제로 받은 기금이 8, 9월에서야 겨우 집행할 수 있었어요. 공연이 취소되거나 마냥 미뤄졌으니까요. 그냥 모든 것이 정지된 거죠. 아무래도 행정이 느릴 수밖에 없으니 그사이에 연주자들의 생계는 무너져 버렸죠. 사실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무대가 더 절실한데, 창작기금을 받는 것만으로 그 기회를 메울 수는 없지요, 그나마도 사각지대에서 받지 못하는 예술인들도 태반이고요. 이번 코로나 속에서, 예술인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 절실하게 느꼈어요.
류: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사실 행정이라는 것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모니터링이나 서류 처리가 대표적인 문제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 네, 정말 그래요. 모니터링 같은 경우에도 한 번에 처리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어떤 공연이든 최소한 절반 정도는 보고 모니터링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여러 차례의 공연일 경우에도 단 한 번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장과 과정보다는 서류 중심의 모니터링도 많고요. 현장에서 무대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많죠. 예술단체의 평가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긴 하지만 서류정산보다는 현장 평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류: 갑자기 <킹덤>을 쓴 김은희 작가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넷플릭스에서 작업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의견 안 주고 돈만 준다.”라고 하면서 웃었던 거였어요. 간섭이 전혀 없다는 거였죠.
조: 하하. 우리 예술인 지원에도 좀 필요한 내용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번에는 기금 사업에 거의 지원을 안 했는데, 거기에도 비슷한 이유가 있어요. 같은 공연을 해도 기금을 받을 때와 초청을 받을 때의 대우가 너무 다르거든요. 기금 받는 프로그램 안에서는 전문 연주자에 대한 대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서류도 너무 많고요. 컴퓨터에 입력을 하는데 같은 서류를 제출하는 등 반복적인 일이 많아요. 스마트화된 시대라면 거기에 맞추어 행정을 바꾸어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 되는 거죠. 문화를 전문적으로 아는 분들이 지속해서 행정담당을 해주셔야 하는데 자주 바뀌니까 고질적인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요.
류: 불필요한 행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네요. 이제 조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예술인의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 음, 저는 ‘지원도 초청처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초청하는 것처럼 지원하는 것이 곧 예술인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일인 것 같아요. 초청이든 지원이든 같은 문화 활동을 하는 거니까요. 거기에 차별을 두고 문화 활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좀 고쳐져야 할 것 같아요. 그게 곧 문화적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이 되는 거죠. 지원금도 인쇄물이나 홍보물 지원보다는 실질적으로 공연자에게 믿고 지원할 수 있는 그런 공연문화와 지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연을 하는 예술인들도 비정규직이 아닌 생활이 보장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류: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꼭 많은 분들에게 이 말씀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엔 꼭 오프라인에서 정답게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 저 역시 말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꼭 오프라인에서 봬요.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현재 인천문화재단 이사이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