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을 위한 사회적 안정망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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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을 위한 사회적 안정망을 바라며

이찬영(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 이사장, 인천문화재단 이사, 인천 민예총 이사)

20세기 이후 전쟁을 제외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이렇게 마비되게 만든 적이 없을 만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은 삶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관광업계, 서비스업종,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 항공업계, 무역업종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에서 자유 경쟁의 시스템으로 자본주의가 만들어온 구조에 문제가 생겼다. 사회적 현상에서도 적어도 6개월 이상 학교를 가지 않고 인터넷에 매달려 학습하는 아이들, 사회적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의 가정 돌봄으로 인한 부모들의 어려움, 집에서 머물면서 활동반경이 좁아진 노인들의 문제, 다중이 모인 시장, 마트 등의 공간이 아닌 인터넷 쇼핑으로의 변화, 인류가 사회를 형성하면서 만들어온 공동체적 활동은 이제 미지의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려워졌다. 사회적 현상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문화예술에도 두말할 나위 없이 문제가 생겼다. 사스, 메르스,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어떤 전염병이나 사회적 질병현상보다도 강력한 파괴력으로 문화예술 구조 전체를 흔들고 있다. 문화산업, 문화예술 공연 창작, 문화예술 교육 등 전 분야가 완전히 마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사회, 경제, 문화 현상은 경제, 사회적인 구조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왔고, 국민들의 재난소득을 넘어서 기본소득, 사회복지, 기후환경 대응, 지속가능한 사회, 세계화에 대한 로컬의 대안 등으로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 대한 포스트 코로나를 예측하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루어졌던 문화예술분야의 구조와 문화예술가들의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지난 5월 19일 ‘문화예술인 권리보장법’이 국회 법사위에서 무산되어 아쉽긴 해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문화예술인의 다양한 사회적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제외한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지만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술인들도 고용보험을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예술인들의 권리가 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헌법적 기본권으로 국민의 문화권을 보장하는 ‘문화기본법’(2013년)이 제정된 이래 국민들의 문화적 권리를 향상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이 공공에서 여전히 아쉽지만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의 한 당사자로서 문화예술사업 공모를 통한 사업지원이 전부였던 문화예술인에 대한 공공의 지원과 노력이 이제는 예술인들의 기본소득 논의까지 넓어지게 되었다. 2018년 인천발전연구원이 조사한 인천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상황을 보면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의 예술가는 60%, 4대 보험 미가입은 76%이다. 예술가들의 70%가 프리랜서로서, 생활임금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나 가족의 경제적 지원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형편인 것이다. 이는 생애주기에 기반한 분배로서 아동수당, 가족수당, 청년수당 등의 사회수당으로서는 예술인들의 삶을 보호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기본소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청년기본소득을 주도했던 성남시의 사례가 경기도로 확장될 예정이다. 세대를 대변하는 사회적 정당성이 문화예술인에 대한 기본소득으로 예술인들의 활동과 삶을 보호할 때 많은 사회적 자산을 형성할 것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의 예술인 코로나지원금과 다양한 형태의 지원, 그리고 연수문화재단이 예술인들에 지원한 예술인지원금 등은 제도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실제 기본소득으로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했던 사례를 상기해보면 예술인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예술인 기본소득에 있어 지급대상선별, 지급금액과 지급방식, 재원, 예술가 지원의 정당성에 대한 어려움 등이 쟁점으로 있지만 이는 이번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하는 여러 사례를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문화연합(AFA- americans for the arts)은 문화예술을 지원해야하는 10가지 이유를 발표한 적이 있다. 문화예술은 사회발전의 근간이며, 문화예술교육은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문화예술은 산업발전의 원동력이며, 지역상권에 도움을 주며, 소중한 관광자원이며, 수출전략산업이다. 또한 문화예술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며, 육체,정신적 건강에 이롭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며, 창조산업의 근간이다. 이는 사회적 자산으로 문화와 예술을 지키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에서 긍정적 효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시민의 문화권을 지키는 것도, 예술인들의 삶에 대한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의 논의와 실천의 시작을 인천에서 먼저 진행하면 좋겠다.

 


이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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