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치적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다, 작가 이탈의 작품 세계와 인터뷰 <부재(不在)의 존재(存在)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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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세계를 껴안는 방법 ver 3. 이탈
나는 그가 그만의 권력을 갖기를 원한다.
부재(不在)의 존재(存在)를 증명할 수 있도록.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의 시작을 여는 기획전시로 《수평적 세계를 껴안는 방법》이 12월 20일부터 2020년 5월 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들 중 인천 연고를 가진 중견작가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참여 작가 각자의 작품 세계관을 살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인천문화통신 3.0에서는 3월부터 5월까지 매월 2명씩 참여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글을 만나본다.

이탈, <국가>, Object on frame, 180×120×50cm, 2003
이탈, <국가>, Object on frame, 240×120×50cm(2pcs), 1999

나는 그가 그만의 권력을 갖기를 원한다.
부재(不在)의 존재(存在)를 증명할 수 있도록.

옴의 법칙 V=IR
저항이 커지면 전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오고 전류는 저항에 반비례 한다.
옴의 법칙(Ohm’s Law)은 도체의 두 지점사이에 나타나는 전위차(전압)에 의해 흐르는 전류가 일정한 법칙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두 지점 사이의 도체에 일정한 전위차가 존재할 때, 도체의 저항(resistance)의 크기와 전류의 크기는 반비례한다.

이 보편화된 과학적 법칙(언젠가 깨질지도 모르는)이 꼭 인생의 법칙과 닮아있다는, 이 전기저항에 관련한 과학 법칙을 삶의 법칙으로 확인하고, 사건을 접하고 작품을 구상하고 전시를 계획하고, 그 전시의 작품을 설치하고 만들어갈 때마다 누구에게나 수평적으로 공평하게 흐르는 전류이기에 무엇에 홀린 듯 전기를 연결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하는 작가가 있다.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비디오아트, 키네틱아트 등 다중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사건을 작품으로 선보이는 이탈 작가이다.

이탈은 교사였던 아버지의 발령에 따라 7살 무렵부터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모두 보냈다. 대학졸업 후 다시 인천에 작업실을 얻어 활동하던 중 96년에 인천에서 개최한 전국 규모의 미술제인 대한민국청년미술제에서 평론가상을 받아 이듬해 동아갤러리에서 초대개인전을 개최하게 된다. 1990년대 초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과연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스스로 회피성 도피를 하기도 하였다. 그에게는 다양한 미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바탕에 깔려있는, 시대가 흐르고 변해가는 과정에서 ‘예술가인 척 해온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고민이 수반된 고된 과정이기도 하였다. 작가적 특성이나 재료적인 기법을 표현하는 것보다 특정한 이슈나 경향, 사건을 시각매체를 통해 어떻게 발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였다. 이 예술이란 형이상학적인 관념의 세계를 현실과 같이 접목시킬까에 대한 질문을 거듭하며 캔버스가 아닌 사건과 마주한다.

예술이 삶을 반영한다는 전제하에 세련된 치장으로 정연화된 조형성을 강조했던 작금의 작업들을 벗어던지게 되었던 1995년 그 날의 기억들은 그에게 작품을 해야 할 당위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재확인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목도하였던 묘한 사건의 시작. 그 날 고속도로에 선혈이 낭자한 시체와 핏덩이들을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 하였을 때의 잔혹함, 잔인함, 역겨움 등의 언어들로 인식되었던 그 살덩이들은 같은 살덩이임에도 불구하고 정육점에 잘 진열되어있는 고깃덩어리를 보면서 식욕을 느끼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교육에 의해 세뇌된 신념정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신의 시각언어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이로써 나타나는 그의 사건에 의한 사실 속 실재들은 언어와 학습에 의해 체계는 무너지며 존재의 의미조차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이후 발표한 그의 1997년 첫 개인전 “교실 이데아전”을 통해 사회적 인간 존재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강요되어지는 무형의 폭력을 고발하게 된다.

이탈, <새마을 운동>,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LCD monitor), 1min 53sec, 2003
이탈, <처절한 정원(요단강 가는 길)>,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LCD monitor), 2min 43sec, 2005

벌거벗고 혼자서 줄넘기를 반복해서 하는 자신의 뒷모습을 볼록렌즈 이펙트를 사용하여 희화화시킨 영상 작업 <비디오 점핑>(2002)은 타자와의 관계가 아닌 작가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잠입해 성찰의 사유를 통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작품이다. 무언가 비대해져 움직일 수 없는 존재의 허탈함을 표현하고자 했던 이 작품은 <새마을 운동>이라는 명제로 재전시된다. 1970년대의 한국사회를 특징짓는 주요한 사건이었던 새마을운동은 절대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국가라는 집단적 상상력을 좌우하며, 맹목적으로 세뇌된 신념을 통해 규정되어지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는 결국 성찰을 통한 인간적 선택의 여지는 전혀 없이 집단적인 이슈를 통해 강요되고 세뇌당한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며 또 다른 이면에서는 현재를 그리고 우리를 지탱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탈, <인간의 분류는 신을 처형한 이후에 가능하다>, Recycle robot, plc, relay, sensor, support frame, etc, 230×160×45cm, 2010
이탈, <K군 찾기>, Kinetic device, monitor, aduino, raspberry Pi, interactive video, etc, 190×140×50cm, 2019

그간 발표되었던 이탈의 작품들은 사회의 구조적이며 패권주의적인 모순, 그로 인한 상실감, 패배감, 부조리한 사회관계 등의 너무나 날것이라 때론 폭력적이라거나 충격적이라거나 한 초극화된 감정들을 일으킨다. 그러나 <인간의 분류는 신을 처형한 이후에 가능하다>(2010)를 통해 지배자와 피지배자, 다수자와 소수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인간의 분류’가 자행되는 현실에서 ‘처형할 수 없는 신’ 그 절대자에게 돌아가자는 원론적이며 종교적인 설득을 한다. 또한 <요단강 가는 길>로 발표되었던 ”처절한 정원“안의 장면에서 처절한 현실 안에서 호소하는 처연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폭력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껍질 안 그는 심연의 그 무엇을 마주하고 감각의 언어를 일깨우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한 인간, 한 예술가일테니.

예술이란 것을 통해 발언을 할 수는 있지만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사회의 거대한 흐름 속에 나타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예민한 촉각으로 감지하고 감각을 통해 제시할 수는 있다. 이탈은 그의 주체적 경험과 내면 깊숙이 잠입해 성찰한 결과들을 토대로 직관적으로 작업에 임한다.
그는 부재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회는 어떤 문화적 코드나 인식의 도식 등이 존재하는 현재를 잘 유지하기 위해 질서를 만들고 이 질서들은 특정 시대를 통합하기 위해 관념화된 틀 짓기를 시도하는데 이로부터 소외된 존재가 ‘식별 불가능한 존재‘이다. 식별이 가능한 존재와 식별이 불가능한 두 존재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음’을 인식하게 하여 거대 담론이 놓쳐버린 ‘식별 불가능한 존재’의 의미를 통해 사회적, 관습적으로 학습된 일반성에 변형을 가해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K군 찾기>(2019)는 군사평론가 지만원이 주장하는 “광수 찾기”라는 사건을,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파행되는 혐오와 냉소 등을 희화화한 작품이다. 이미 가치가 상실된 영상물에서 이미지들을 무작위로 채집하여 원본을 파편화시키고 재가공하여 원본이 지닌 가치와 권위를 배반하고 친숙한 내러티브를 낯설게 하여 관념화된 질서를 위반한다. 이는 프레이밍(틀 짓기)으로부터 주체를 탈주시켜 오래된 관습과 관념을 파괴하기 위해 ‘식별 불가능한 감각’을 동원하여 ‘식별 불가능한 존재’의 대안적 서사를 증언하기 위함이다. 그에 따르면 결국 ‘식별할 수 없다는 것’은 죽은 존재가 아닌 없는 존재이며, 부재(不在)의 존재(存在)인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 맹목적인 자아도취와 광기가 많았다. 또한 타자에 관한 이해와 사랑도 부족했다. 나는 아직 해야 할 작업들이 많다. 그리고 구체적인 플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예술가의 생각이 현실이 되기까지엔 많은 제약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권력에 관한 것이다. 권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내가 궁극적으로 예술행위를 통해 세계와 세상의 원리를 터득해가려는 하나의 검열도구이며 욕망에 관한 반성의 시작 지점이다.”

예술가는 매일매일 고문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탈. 치열하게 고민하고 날 것 그대로의 처절한 작업을 통해 부재(不在)의 존재(存在)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탈. 나는 그가 권력을 갖기를 원한다. 그가 가지게 될 권력으로 무한히 확장될 그의 세계관과 모두에게 평등한 인간애가 그만의 언어로 우리에게 도달되기를 원한다.

글/ 우사라 (부평구문화재단 큐레이터

이탈 작가 인터뷰 작가 인터뷰 영상 바로가기

*이탈(b.1967-, 서울 출생)은 사회정치적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 오며 설치미술을 비롯한 퍼포먼스, 비디오아트, 키네틱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지속해 왔다. 그는 평등한 원초적 인간의 원형을 탐구하기 위해 거칠고도 도전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육질, 육체를 드러내거나 산업사회를 대변하는 테크놀로지적 ‘기계=인간’을 구현해 자본주의 모순과 부조리함, 그로 인한 현대사회의 상실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작가는 사회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일련의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드러내는 초극화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인간성으로의 회복, 나아가 인간애와 자유, 평등의 가치를 소원해 나간다.
이탈은 인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경기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인천 동아갤러리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청년 미술제 수상전(1997)을 시작으로 <세뇌된 신념>(대안공간 풀, 2003), <처절한 정원>(스페이스 빔, 2005), <레디메이드 만석>(우리미술관, 2019) 등 한국, 중국, 터키 등에서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Try Again Try>(제주현대미술관, 2018), <다카르비엔날레>(보리바나미술관, 세네갈, 2018),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대구미술관, 2018) 등 수많은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그는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 (인천문화재단, 2010), ‘커뮤니티 페어_아트폐허’ (제물포 시장, 인천, 2012), 인천예술정거장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 온 더 그라운드>(인천시청역, 인천, 2018), 등을 기획하였고, 비영리 전시공간 국제 교류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2012~2015년까지 인천에서 대안공간 UNESCO A.poRT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한국미디어아트협회 감사를 역임하고 있으며 인천 강화도에서 작업하고 있다.

*우사라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에서 한국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2005년 세계도자비엔날레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를 시작으로, 서울옥션 강남, 갤러리백송 큐레이터를 거쳐 ㈜중아트그룹에서 전시 총괄을 담당했다. 현재 부평구문화재단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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