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육상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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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첫 연재이므로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형식을 다듬어갈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영화, 그리고 인천
– 육상효 감독과의 인터뷰

육상효

영화감독,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1994년 단편영화 <슬픈 열대>로 영화를 시작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각본을 썼으며, 각본/각색/감독을 맡은 <방가? 방가!>를 통해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2019년 각본/감독을 맡은 <나의 특별한 형제>로 2019년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 2020년 10월 20일, 인하대학교에서 최근 영화촬영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육상효 감독을 만났다. 본 인터뷰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이루어졌음을 밝혀 둔다.

류: 안녕하세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못하니 자주 뵙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인터뷰를 승낙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해주시면 어떨지요.

육: 인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간간이 영화를 만드는 육상효입니다. 최근에 영화 한 편을 마무리해서 지금은 감독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류: 촬영하시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제 다 마무리가 되셨군요. 어떤 영화인가요?

육: <휴가>라는 작품이에요. 바로 얼마 전에 완성되었어요.

류: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개봉은 언제인가요?

육: 아직 개봉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개봉예정작들이 많이 몰려 있는 상황이라 그렇게 빨리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지금 한 100여 편이 대기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다음 주에 모니터 시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류: 모니터 시사는 어떤 것인가요? 일반적인 시사회는 아닌 것 같군요.

육: 모니터 시사는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시사회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약간 강의평가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영화가 메인 타깃으로 삼은 관객을 임의로 뽑아서 시사회를 갖는 방식이죠. 모니터 시사회를 담당하는 전문 회사가 있어서 거기서 연령대나 지역 등을 고려해서 100명 정도의 인원을 모집합니다. 가령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영화라면 20대가 더 많게, 이런 식으로 구성돼요. 이 시사회에 오시는 분들은 영화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요. 관계자도 아니도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영화가 좋아서 오시는 분들이죠.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와서 영화를 관람하고 세세하게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류: 들어보니 정말 강의평가와 비슷한 면이 있네요. 익명이고 점수도 부여하고.

육: 이분들의 평가가 개봉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모니터는 5점 만점인데 여기서 4점 이상이 되면 아무래도 관객의 호감도가 높은 거니까 개봉일정을 잡는데 유리하죠. 3점대면 조금 심란해지는 거고요. 예전에는 4점이 넘으면 200만은 보장이라고 말도 있었어요. 강의평가도 4점대가 넘으면 평가가 좋은 거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모니터 시사회에는 가지 않아요. 아무래도 스스로 굉장히 압박을 느낄 만한 자리니까 스텝들이 주로 가지요.

류: 모쪼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함께 응원합니다. 말씀을 듣고 나니 저까지 긴장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계의 상황도 많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저만 해도 최근에는 극장을 가본 일이 별로 없어서요.

육: 사실 극장은 코로나에 있어서는 그리 위험한 장소가 아니에요. 방역도 잘 되고 있고, 거리두기도 철저하게 지켜지고. 그런데도 사람들이 극장에 많이 오지 않지요. 극장에서 감염된 사례는 전무한데도 말이죠. 요즘에는 넷플릭스에 관객이 다 몰리고 있어요. 아무래도 감독이나 스텝 입장에서는 극장 개봉이 안 되고 넷플릭스로 가게 되면 일종의 월급쟁이가 된 느낌이죠. 극장에 걸리면 관객의 수에 따라 흥행수입도 달라지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아무래도 제작비를 기준으로 계약이 되거든요.

류: 시작부터 영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너무 흥미진진하네요. 그러다 보니 제가 본론도 말씀을 못 드린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에 모시게 된 이유는 인천문화재단에서 내는 <인천문화통신>의 기획인터뷰 때문인데요. 인천문화재단과의 인연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주시겠어요?

육: 인천문화재단과의 인연은 인하대로 오면서 시작되었죠. 재단이사직을 맡게 되었는데, 당시엔 인천영상위원회가 인천문화재단 내에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영화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 재단이사로 필요했던 거죠. 제가 재단이사를 하면서 인천영상위원회 위원장도 4년 정도 맡았어요. 그때부터 재단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위원회는 재단에서 독립해서 별도의 기관으로 있어요. 제가 위원장이었을 때도 관련 논의가 많이 나왔었는데 후에 따로 나와서 현재는 독립된 기관으로 규모도 커졌지요.

류: 인천영상위원회에 계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업이나 이슈가 있으셨나요?

육: 하도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금까지 기억나는 건 <팸 투어>인 것 같아요. 이건 요즘도 지역마다 많이 하는 건데, 외부에서 작가나 감독을 초대해서 인천의 여기저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죠. 저도 그때 같이 참여했는데 인천의 구도심이나 항구, 관문 이런 곳들을 소개해주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공간을 보여주면 사람들 기억에 남고, 아무래도 나중에 영화를 찍을 때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저 역시도 영화를 찍을 때 인천에 있는 공간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거든요. 인하대에서도 많이 찍었고요.

류: 공간에 대한 인상을 전달해주는 사업이었다고 할 수 있겠군요. 말씀이 나온 김에 연결해서 질문 드리겠습니다. 영화적 공간으로서 인천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혹은 인천에 바라는 지점이 있다면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육: 인천은 구도심과 신도심이 모두 있는 공간이에요. 제가 영화를 찍을 때 80-90년대 분위기를 나타내고 싶을 때 인천의 구도심을 많이 활용하거든요. 또 외국에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해외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는 송도에 있는 공간을 활용했고요. 이 거리가 멀지 않으니까 인천이라는 지역 안에서 촬영이 용이하죠.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세트장 같은 거예요. 부산만 해도 세트장이 꽤 있거든요. 세트가 있으면 아무래도 그곳을 중심으로 영화를 찍게 되니까 산업적인 면에서는 좋지요. 요즘은 파주 같은 곳에도 세트가 많이 생기는 추세고요. 인천은 서울에서 근거리니까 아무래도 더 유리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 것 같아요. 구도심과 신도심이 공존한다는 점도 영화의 로케이션으로 좋다고 할 수 있고요.

류: 인천시와 인천영상위원회에서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주실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인천이라는 공간이 가진 장점이 영화를 통해 많이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있는데요. 감독님께서 지금까지 찍은 영화 중 스스로 가장 만족했던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일지 궁금합니다.

육: 음, 하나를 꼽자면 저에게는 <나의 특별한 형제>인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제가 작업한 다섯 번째 영화인데요. 아무래도 저도 나이가 있는 감독이다 보니까 이 영화를 찍으면서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배우부터 스텝까지 팀 전체가 다 만족스러웠어요.
이것만이 아니라 외적인 환경도 굉장히 좋았어요. 왜냐하면 <표준노동계약제>의 확립이 된 상태에서 찍은 영화였거든요. 그 전까지는 사실 영화 작업이라는 것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표준노동계약 이후에는 딱 12시간만 작업하게 되었거든요. 그 시간에 정리 시간도 포함되니까 실제 촬영은 11시간 정도죠. 만약 시간이 더 필요할 경우엔 노동자대표와 협의가 되어야 해요. 당연히 스텝들의 임금도 상승되었고요.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죠. 하지만 그래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죠. 앞으로도 더 좋아질 거라고 예상되고요. 무엇보다 영화촬영을 하면서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촬영기간에도 가족들과의 일상도 가능해졌고, 촬영 끝나고 저녁식사하면서 이야기할 여유도 생겼고요. 그래서인지 <나의 특별한 형제>를 찍을 때, 정말 이것이 ‘즐거움’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류: 영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거운 것 같습니다. 이제 조금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인천문화재단에 대한 생각이나 바라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육: 인천문화재단이 15년이 되었는데,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내부적인 가치에 비해 외부적인 확장성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여전히 인천의 문화를 이끌어간다고 하기엔 대중적인 가치를 확실하게 이끌어내진 못한 것 같아요. 물론 내부에서 여러 사업을 열심히 하신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이나 교수가 아닌 일반 시민으로서 느끼기엔 다른 광역재단에 비해서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지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여기엔 여러 가지 한계들이 있겠죠. 인천시와의 관계라든지 시민들의 관심 부족. 이런 것들이요. 앞으로 인천문화재단이 극복해야 할 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류: 아무래도 재단의 색깔이 분명해져야 한다는 말씀이신 같습니다.

육: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천문화재단이 어떤 사업을 하느냐, 할 때 확실하게 떠올려지는 것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홍보 문제일 수도 있고 예산 문제일 수도 있지만, 확실하게 일반 시민에 어필되는 사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사업을 꾸리는 것도 좋지만 인천과 인천문화재단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좀 더 대중적인 사업들이 꾸려지고, 그 안에서 인천문화재단의 이름이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될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류: 앞으로 재단 안에서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중적 인지도와 정체성 확보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아가 주길 당부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프론티어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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