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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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무용가 박혜경

매년 7월에 막을 올리는 연수국제춤축제를 지난달에 마쳤다. 초청했던 이탈리아와 일본, 그리고 서울 팀의 참가가 취소되었고 인천에 연고를 둔 단체를 초청하여 총 여덟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작년에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올해 들어 연이어 발생한 코비드-19 때문에 우리 춤꾼들은 맥이 빠져 신나고 즐거운 공연 준비가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매주 회의를 진행해야만 했다. 계획한 대로 행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무대, 조명, 음향, 크루 등 스텝 부분과 행사 기간 연기, 오프닝, 작품 성향, 커뮤니티 팀의 공연 등 행사 전반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총체적으로 조용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러자 마침내 우리는 코비드-19가 아니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던 가족의 몸짓, 들을 수 없었던 가족의 소리, 그리고 밖으로만 향했던 못난 마음을 보게 되었다. 이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을 통해 느끼고 바랐던 몇 가지를 정리함으로써 이후 공연을 남겨 둔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발상의 전환! 그렇다. 우리의 방식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인 것이 타성을 벗어난 발상의 전환이다.
그 첫째가 ‘세계 속의 인천 몸짓’을 찾는 것이었다. 매년 우리 인천 팀은 해외 팀과 서울 팀, 그리고 객석 손님맞이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에, 이번 코로나 국면을 오히려 우리 가족들에게 주는 격려의 날로 생각하고, 그 영상을 통해 세계 속의 인천 예술을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7회까지 초청했던 해외 팀들에게 메일을 보내 매년 초청 팀들에게 얽매여있어 발현하지 못했던 우리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둘째, ‘인천 춤꾼들이 내실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속 8회까지 이어온 국제춤축제라는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지만, 이번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매년 너무 버겁게 꾸려옴으로써 느꼈던 많은 어려움과 예술적 가치의 느슨함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수들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되었고, 인천 가족들은 서로만 바라보며 춤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국제 행사라는 부담을 털어버리고 오직 서로만을 바라볼 수 있는 금쪽같은 축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끼리의 만남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가치 있는 작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두가 2021년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믿음을 확인하며 연수국제춤축제를 마무리하였다. 서로를 더욱 많이 알게 되었고 아끼도록 만들어준 흐뭇한 우리끼리의 무대였다. 힘들고 지친 요즘의 상황이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생각도, 춤도, 무대도 우리만의 것으로 즐겁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 바로 이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소중하고,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며, 기억되는 뜻깊은 날이 된 것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연례행사인 춤 축제를 ‘우리 가족 축제의 날’로 ‘용도 변경’한 결과다. 그렇게 우리는 즐겁고 행복한 무대에서 충실했다.

셋째는 ‘인천의 정체성을 가진 무대(장소)’를 새롭게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인천의 공연예술인들은 계속되는 공연 취소와 연기로 인해 올 하반기에 모든 행사가 집중되었기 때문에 공연장 대관과 관객 유치, 그리고 국제초청 무대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무대 대관이 어렵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는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통적 의미의 무대가 아닌 인천만의 의미가 깃든 장소를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계단이든, 항구든, 절이든, 구도심이든, 신도시든, 육지든, 섬이든 인천의 정체성을 담은 다양한 장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무대와 배경이 되리라 생각한다.

현재 상황은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지만 어떤 식으로든 발상의 전환, 용도변경의 기발함을 발휘하여 영상을 통한 글로벌 인천 예술의 가치를 알려내고, 인천 예술가 간의 소통을 강화하여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기존 무대가 아닌 인천만의 정체성을 지닌 장소에 우리의 자부심을 담아 예술의 가치를 부여한다면 그 모든 곳이 최고의 글로벌 예술 무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절대 작은 무대가 아니다. 그동안의 무대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길 기원한다. 발상의 전환, 용도변경을 통해 위기 상황을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으로 전화(轉化)시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할 때다.

박혜경(朴慧京, Park Hye Kyung)

약력 : 무용가/ Korea Action Dance Company 단장.

서울예술대학 무용과 졸업.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 석사. 동덕여자대학교 무용학 박사, 시립인천전문대학 무용과 강사, 인천무용협회 회장, 인천안무가협회 회장, 인하대예술교육원 강사 역임.
인천예총 예술상, 인천시 공연예술부문 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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