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김경아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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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첫 연재이므로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형식을 다듬어갈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인천에 날아온 보물, 김경아 명창 인터뷰
– 인천에도 국악을 위한 언플러그드 공연장이 있는 날을 꿈꾸며“

“국제도시이자 허브도시인 인천에 일 년 내내 국악을 들을 수 있는 국악전용극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일본에는 가부키 전용극장이 있고, 중국에 가면 경극만 365일 하는 극장이 있는 것처럼요.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인천에 국악전용극장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인천이 판소리의 불모지와 다름없던 시절이 있었다. 판소리를 하는 사람을 찾아 보기 어려웠고, 듣는 사람도 있을까 싶을 때였다. 대학교 4학년이었던 김경아 명창이 소리 선생님으로 초빙돼 처음 인천에 발을 내딛었을 그 때가 꼭 그랬다. 하지만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인천은 전국의 소리꾼들이 꼭 서고 싶은 무대로 자리매김 했다. 매년 추석명절 즈음이면 명창과 귀명창(판소리를 제대로 알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만남의 광장이 펼쳐진다. 스승에서 제자로, 또 그 제자에서 제자에게로 이어져 온 민족예술의 정수인 판소리가 ‘들어줄 줄 아는’ 시민들을 만나 빛을 발한다. 전국의 명창들이 꼭 서고 싶은 무대로 자리매김 한 인천에서 우리 소리의 저변을 보다 확대할 방법은 무엇일까.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자 인천을 대표하는 소리꾼 김경아 명창에게 들어봤다.

추석을 앞두고 미추홀구에 위치한 ㈔우리소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명창은 ‘제 5회 청어람 한가위, 판소리 다섯 바탕’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도 6년 째 지켜온 명창과 귀명창의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명창은 판소리를 즐기는 시민들의 실력이 상당하다고 추켜세웠다.

김 명창은 “청어람이 5회째인데 전국에 인간문화재 선생님들 다 와서 깜짝 놀라요. 틀리면 망신당한다고 전국에 입 소문 나서 공연 한달 전부터 연습할 정도입니다. 소리꾼들은 귀명창이 있고, 추임새가 나오고, 진짜 소리를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 있는 이런 무대가 필요해요. 또 관객은 TV에 나오는 사람 말고도 숨어있는 명창들을 만날 수 있는 무대를 원하고요. ‘명창과 귀명창의 만남’이라는 원래 꿈꿨던 공연장 분위기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관객을 몇 번이고 강조하는 까닭은 판소리가 함께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정숙한 분위기 속에 공연이 끝나면 일제히 박수를 치는 서양음악과 달리, 판소리는 관중이 흥을 내고 힘을 주며 무대를 같이 만들어 나간다. 김 명창은 이런 점을 판소리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김 명창은 “옛날에는 ‘1고수, 2명창’이라 했는데, 이제는 ‘1청중, 2고수, 3명창’이라 할 만큼 청중이 없는 판소리는 있을 수 없어요. 그만큼 관객의 추임새와 몰입도가 중요하고, 관객이 그 판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 어디에도 관객이 이렇게 직접 음악에 뛰어들어서 더 잘하게 만들고, 흥하게 하는 이런 형식이 없어요. 관객의 추임새가 오롯이 무대에 전달되고 그것이 다시 작품이 되어 나오는 것이 굉장히 큰 매력이죠.”라고 자부했다.

최근에는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을 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판소리에 관심을 갖고 배우고자 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레슨은 물론, 아마추어들이 참여하는 단체강습에도 항상 대기자가 있을 정도다. 20여 명의 단체강습 수강생들은 춘향전 한 바탕을 다 뗀다는 같은 목적으로 4∼5년 째 꾸준히 달려오고 있다. 판소리의 저변 확대는 이러한 아마추어들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섯 바탕 중에 가장 길고 어려운 바탕인 춘향전을 한바탕 다 뗀다는 것은 전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아마추어들은 짧게는 4년이 걸리는 분도 있고, 7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도전한다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어요. 우리 음악을 계속 들어보라고 하는데 일단 한번 배우면 더 많이 들려요. 조금 듣기만 하는 것보다는 또 배워봐야 정말 귀명창이 될 수가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소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공연 인프라에 대해서는 언제나 아쉬움이 있다.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판소리에 있어 공연 환경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극장 규모가 너무 커서는 안 되고, 울림이 많아서도 안 된다. 이 같은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공연장이 사실상 인천에는 전무하다. 또 명절 연휴에는 공공에서 운영하는 극장을 빌리는 일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6년 째 이어오는 청어람 공연만 하더라도 매년 극장 대관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김 명창은 “인천에 소극장이 너무 없다 보니 극장 대관이 너무 어려워요. 서양음악이 많은 관중들을 놓고 극장에서 울리게 듣는 것이라면, 우리 음악은 마당이나 사랑방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꽂히는 발성이라 오히려 울리면 전달이 안 되거든요. 마이크를 쓰지 않고 공연할 수 있는 300석 규모의 언플러그드 극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플러그드 극장에서는 공연하는데 기계를 안써도 되니 돈이 안들고, 관객들도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어 좋지요.”라고 설명했다.

김 명창을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지원과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천문화재단에서 이뤄지는 지원 사업 역시 지역특성에 맞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사업을 심사할 때 공정성을 위해 외부에서 오다 보니 오히려 인천에 대한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아요. 서울에서는 흔하지만 인천에서는 아닐 수 있고, 인천 지역만의 필요한 부분들이 있는데 반영이 잘 안될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업을 뽑을 때 참신한 것을 따지는데, 전통에서 참신함이란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고, 소리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이 느끼기에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이죠. 그것이 바로 전통의 매력이고 본질인데 그런 부분 자꾸 무시되는 점이 속상해요 지속적으로 후원해 줄 수 있는 분야들을 선정해서 지원 사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토로했다.

또 교육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직접 국악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기기를 기대했다.

김 명창은 “지금 학교 음악 교육에서 국악프로테이지가 높아졌는데 아무래도 수업에서는 전달이 잘 안 돼요. 그럴 때는 열 번 설명하는 것 보다 가슴에 꽂히게 한번 들려주는 게 좋죠.. 각 학교에 한번 씩만 들려줘도 그 여파 클 것 같아요. 인천에 예고가 있는데 국악이 없는 점도 아쉬워요. 청소년들이 교육적으로 국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넓혔으면 좋겠어요.”라고 목소리를 냈다.

김 명창은 2016년 제24회 임방울국악제에서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했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말한다. 매년 여름 한 달씩 홀로 산 속에 들어가 공부를 하는 것도 그 이유다. 지난해에는 평생의 꿈이었던 100일 공부도 이뤄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소리만 하는 일상을 100일 내내 보냈다.

김 명창은 “남들보다 모자라니까 하는 것이죠. 대통령상을 받았을 때는 그게 최고인줄 알았는데, 그 때 한 것을 보니 어찌 그 소리로 큰상을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산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있네요. 여수에서 한 달에 한번 배우러 오시는 분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저 멀리서 오시는 걸 보면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지역의 원로 분들께 ‘인천에 날아온 보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렇고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공부하면서 부족한 점을 찾고, 채워가는 기쁨을 느끼며 지내고 싶습니다.”라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홍봄 기호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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