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청년 사진작가 문지혜
“아이들에게 사진을 설명할 때 조리개나 셔터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무도 듣지 않아요. 밝게 찍고 싶은지, 어둡게 찍고 싶은지. 아니면 어떤 느낌을 내고 싶은지. 이런 조언을 해주는 정도가 제 역할이죠. 주민자치나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수업을 들은 후 전시를 하면 스스로 작가가 됩니다. 그렇게 보면 요즘은 누구나 예술가가 아닌가 싶어요.”
인천에서 사진을 찍는 문지혜(33) 씨는 본인을 ‘예술가’ 또는 ‘작가’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사진을 전공하고 또 가르치는 일과 작품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지만 예술가로 불리기에는 겸연쩍다. 그는 예술의 영역을 나누기 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시민들과 가까이 서서 예술을 바라보는 문 씨의 생각은 구분이 없었고 유연했다.
문 씨는 ‘사진을 찍는 예술강사’로 스스로를 설명한다. 그가 규정한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것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작업이다. 문 씨는 ‘사진 찍는 예술강사가 기록하는 부평 이야기’를 테마로 매일 부평캠프마켓을 기록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집에서 문을 열고 나오면 보이는 캠프마켓을 무의식적으로 찍어오다가,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진을 남긴다.
문 씨는 “지역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었는데, 일반사람들은 관련 문서나 자료를 해석하고 공부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너무 상세하게 들어가면 시민들이 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시민과 찍는 사람의 중간 입장에서 그 정도를 조율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매일 찍은 사진에 글을 곁들여 보는 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방법으로 기획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기록하는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2018년 인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한 ‘한·중 사진가, 강화도를 만나다’였다. 1박 2일 동안 강화도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감명을 받았다는 것. 특히 과거 누군가가 조사해 둔 자료를 통해 역사를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도 기록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좋은 역사든, 나쁜 역사든 사람들이 알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선택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특별히 미군기지를 기록하는 이유는 아직 활용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활용방안을 찾아가는 논의와 그 이후에 시민들이 미군기지를 접하는 과정에서 문 씨의 사진이 하나의 기록으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미군기지 근처에 쭉 살아오면서도 실제 어떤 문제가 있었고 그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주민들이 많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다.
문 씨가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문 씨는 올해 부평구 주민 8명과 굴포천 일대를 기록하고 자료집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지난해에는 서구 가정집에서 도시재생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주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느낀 점은 주민참여 사업들에 좀 더 목적부여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문 씨는 “도시재생이나 문화도시를 조성한다고 해서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되는데, 깊숙이 들어가면 내용이 다 똑같고 목적 부여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큰 틀만 바뀌고 내용은 똑같다고 할까요. 내년에 주민들과 좀 더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 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을 찍는 예술강사’라는 정체성처럼 문 씨에게 가르치는 일은 중요한 삶의 부분이다. 지난 2015년부터 예술강사로 일해온 그는 아이들이 사진을 찍기 전과 후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꼭 가진다. 처음에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을 때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면, 이제는 휴대폰의 보급으로 사진 찍는 것만으로는 의미부여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도 사진을 꼭 출력해 들여다보곤 한다.
문 씨는 “수업을 하면 한 번이라도 결과물을 출력하려 해요. 핸드폰으로 보면 그냥 넘겨버리는 사진도 뽑아서 보면 무엇을 찍었는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게 되거든요. 이 사진을 찍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딜 찍었는지 소소하게 이야기를 하며 자기 사진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강사로 활동하며 사진을 찍어온 그에게는 예술과 교육을 구분 지어 평가받는 경험이 잦았다.
2018년 영종도에서 가족단위로 진행한 프로그램이 그러했다. 당시 영종도에는 학교가 적은데다 복지관 등 기반시설이 적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놀기 위해서는 인라인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문 씨는 초등학생을 포함한 가족들을 모아 염전 등 주변을 다니며 캠프를 하듯이 사진을 찍은 기획을 해서 지원사업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 기획은 심사 과정에서 ‘예술이 아닌 교육’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결국 문 씨는 사비를 들여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참여 가족들과 함께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그는 여전히 예술과 교육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 씨는 “연륜이 있으신 분들은 본인의 작업을 이야기할 때 굉장히 어려운 단어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요즘 전시를 봤을 때는 그렇지만은 않아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강아지와 동반할 수 있는 전시회도 나오고, 설치미술들도 요즘 굉장히 많아졌죠. 물론 이게 예술이냐 아니냐 논란도 많아졌고요. 대림미술관에서 폴메카트니 전시를 했을 때도 전시관에 사진을 찍으러 온다는 것에 비판이 일었지만 모든 추세가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예술이라는 것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야지 맞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시민들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문화인력들이 지속해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재단사업 또한 양성과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후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판들이 계속 열릴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문 씨는 “너무 많은 양성과정이 있는데 거기서 끝나는 게 좀 아쉬웠어요. 물론 생업이 있고 자기 일을 해야 하니 이어질 수 없는 이유에도 공감이 가고요. 그래도 힘들게 배출해 낸 지역의 문화인력들이 다시 현실로 돌아가 의미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 과정을 끝난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투입해서 활용해볼 기회가 작게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랐다.
홍봄(기호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